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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17세에 'WoW' 제작 총괄? '본좌 여고생 사건'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게임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큰 파장을 불러왔던 사건인데요. 2005년 11월 업계 관계자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한 여고생을 소개합니다.

◆때는 2005년, 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는

[게.이.머] 17세에 'WoW' 제작 총괄? '본좌 여고생 사건'

2005년 11월. 게임업계는 한 인물로 인해 크게 들끓었습니다. 이 인물은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펭귄'의 모델링과 디자인 그리고 시나리오까지 본인이 직접한데다, 본업은 게임 업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스스로 작성한 커리어를 보면 블리자드의 부수석으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를 거의 혼자 만들다시피 했고 렐릭에서는 '워해머40000'과 '컴퍼니오브히어로즈', 앙상블에서는 '에이지오브엠파이어3'의 음악과 사운드, 3D를 담당하는 등 기업과 분야를 걸치지 않은 대활약을 펼쳤습니다.

대표작으로 꼽은 'WoW'
대표작으로 꼽은 'WoW'

국내 활동도 소홀히하지 않았는데요. NHN '아크로드', IMC게임즈 '그라나도에스파다', 웹젠 'SUN' 등 당시 주목을 받던 대부분의 게임 개발에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면도 돋보였습니다. 본인 스스로 작성한 컬럼에서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짜낸 크리스 멧젠, 롭 팔도와 일하는 것은 즐겁지만 때론 너무 본인의 능력에 기대와 지치기도 한다는 능력자로써의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해당 인물이 1988년생으로 당시 17세의 여고생이었다는 점인데요. 우연한 기회에 해당 미니홈피를 발견한 업계 관계자는 동종 업계에 그동안 미쳐 몰라봤던 업계 주요 인사를 소개하기에 바빴습니다.

◆쏟아지는 러브콜 "상도덕 지켜라"

콘셉트라고 보기엔 미니홈피의 글들이 모두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시기 정렬부터 일의 순서도 나름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 굉장히 그럴듯하게 보였습니다.

하도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어 일부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역시 타고난 천재는 따로 있다"는 반응마저 보였을 정도였죠.

특히 외국 취재진의 끈질긴 질문에 결국 후속작에 대한 힌트를 줬었다는 후일담이라든지, 블리자드 부수석의 입장에서 블리즈컨을 준비하느냐 고생한 개발진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도하고 이전 개발작(?)인 '워크래프트3'에서 함께 음악 작업을 했던 스태프들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기도 해 몰입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리처드 게리엇: 잘 지눼요...?
리처드 게리엇: 잘 지눼요...?

소식을 접한 업계 관계자들 또한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데요. 해당 미니홈피에 몰려가 방명록에서 개드립 대잔치를 벌인 것이죠.

리처드 개리엇의 이름으로 영문으로 안부를 남기고 반프레스토를 자처하며 일본어로 스카웃 제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자칭 넥슨 관계자는 '왜 우리와는 같이 일을 하지 않냐' 하소연하기도 했죠.

게다가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덧글에 대해 준엄히 비판하며 상도덕도 모르느냐 '인재'(?) 등용에 대한 업계 관례를 지키라고 꾸짖기도 했습니다.

코지마 히데오에게 안부 인사를 받는 사람이었다
코지마 히데오에게 안부 인사를 받는 사람이었다

◆이어진 전 세계 유명 개발자들의 고백들

많은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 '밈'으로 충격 고백을 즐겼다. 출처 :(starless.kr/2450)
많은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 '밈'으로 충격 고백을 즐겼다. 출처 :(starless.kr/2450)

이후 약 한달 동안이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각자 자신의 실제 커리어를 폭로하는 게시글이 유행한 것인데요. 리처드 개리엇, 사카구치 히로노부, 코지마 히데오에 이어 심지어 빌 게이츠까지 사실 한국인인 것이 밝혀지고 말았죠.

어찌나 화제가 됐는지 사건이 발생한지 10년이 넘은 현재도 포탈에 '한 본좌 여고생의 싸이'로 검색하면 당시에 쓰여진 글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이토록 큰 화제가 된 이유를 분석하는 글이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결론적으로 게임업계가 유독 유명 개발자, 거장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로망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 업계 관계자들의 그러한 욕망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으로 많은 동의를 얻었습니다.

◆전해지는 후일담은 없어

하도 유명해지니 마침내 문제의 여고생의 급우에게까지 연결이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동급생의 말에 따르면 이 여고생은 평소 학교에서도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업 도중에 급한 업무 관계의 전화라며 전화를 받으러 나가거나 허락을 받아 조퇴하기도 했다는 것인데요. 굉장히 당당한 태도였다고 합니다.

사실상 이쯤되면 거짓말을 반복하다 그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인격 장애 증상인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으로 의심되기도 하는데요. 업계 관계자들이 해당 미니 홈페이지에 보낸 과한 관심으로 결국 해당 페이지는 폐쇄된 상태이며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부디 다 떨치고 한 때의 흑역사로 생각하며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게.이.머 이만 마칩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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