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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그는 부장이 싫었나

으레 직장인들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를 보면 신입사원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부장님'은 신입사원을 괴롭히는 캐릭터로 많이 등장하죠. 그래서 주인공의 휴대전화에는 이 '부장님'이 온전한 이름으로 저장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심지어 '개XX' 등등으로 저장돼 있기도 하죠.

왜 이런 얘기를 서두에 까냐구요? 이번 ABC에서 이야기할 소재가 바로 이거 거든요. 이번 ABC에서는 A매체 B기자의 스마트폰을 우연히 본, C부장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A매체는 매주 월요일 오전에 주간 회의를 합니다. 그런데 C부장은 하필 월요일에 늦잠을 잤습니다. 회의에 늦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하고, 거칠게 페달을 밟아 출근을 했죠. 회의는 무사히 마쳤지만 이런, 스마트폰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요.

아침에 급하게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서인지 방에 두고 온 것 같기도 하고, 가방 어딘가에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C부장은 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B기자에게 "내 폰에 전화 좀 해봐"라고 했죠. B기자가 전화를 걸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는데, 갑자기 C부장이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이 어디있는지 찾았냐고요? 아닙니다. B기자의 액정에 표시돼 있는, 그러니까 자신의 이름을 보고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거죠. 아까 얘기했던 '개XX' 같은 표현은 아닙니다. 다만 이름이 잘못 저장돼 있었는데요. C부장의 이름 중 가운데 글자가 틀리게 저장돼 있었습니다.

일순 사무실에 있던 모든 기자들이 어이없는 웃음을 짓기 시작합니다. C부장의 허탈함 섞인 너털 웃음은 멈출 줄 모르네요. 참고로 B기자는 A매체에 입사한지 1년 4개월이 지나갑니다. C부장은 급기야 B기자에게 "야, 너 내 이름 뭐야"라고 묻기까지 합니다. 당연히 이름은 알고 있지요.

재미있는 것은 이 상황에 대해 B기자가 별다른 대꾸를 안했다는 겁니다. 대부분 이런 상황이라면 '어라, 왜 이렇게 저장이 돼 있지?'라며 급하게 고치는 제스추어라도 취했겠지만, B기자는 그저 C부장과 함께 웃고 있었을 뿐이지요.

매일 전화도 하고, 단톡방에서 대화도 하는데, 이름이 잘못 저장돼 있는 것을 몰랐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B기자가 처음 잘못 저장한 것을 귀찮아서 그냥 그대로 뒀는지, C부장을 부정(?)하기 위해 일부러 이름을 잘못 저장한 채 뒀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본인만이 알겠죠.

C부장의 웃음을 보며 왠지 리쌍의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가 생각이 나네요. 혹시 B기자를 만나는 분이 있다면 스마트폰을 한 번 보여달라고 해보세요. 다르게 저장이 돼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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