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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덥다, PC방 가자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에 잠 못 드는 열대야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라지만, 그런 말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때려주고픈 심정이 들 정도로 짜증나는 날들이다. 더위를 식혀주던 소나기나 장마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지난해에도 이렇게 더웠는지, 더위에 익어버린 머리 속엔 온갖 잡생각이 스친다.

집에서 에어컨이라도 실컷 틀어놓고 싶다만 최고 11배가 넘는 누진세가 무서워 그러지도 못하는 우리들이다. 주말이면 백화점, 영화관, 커피숍엔 사람들이 넘친다.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기 보다는 ‘더위를 피해 도망쳤다’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돈도 들지 않고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도서관이나 서점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만, 진득하게 앉아 책 읽는 것에 좀이 쑤시는 사람이라면 PC방은 어떠한가. PC방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곳이다.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고 안전하기까지 하다. 앞서 언급한 장소들 중 서점을 제외하고 압도적으로 싸고, 시원하게, 재미있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

서민들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요즘, 게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인터넷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콘텐츠가 많다. 발품 팔지 않고 쇼핑을 할 수도 있고 재미있는 TV프로그램 액기스만 뽑아서 볼 수도 있다. 뭐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10년 째 1000원 대에 묶여 있는 요금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금연법 덕분에 PC방 환경은 더 쾌적해진 것은 덤이다.

가성비 최고인 PC방이 피서지로 인기라는 것은 자료로도 나타난다. PC방 점유율을 조사하는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폭염이 지속된 7월 마지막주, 8월 첫 주 PC방 사용시간이 전년대비 10%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게임이 익숙하지 않다면 PC방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요즘 PC방엔 기본적으로 휴대폰 충전기가 설치돼 있으니 배터리 걱정 없이 게임하면 된다. 천원 안팎의 요금으로 시원한 환경에서 PC를 이용할 수 있고, 유료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휴대폰 충전까지 된다면 1석 3조 아닌가.

정보통신법이 바뀌면서 굳이 신상정보를 다 넣지 않아도 쉽게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40대 이상으로 게임이 친숙하지 않더라도 쉽게 쉽게 따라갈 수 있게 튜토리얼이 잘 구성돼 있다. 잘 할 거란 욕심만 버린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핫한 ‘오버워치’나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롤’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젊은 세대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재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 아닌가.

PC방이 어둡고 칙칙할 것이란 편견은 버리자. 깔끔하고 정돈된 인테리어로 까페 못지 않은 PC방이 우리 근처에 있다. 게임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사람이라도, 이번 주말 한번 가보길 권한다. 전기세 걱정도 없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자기 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단 초등학생들이 붐비는 PC방은 피해야 하지만.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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