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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한국형 포켓몬고 꿈깨라

지난 2009년 '명텐도'를 기억하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일본 게임기 닌텐도의 합성어인 '명텐도'는 2009년 2월 지식경제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의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해 볼 수 없느냐"고 발언하며 시작된 프로젝트다.

당시 닌텐도는 닌텐도DS(NDS)를 2007년 정식 발매하고 단일 기종으로 2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것을 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산 닌텐도를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자"고 천명했다.

3달 뒤인 2009년 4월 국산 휴대용 게임기가 출시되면서 명텐도의 실사 버전으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 게임기는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전부터 개발 중이던 제품이다. 이 게임기는 흥행에 실패했다. 이유는 경쟁력있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후 '명텐도'는 해외 성공 사례를 말 한마디, 정부의 자금을 투입한 사업 한 번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부 고위층의 대표적인 오류로 자리매김했다.

그 뒤 해외에서 무언가 돌풍을 일으킬 때마다 정부는 '한국형 XX'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해왔다. 얼마전 '알파고'와 이세돌 九단의 대국이 관심을 모으자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포켓몬GO'다. '명텐도'부터 줄기차게 제시된 "수십년의 노하우와 개발 역사를 지닌 히트 상품을 하루 아침에 만들 수 있다고?"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온데간데 없이 다시 한국형이라는 외침만 되풀이되고 있다. '포켓몬GO'역시 이전의 경우와 동일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닌텐도는 게임성 있는 작품을 매번 발매하고 있고 각 버전에 해당하는 만화도 지속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또한 매년 극장판을 발표하며 이와 관련된 프로모션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IP 유지의 노력인 이유가 매출 손해가 뻔한 국가에도 시장 가능성이 있다면 개봉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와 동시에 사운드트랙도 매년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세계 굴지의 톱 가수들 고용해 '포켓몬' 사운드트랙을 발표한다. 곡의 수준도 동요나 어린이용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높다.

이 것이 해외에서 포켓몬 IP가 1996년 출시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다. 추억이 추억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도 살아있는 IP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이다.

사실 '포켓몬GO'에서 구현된 기술은 이미 수년 전에 등장한 수준이다. 이 기술 위에 수십년간 만들어온 IP 파워를 얹어 성과를 낸 것이다. AR이 적용된 부분 자체도 실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오래 이용하면 어지럽다는 이유로 이 기능을 끄고 하고 있기도 하다.

즉 닌텐도의 '포켓몬GO'는 사실상 IP의 승리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닌텐도가 '포켓몬'에 아낌없이 투자한 IP의 관리와 투자가 빚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흥행한 난 게임들은 '윗선'의 결정이 아닌 프로젝트 담당자들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또한 충분한 개발 기간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길어야 1년 이하인 국가 사업 아래에서는 위 같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힘들기도 하다. 이렇게 시류에 따라 정책을 발표할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기반부터 다지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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