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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고향] 샤코? 조커? 광대 캐릭터의 기원은?

다양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이 캐릭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던가 '얘랑 얘는 좀 비슷한데?'하는 생각해본 적 많으시죠? 이 캐릭터들은 서로 베낀(?) 게 아니라 콘셉트가 겹치거나 모티브가 겹친 경우가 많습니다.

데일리게임은 이런 게임 속 같은 콘셉트의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그려지고 배경 설화나 전설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전설의 고향'의 첫 시간은 '광대' 캐릭터들의 기원입니다.

[전설의고향] 샤코? 조커? 광대 캐릭터의 기원은?

◆'광대' 캐릭터 참 많죠?

한국어로는 '광대' 한 단어로 표현되지만 서양에서 광대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눠지는데요. 하나는 '클라운'(Clown) 다른 하나는 '피에로'(Pierrot)의 광대입니다. 이 둘은 성격이 다른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광대는 대부분 '클라운'입니다. 장난기 많고 진한 화장에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가지고 있죠. 반면 '피에로'는 비극적인 광대로 웃지 않습니다. 눈 밑에는 항상 눈물이 그러져 있죠.

피에로의 분장은 얼굴의 흰색과 선을 표현할 검정 그리고 입술을 칠할 빨간색이 기본입니다.
피에로의 분장은 얼굴의 흰색과 선을 표현할 검정 그리고 입술을 칠할 빨간색이 기본입니다.

이런 광대하면 떠오르는 게임 캐릭터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리그오브레전드'의 '샤코', '스카이림'의 '시세로', '데빌메이크라이'의 '제스터', '록맨'의 '매시', '클라운 맨', '포켓몬스터'의 '마임 맨', '블레이드앤소울'의 '베이도'등……. 정말 많네요.

일부 RPG에서는 아예 직업이 광대인 경우도 있을 만큼 광대는 여러 게임에서 등장해왔는데요. 이 광대들은 웃음과 노래, 장난, 음악 등의 밝은 모습이 있는가 하면 섬뜩한 장난을 치거나 갑자기 나타나 놀래거나 때에 맞지 않는 과도한 웃음으로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전설의고향] 샤코? 조커? 광대 캐릭터의 기원은?

이런 광대의 상반된 이미지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외국에서는 광대 공포증이 정식 질환으로 인정될 정도로 널리 퍼져 있기도 합니다. 이런 광대의 무서운 이미지들은 바로 실제 사건과 영화의 영향을 받아 점차 만들어졌습니다.

◆어린이의 친구이던 광대가…왜?

과거의 광대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친근한 이미지였습니다. 국내에서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미국 등의 서양에서는 아이들의 생일잔치에 빠져선 안될 초대 손님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죠.

1950년대 미국에서 방영된 인기 어린이 TV 프로그램 '아우디 두다'쇼에 나오는 '클라라벨'을 비롯한 TV에서 비치는 광대의 모습은 아이들의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패스트푸드 맥도날드는 1963년 붉은 머리에 진한 분장을 하고 노란 옷에 커다란 신발을 신은 광대 '로널드 맥도날드'를 마스코트로 삼아 TV와 여러 매체에 등장시켰습니다. 이렇게 광대는 사람들과 더욱 친밀함을 높였죠.

은퇴설이 돌기도 했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맥도날드 마스코트 로널드 맥도날드. 50년이 넘게 마스코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은퇴설이 돌기도 했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맥도날드 마스코트 로널드 맥도날드. 50년이 넘게 마스코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렇던 상황이 반전된 건 1978년 무렵 발생한 한 사건 이후의 일입니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요. 연쇄살인범 존 웨인 게이시가 체포된 뒤 그의 엽기적인 범죄 행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친구였던 광대의 이미지가 공포스러운 것으로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광대 밤에는 살인마…'광대 살인마' 사건

