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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기도비닉, 은밀한 '암살자'의 기원

다양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이 캐릭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던가 '얘랑 얘는 좀 비슷한데?'하는 생각해본 적 많으시죠? 이 캐릭터들은 서로 베낀(?)게 아니라 콘셉트가 겹치거나 모티브가 겹친 경우가 많습니다.

해서, 이런 게임 속 같은 콘셉트의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그려지고 배경 설화나 전설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전설의 고향'의 열 번째 시간에는 '암살자' 캐릭터의 기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암살자·킬러·히트맨 뭐가 맞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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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하게도 남자 암살자는 얼굴의 일부를 가린 경우가 많고 여자 암살자는 몸의 일부를 가린 경우가 많습니다.

암살자와 동일하게 쓰이는 단어는 킬러, 히트맨, 살인청부업자 등 꽤 많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수많은 별칭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이 단어들의 어원을 찾아보면 한가지 기준에 의해 두 가지로 갈리게 됩니다.

바로 '돈'인데요. 킬러, 히트맨, 살입청부업자는 돈을 받고 고용돼 사람을 죽이는, 좋은말로 하면 해결사 아니면 범죄자들이고, 암살자는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위해 행동하는 '아사신'이 그 기원이죠.

이 '아사신'은 전설적인 한 인물이 기원이 아닌 단체에서 비롯했는데요. 바로 암살교단의 시초인 무력 행동대 '페다인 집단'입니다.

◆종교 공동체에서 태어난 '아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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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에 사바흐(105x년~1124년)

'아사신'은 니자리 이스마일파 전도사 하산 에 사바흐가 11세기 후반 페르시아 북부 엘부르즈 산맥에 종교 공동체를 설립하고 구성한 무력행동대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페다인 집단으로 불린 이 무력행동대가 바로 '아사신'인데요.

사실 '아사신'은 이니자리 이스마일파를 가혹하게 탄압했던 수니파들이 이들을 모욕적으로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니파들 조차 이들을 대단히 두려워했는데요. 그 정도로 역사 속에서 대단하게 활약했습니다.

하산 에 사바흐가 산중에 알라무트 요새를 축성한 뒤로 셀주크 튀르크에 대항하는 페르시아 독립 운동을 펼치며 이 '아사신'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게됩니다.

이 '아사신'은 암살교단의 시초가 되는데요. 암살교단은 니자리 이스마일파의 한 분파로 엄격한 규율과 훈련을 통해 종파상의 적대자와 정적을 암살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파입니다. 11세기부터 13세기에 걸쳐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이란, 이라크 등지에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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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사신'이라는 이름은 페르시아어 '하사신'(Hashashin)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 단어는 '해시시(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을 뜻한다는 해석입니다. 대마초로부터 추출한 마약 성분을 농축한 것을 해시시라 부르는데요. 암살교단원들이 환각제를 복용한 상태로 임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하기도 해 이로부터 하사신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시각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 교단의 창시자인 '하산을 따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는 의견입니다. 니자리파의 창시자인 하산 에 사바흐를 따른다는 의미에서 하사신이라 불렀다는 시각입니다. 이 '아사신'은 14세기 무렵부터 영어로 암살을 뜻하는 어쌔시네이션(assassination)의 어원이 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암살자의 임무는 암살(暗殺)이 아니었다?

암살은 '몰래 사람을 죽임'이라는 뜻의 명사인데요. 사실 암살자의 기원인 '아사신'들은 그와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아사신'들은 신앙심과 대담성의 정도에 따라 신참부터 대사제까지 계급을 나누어 구분됐는데요. 정신적·육체적으로 강력한 훈련을 통해 암살자로 양성됐습니다. 그 중 실제로 암살을 실행하는 것은 최하층에 속한 교단원의 임무였는데요. 이들은 주로 혼자서 암살명령을 수행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암살 계획은 비밀리에 세워지지만 그 실행은 되도록 군중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졌던 것인데요. 대중에게 자신들의 존재와 의도를 널리 알리고 적들에게 공포감을 더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테러리즘의 기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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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하고 잔인한 테러가 그들의 주 전술이었습니다.

