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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토리텔링 교수의 몰락

2005년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란 책을 우연히 봤다. 그 전 해 ‘리니지2’에서 일어났던 ‘바츠 해방전쟁’을 다룬 책이었다. 저자는 류철균, ‘영원한 제국’을 지은 필명 이인화 작가의 책이었다. 당시 기자는 플레이포럼서 ‘리니지2’를 취재하고 있었다. 이 흥미진진한 게임 속 이야기가, 그것도 유명한 작가에 의해 책으로 나온 것을 보고 두근거리며 책장을 넘긴 기억이 난다.

그 후 몇 년 동안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심심치 않게 만났다. 당시만 하더라도 게임이라 하면 ‘애들이나 하는, 저속한 놀이’라는 인식(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만)이 파다한 상황에서 유명 지식인이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마냥 고마웠다. 기자 간담회에 종종 초대된 그는, 게임이 가지는 가치와 그 속의 이야기 전개에 대해 강조하곤 했다.

류철균 교수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0년, 그가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웹게임 ‘열혈삼국’서 현금거래를 한 이 교수가 현금거래로 산 자신의 캐릭터를 상대 길드에게 뺏기자, 해당 회사를 맹비난 하면서 국가가 처벌해 달라고 ‘조른’ 사건이 발단이다. 캐릭터를 뺏기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생겼다 주장한 그는, 게임 서비스를 중단시켜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의 피해로 인해, 친 게임파에서 반 게임파로 돌아선 것이다.

당시 아이템 현금거래는 게임사 약관으로 금지된 조항이었고, 관련 법규도 없었다. 해당 게임 홈페이지는 이 교수를 비난하는 말이 쇄도했다. 이 교수가 약관을 위배했으며 게임 내 지배자의 위치서 행한 일들이 겜심을 자극해 우호적인 여론이 없었다. 민원을 접수한 경찰과 넥슨도 이 교수가 제출한 증빙자료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뜸하던 그는 엔씨문화재단이 주도한 게임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과 관련해 그 만한 권위를 가진 사람도 드물었지만, 이대 출신들로만 이뤄진 집필자 명단은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그리고 오늘(2일) 다시 그가 네이버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에 출석하면서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정유연)가 독일에 있는 동안 자신이 맡은 과목에 조교를 시켜 대리시험을 보게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오늘 밤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류 교수가 특혜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지, 왜 특혜를 주게 됐는지는 앞으로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

이인화 작가가 게임업계와 연을 맺은 ‘바츠 해방전쟁’은 힘을 바탕으로 한 독점적 지위를 내세운 DK혈맹에 게이머들이 ‘내복’(게임 시작 시 주어지는 기본 아이템)으로 맞선 사건이다. 독재와 전횡을 일삼는 권력에 일반 게이머들이 맨 몸으로 맞섰고 무수한 희생 끝에 권력을 반대세력에 돌려줬다. 이름 없는 수많은 유저들이 정의를 위해 힘을 합쳤고 ‘힘이 전부’였던 온라인 세계에 대의와 명분이란 질서를 심어줬다.

그러나 '바츠 해방전쟁'은 결국 실패했다. 독재자를 몰아낸 세력들은 기득권이 되자 자신들의 이득을 챙겼고 분열됐다. 기존과 똑같은 행태에 실망한 유저들은 떠났다. 비록 빛은 바랬지만 '바츠 해방전쟁'은 온라인 상에서 독재 권력에 대항한, 민중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행동했고 열광했던 시간이었다. 내 일이 아님에도 힘을 합쳤고 응원했으며, 한 순간이나마 뜻을 이룬 그 때를 기억하는 유저들은 많을 것이다. 그런 '희망'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작가에게도 '바츠 해방전쟁'은 어떤 울림을 줬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부당한 권력에 평화적인 촛불로 민의를 전달하는 지금과 오래전 온라인 속 세상은 많은 것이 닮았다는 것과 그는 부패한 권력의 편에 섰기에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부패한 절대 권력은 대중에 힘에 의해 무너진다는 것일까 아님 권력은 다른 권력에게로 이어지기에 부역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을까. 그 답은 지금 그가 알 것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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