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기자석] '테트리스' 기억하고 있습니까?

선보인 지 30여 년이 넘은 '테트리스'는 퍼즐게임의 원조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테트리스'로 유명한 것이 바로 꼬인 '저작권' 이슈다.

'테트리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가며 전 세계적인 인기와 유명세를 얻었지만 정작 원 개발자 알렉스 파지노프는 10년간 이와 관련한 소득을 전혀 받지 못했다.

개발자 본인이 '테트리스'의 인기를 몰랐고 또 저작권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거의 없었다. 당시 저작권 개념 자체가 희박한 탓도 컸다. 파지노프가 정부 기관 소속인 것도 한 몫했다. 그가 정부 기관 소속임을 이유로 소련 정부는 1985년부터 10년간 저작권을 행사해 모든 수익을 대신 챙겼다.

소련 붕괴 이후인 1991년. 파지노프가 미국으로 이민한 뒤 '테트리스' 독점 라이선스사를 총괄하는 회사를 설립했고 그 이후부터 '테트리스'의 저작권을 다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동안 이미 유명해진 '테트리스'의 가짜 판권이 해외에서 사고 팔린 뒤였다는게 문제다.

아타리, 스펙트럼 홀로바이트, 닌텐도까지 끼여 꼬이고 꼬인 저작권 에피소드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법정 공방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아타리의 '테트리스' 타이틀이 전량 회수되고 출시를 기다리던 25만 개의 타이틀도 폐기되기도 했다. 그런 역사를 가진 '테트리스'이기에 더욱 저작권 이슈에 꼼꼼한 편이다.

지난 2003년 국내 게임 업계에 불어온 '테트리스 멸종'도 앞서 저작권 다툼의 연장선이다. 당시 정식 라이선스 없이 서비스되던 게임에 대한 판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테트리스'류 게임 대부분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약 2년에 걸친 판권료 경쟁을 거쳐 NHN, 넷마블, 컴투스의 3개 대형 회사만이 정식 서비스 계약을 따냈다.

당시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테트리스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는 NHN, 넷마블 외에도 200여 곳에 달했다. 저작권 협상 이후 연합 전선을 펴고 저작권 협상 보다는 오프라인 게임인 '테트리스'와 '온라인 게임 테트리스'는 다르다는 논지를 펴던 다른 업체들은 정식 계약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넷마블과 NHN 등 대형 게임사가 저작권 계약을 함으로써 저작권을 인정해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계약 체결이 사실상의 베타적 사용권 체결이며 계약 자체도 독단적 행위라는 비난도 이어졌지만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넷마블은 '테트리스'를 위시한 다양한 캐주얼 웹보드게임을 서비스하며 1년 만에 1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3년 8개월 뒤인 2006년 11월 1일부터 넷마블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아 온라인 '테트리스'의 서비스가 중단됐지만 현재의 넷마블을 만드는데 '테트리스'의 저작권 계약이 기여한 바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넷마블이 자사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수 타이틀 '모두의마블'과 관련해 저작권 소송이 걸렸다. 물론 소송 제기 시점이 상장을 앞둔 때이기에, 아이피플스가 노린 감이 없지는 않다.

넷마블은 저작권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양사는 법적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다면 소송을 통해 명확히 대응하겠다는게 넷마블의 입장이다.

많은 '부루마블'식 게임들이 있지만 '부루마블'은 '모두의마블' 전후로 나뉜다고 평할 정도로 해당 장르에 큰 획을 그은 타이틀인데다, 이전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모두의마블'의 저작권과 관련해 이를 조사해보지 않았을리 없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소송이 걸려도 자신있다는 표현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아니나 다를까 넷마블은 아이피플스의 발표 직후 수 많은 반박 자료를 바로 내보였다. 해외의 경우 예전부터 유사 형태의 게임이 존재하며 지난 16년간 '퀴즈마블', '리치마블', '모두의마블' 등 동일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들을 서비스해왔다는 것이 넷마블이 제기한 반박의 골자다.

법적으로 걸린 시시비비를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넷마블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다만 넷마블이 이전 아이피플즈와 '부루마불'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하려다 실패하자 '모두의마블'을 독자적으로 론칭했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어느 쪽의 편을 들기는 힘든 상태다.

넷마블이 정말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바라는 것은 넷마블이 이전 '테트리스'의 일을 기억하고 있기를 하는 것이다. 이전 저작권 계약을 통해 저작권을 보호받아 성장한 과거를 말이다. 보호 받은 만큼 책임도 주어지는 것이 법이 아니겠는가.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