군중이 많은 공개된 장소에서 암살이 행해졌기 때문에 암살에 나선 교단원은 임무의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대부분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는데요. 이렇게 죽을 것이 뻔한 암살을 행하는 교단원들을 '피다이'(자기 희생자)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죽음 앞에서도 태연하게 죽음을 맞았는데요. 그런 모습으로 안해 이들이 해시시(대마초)에 중독되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역사 속에서 암약하는 암살자들

암살자들은 엄격한 규율과 훈련을 통해 소수 정예로 키워졌는데요. 상부의 명령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무조건 복종하도록 반복적이고 약물을 사용한 세뇌를 지속적으로 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산 에 사바흐가 산중에 알라무트 요새를 세우고 이를 본거지로 삼아 종파상의 적대자를 말살한다는 교단의 독특한 성격에 기초해 차례차례 정적을 암살해 갔는데요. 독립을 명분으로 한 만큼 정치적인 목적이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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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최고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살라딘

파티마 왕조로부터 이집트를 빼앗았으며, 시리아에도 정복의 손길을 뻗었던 영웅 살라딘조차도 시리아의 니자리 이스마일파에게는 손을 쓸 수 없었는데요. 몇 차례 암살 시도를 당한 뒤 니자르파 토벌에 나선 살라딘은 니자리 이스마일파의 본거지를 포위하고 장기전을 펼쳤는데요.

어느 날 보초들을 세워두고 잠이 들었다 깨보니 그의 베개에 독이 든 과자와 한 장의 편지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 편지에는 "네가 어떻게 발버둥치든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라고 씌어 있었다는데요. 굉장히 소름끼치는 일이네요. 결국 살라딘은 '아사신' 들을 몰아내겠다는 생각을 접고 화친을 맺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각지에서 암살이 잇달아 일어났고 이슬람 세계는 공황 상태에 빠졌는데요. 당시 셀주크 왕조의 왕이었던 세말리크샤부터 여러 칼리파나 술탄들이 '아사신'을 몰아내기위해 공세를 펼쳤지만 모두 격퇴당했고 니자리 이스마일파는 시리아까지에도 근거지를 만들어 당시의 술탄을 니자리 이스마일파로 개종시키는 등 세력을 크게 확장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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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썌신크리드에도 등장하는 이스마일파의 근거지 마시아프(Masyaf) 성

이렇게 활개를 치던 니자리 이스마일파도 13시에 무렵 몽골족의 훌라구 칸에 의해 괴멸되는데요. 자신들이 보낸 사신을 암살한 것에 분개한 훌라구 칸은 페르시아 제국의 아사신파 요새들을 차례로 점령하고 1256년12월 5일 마침내 아사신의 근거지인 알라무트까지 함락시켰습니다.

이 전투로 인해 니자리 이스마일파의 유서깊은 도서관이 전소해 '아사신'에 대해 알 수 있는 경전, 기록, 외교문서 등 수많은 자료가 소실됐다고 합니다. 또한 1273년에는 시리아에 거점을 둔 교단도 맘루크 왕조의 술탄 바이바르스에 의해 차례로 소탕된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이후 니자리 이스마일파는 극소수 이단으로 몰려 각지에 뿔뿔이 흩어졌고 과거의 명성만을 남긴 채 교단의 실체는 점차 전설화되었습니다.

◆비슷하지만 뭔가 달라…게임 속 암살자들

암살자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는 많지만 닌자의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암살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가 많은데요. 그래서 처음에 서술했던 암살자·킬러·히트맨과 가장 유사한 캐릭터들만 꼽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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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브라더후드의 공식 마크인 블랙 핸드. 리스너 한 명과 스피커 네 명을 상징하는 심볼이다.

