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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은 상자의 꿈을 꾸는가

세운 전자 상가에는 상상과 구상들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상상 제작소가 있다. 여러 아이디어를 받아 의뢰인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현 방향을 잡으며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현실의 한계에 일부 포기하기도 하면서 여러 상상들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상상 제작소 사장님은 초등학생의 구상을 현실화한 작업이 최근 가장 인상에 남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 초등학생은 이 작품으로 대회에서 상을 받았지만 그보다 자신이 떠올린 구상을 실제로 만들어 낸 것이 더 기쁘다는 후기를 남겼다.

타인이 꾸는 꿈과 상상을 함께 공유하고 현실에 구현하는 작업에 대한 매력이 고된 일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상상 제작소 사장님의 얼굴은 굉장히 밝아보였다.

꿈과 상상을 구현하는 매체로써 게임은 영화, 소설과 함께 각광 받아 왔다. 소설이 인간의 상상력과 연상에 기반해 꿈을 구현해왔다면 영화는 연기와 연출, CG로 꿈을 눈앞에 보여줬다.

그리고 게임은 이보다 더 극적인 효과로 이용자들을 꿈 속으로 안내한다. 바로 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소설, 영화, 게임을 각각 3인칭, 2인칭, 1인칭적 꿈의 구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게임이 요즘 보여주는 꿈에 대해서는 실망을 금할 수 밖에 없다. 색과 모양만 다르지 내용과 결과는 비슷비슷한 꿈들이 상자에 담겨있다. 게임이 유도하는 꿈을 꾸는데 지친 이용자들이 다른 꿈을 찾기 위해 떠나거나 잠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이용자들은 상업성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임에 지쳤다. 꿈을 보여줘야할 게임이 꿈은 어디인지 모를 상자에 넣어두고는 운에 맡기라고 외친다. 운 앞에 누구나 공평하다고 하지만 결국 누가 이득인지는 명확하다.

이런 상업적인 게임에 반발해 만들어진 것이 인디 게임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몇몇 인디 게임도 당초의 취지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일부 인디 게임의 엄청난 상업적인 성공 이후로 인디적인 지향성을 포기하고 상업적인 성공만을 추구하는 소규모 스튜디오의 게임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인디 게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특히 얼리엑세스, 스팀 플랫폼 등의 발전 덕분에 거대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도 자유 경쟁과 개발자금 확보가 가능해진 현재는 더 심해졌다.

인디 게임은 게임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상업적인 게임만이 득세하자 이 게임들의 대척점에 서기 위해 시작된 일종의 문화운동으로서 출발했다. 그 시작에 견주어 볼 때 현재의 상황이 더욱 아쉽다.

결국 꿈을 잃은 것은 이용자 뿐이다. 개발사들은 나름의 꿈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된 게임이 그 본질을 벗어난다면, 과연 그것을 여전히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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