존 게이시의 광대 분장 모습
존 게이시의 광대 분장 모습

미국의 연쇄 살인마 존 웨인 게이 시는 1972년과 1978년 사이 33건의 살인 및 상해 사건을 대한 범행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사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1978년 12월 21일 게이시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직원 중 하나가 그가 30 건 이상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신고하며 이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경찰은 마약 소지 혐의로 게이시를 체포한 뒤 그의 가택을 수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끔찍한 현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존 게이시의 집
존 게이시의 집

바로 그의 집 마루 밑에서 다수의 시체와 인골을 찾아낸 것인데요. 발견된 사체의 수만도 27구에 달했습니다. 경찰의 추궁을 받은 게이시는 자신이 30여 건의 살인을 저질렀고 사체 대부분을 자신의 집에 묻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마루 밑에 더 이상 시신을 감출 공간이 없어지자 다섯 구의 사체를 강변의 다리 밑에 유기한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렇게 발견된 시신 중 8구의 사체는 훼손 상태가 극심해 신원 파악조차 힘들었다고 합니다.

마루 밑 시체 유기 장소
마루 밑 시체 유기 장소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안겼는데요. 조사 진행이 실시간으로 방송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뇌리에 깊게 박히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특히 그는 '광대 살인마'(Killer Clown)라는 별명으로 악명을 떨쳤는데요. 이는 그가 '광대 포고'(Pogo the Clown)라는 이름으로 종종 아이들과 이웃들을 위한 공연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얼굴의 광대 살인마 게이시
두 얼굴의 광대 살인마 게이시

낮에는 광대 분장을 하고 어린이들과 이웃들 앞에서 웃던 사람이 밤이 되면 분장을 지우고선 희생자를 찾아 다니는 두 얼굴의 광대였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게이시도 "광대는 살인에서 자유롭다"는 등의 말을 해 이런 미치광이 광대의 의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했습니다.

◆미치광이 광대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한 제작자들

이 사건은 큰 파장만큼이나 많은 영상 제작자 및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광대가 좀비나 뱀파이어, 괴물처럼 공포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게 된 것이죠.

고전 공포 영화 '폴터가이스트'에서는 광대 인형이 등장해 주인공인 어린이 '로비'를 괴롭히고 공격하는 등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주도해가는가 하면,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미니시리즈 '잇'(It)에는 광대의 모습을 한 외계인 '페니와이즈'가 등장해 괴물과 광대가 혼합된 괴이한 모습으로 목적 없는 살인을 일삼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영화 폴더가이스트 포스터
영화 폴더가이스트 포스터

이런 '광대 살인마' 이미지는 요즘에도 널리 사용되는데요. 미국 유명 TV 시리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서는 지난해까지 광대 살인마 '트위스트'를 등장시켜 많은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했죠.

이렇게 오랜 기간 실제 사건과 영상, 소설 등에서 다뤄진 이미지로 인해 광대는 즐겁고 명랑한 이미지와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갖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공포증으로까지 확산된 충격

충격적인 사건 이후 광대 공포증(coulrophobia)이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는데요. 국내에는 드물지만 해외, 특히 서구권에서는 광대에 대한 공포를 지닌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인 조니 뎁,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이 광대 공포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분장한 광대를 보면 숨이 막히고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이 특징인 이 병은 피에로 공포증이라고도 하며 환 공포증과는 달리 실존하는 병리학적 증세로 인정받은 증세입니다.

광대 공포증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다양한 캐릭터 중 특이한 유형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인 귀신이나 괴물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광대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같은 공포는 인간의 사회성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광대의 진한 분장으로 덮인 얼굴에서 인간적인 표정 변화를 찾아볼 수 없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익명성에 대한 공포가 점차 퍼졌다는 학설이 유력한 상태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광대 캐릭터들

이런 광대의 모습을 한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일반 상식에 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건 기본이고 남을 놀래기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며 자신이 죽는 것에 개의치 않는 모습도 한 부분입니다.

특히 어떤 때라도 얼굴 가득한 웃음이 키포인트인데요. 이런 모습을 통해 보는 사람이 더욱 괴기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근처에서 있을 법한 공포. 실존하는 공포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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