우선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엘더스크롤 '시리즈에 등장하는 암살자 집단 다크 브라더후드가 있는데요. 비밀스러운 암살자 집단 다크 브라더후드는 신과 같은 시디스와 그의 아내 나이트마더라는 존재를 섬기는 자들의 모임인데요.

다크 브라더후드는 각 지부마다 나이트마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인 리스너가 한 명씩 존재하고 리스너를 통해 해당 지역의 암살 임무를 의뢰받습니다. 사람들은 다크 브라더후드에게 의뢰를 하기 위해 인간의 뼈와 살 심장으로 인형을 만든 뒤 이 인형을 찌르면서 주문을 외치는 어둠의 성사를 행해야 합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이 곳에 가입해 이들의 일원으로 암살 임무를 행할 수도 있는데요. 종막에는 황제를 암살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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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FPS, TPS 슈팅 게임 '히트맨' 시리즈의 주인공 에이전트47은 청부살인업자의 이미지에 딱 맞는 캐릭터인데요. 게임 이름부터 청부살인업자죠.

에이전트47은 특별히 수집된 인간의 47번째 유전자와 어둠의 세력을 지배하는 4명의 보스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인간 병기입니다. 그는 시리즈 첫 작품에서 자신이 만들어진 실험실을 탈출해 이 4명의 보스들을 전부 암살했는데요. 이후엔 암살 조직인 ICA에서 활동합니다. 3편이 추가로 출시될 동안 ICA에서 잘 근무하던 그는 5편에서 ICA를 뛰쳐나와 적대 선언을 하죠. 연봉 협상이 실패했거나 승진이 안 됐던 모양입니다.

에이전트47의 트레이드 마크는 대머리와 뒤통수의 바코드, 완벽한 슈트핏인데요. 암살을 위해 만들어진 병기이기 때문에 그 실력은 그 업계에서 최고. 대머리는 역시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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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제라툴도 있죠. 제라툴은 프로토스 종족의 유닛 암흑 기사 영웅인데요. 프로토스 종족이 사용하는 사이오닉 에너지 대신 공허의 어두운 힘을 이용해 자신들의 몸을 숨기는 법을 배웠고 강력한 사이오닉 능력을 지녔습니다.

사이오닉 검에 공허 에너지를 집어넣어 강력한 데미지를 지닌 차원검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체력과 보호막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인데요. 대신 영구적인 은폐 기능을 가지고 있어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필수죠. 또한 암살 교단이 자랑했던 단검을 ㅣ이용한 '암살 실력'을 뛰어난 검술이라는 요소로 구현했는데요. '스타크래프트2'에서 캐리건과 만나는 인게임 영상을 보면 히드라리스크 4마리는 혼자서도 슥삭 해치워버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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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하면 '어쌔신크리드' 시리즈의 에지오 아디토레를 뺄 수 없죠. 시리즈내 최고 인기 캐릭터이기도 한 그의 등장 전후로 적어도 게임에서만큼은 암살자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는데요.

이전의 암살자는 그림자를 통해 몰래 이동하며 남에게 모습을 보이는 것을 굉장히 꺼려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어쌔신크리드' 이후의 암살자는 군중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화려한 복장으로 높은 곳에서 활강하기를 좋아하는(?) 이미지가 됐습니다. 화려한 액션에 무게를 둔 셈이죠.

다만 비밀 결사대라는 이미지와 공개적인 암살이라는 설정은 역사속의 '아사신'과도 궤를 같이하는데요. 특히 게임이 주요한 흥행 요소 중 하나가 실제 역사적 배경을 적절히 녹여낸 스토리이기에 더욱 몰입해 플레이하게 됩니다.

여러 직업이 등장하는 게임이라면 거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암살자. 그만큼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일 텐데요. 은폐엄폐에 중점을 두었던 암살자가 화려한 액션의 스턴트맨이 되기도 한 만큼 이후의 암살자 캐릭터는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해집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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