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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엔씨, 中 트라우마 벗을까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에게 중국은 상처다. 자신 있게 도전했다가 번번히 자존심을 굽혀야만 했던 곳. 온라인게임 강국인 한국, 게임 선진국인 미국(길드워)과 일본(리니지2)에서는 선두자리를 서봤지만, 중국에서는 늘 뒷자리였다. 비슷한 중화권인 대만까지 ‘리니지2’로 성공했던 엔씨인데 말이다.

오히려 중국은 국내서도 엔씨의 발목을 잡는 존재였다. ‘리니지’ 초창기부터 사설서버와 작업장, 오토 프로그램 등으로 유저들에게 욕을 먹게 하는 장본인이었으니. 그랬던 중국이 이제 최대 게임시장으로 성장했으니, 엔씨에게 중국은 애증의 대상일지도 모르겠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무협을 소재로, 영화에 버금가는 스토리라인과 컷씬을 보여줬던 ‘블레이드앤소울’ 역시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중국 최고의 퍼블리셔인 텐센트의 지원에, 동시 업데이트를 목표로 전담 개발팀까지 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기흥행에는 실패했다. 뛰어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 성공을 점쳤던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기자도 그 중 하나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중국 유저들은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점을 강조한다. 엔씨소프트 게임의 강점은 ‘경쟁’이다. 혈맹, 공성전, PVP 등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경쟁을 강조했다. 서구형의 협동과는 차이가 있는, 협동을 하더라도 인맥 속 협동이고 그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었다.

이러한 경쟁은 엔씨에게 약점이기도 하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현질’을 많이 해서라도 강해지고 싶은 이용자들의 욕구가 생겨날 수 밖에 없었고, 회사는 이로 인한 잡음과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했다. 또한 그것이 다수 유저들의 요구이기도 했다.

결국 엔씨는 ‘공정’이란 운영의 룰로 이를 막았다. 동일한 조건에서 모든 이용자들이 경쟁을 펼치도록 운영을 통해 편법적인 요소를 배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공정이란 틀 속에 대신 게임을 돌려주든, 현질을 하든 그것은 엔씨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철저히 정액제 모델 속에서 같은 선상에서 경쟁토록 하는 엔씨의 정책은 중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고, 그것이 초기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엔씨가 그렇게 막아놨던 ‘현질’과 ‘오토’는 이제 회사가 장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정액제인 ‘리니지’ 속에도 현질과 비슷한 부분 유료화 모델이 있다. 돈을 주고 시간을 사는, 그래서 남들보다 빨리 강해질 수 있는 속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리니지’ 매출을 받치는 버팀목 역할도 한다.

엔씨 스스로도 이러한 점을 잘 알 것이다. 10억이 넘는 인구로 인해 경쟁이 생활화 된, 사회주의 체제지만 더 자본의 위력을 아는 유저들에겐 공정한 룰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구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금 엔씨는 ‘리니지 레드나이츠’로 중국시장에 도전한다. 자신들이 리니지 IP로 만든 첫 모바일 게임이다. 그 동안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듯 칼을 갈았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개발사의 의무이지만, 상업성을 배제하고 게임성으로 승부를 내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국 유저들의 상업적인 욕구를 반영해야만 하고, 이러한 부분을 강화한다고 해서 게임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 동안의 실패로부터 얻은 경험이, 중국이 만든 ‘리니지 혈맹’의 성공과정을 지켜본 배움이 게임과 서비스에 녹였기를 빈다. 예술과 같은 게임성을 추구하며 순결하게 개발에 임하기엔 이미 국내서 먹을만한 욕은 다 먹지 않았는가. 국내 게임업체의 맏형이자 리더로서 무너진 자존심을 이번에야말로 꼭 회복하길 기대해 본다. 그게 비단 상업적인 성공에 그친다 하더라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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