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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RPG만 남은 모바일 생태계

한 때 우린 일본의 갈라파고스 현상을 걱정한 적이 있다. 세계 게임시장 흐름과 동떨어져 자신들만의 게임을 만드는 일본은, ‘자신들의 표준’만을 장인정신으로 고집하는 그 현상으로 인해 게임산업이 휘청거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내 인기 정상을 달리던 모바일게임들은 바다만 건너면 흥행에 참패했다. 의욕적으로 국내로 진출한 일본 회사들은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고 짐을 싸 돌아갔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보노라면 일본의 그것처럼 걱정된다. 땅이 넓은 일본은 우리보다 더 오래 생존을 할 가능성이 크기에 우려는 더 크다. 지금 국내 모바일 생태계는 ‘RPG의, RPG에 의한, RPG를 위한’ 환경으로 바뀌어 있다. 종(장르)이 다른 게임은 등장하기도 힘들고, 나타나도 곧 멸종한다. 다양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장이 RPG를 원하기에 내놓는다’는 것이 대부분 업체들의 시각이다. 온라인 시절부터 MMORPG를 잘 만들어왔던 DNA에, RPG에 익숙한 이용자들의 습성이, RPG 흥행시대를 도래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 내 8~9종이 RPG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현 현상만을 보고 내린 결론이다. 생각해보면 우린 RPG도 잘 만들었지만, 넥슨이 중심이 된 캐주얼 전성시대를 경험한 경험도 있다. 또한 모바일 게임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씨앗은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쿠키런’ 같은 RPG가 아닌 게임들이었다. ‘모두의마블’ 같은 캐주얼게임도 여전히 매출 상위권이지 않는가. 캐주얼 시장이 존재하지도 않는데 RPG에 ‘올인’하는 이 현상은 단순한 유행으로 봐야 할지, 관성으로 봐야 할지 헷갈린다.

눈을 세계로 돌려보면 현상은 우리의 RPG 집착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클래시오브클랜’, ‘캔디크러시사가’, ‘게임오브워’ 같은 전략게임이 인기다. RPG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20위권 내에 있다. 갈라파고스라 걱정했던 일본에서는 ‘몬스터스트라이크’, ‘던전앤드래곤’, ‘라인디즈니썸썸’ 등 우리와 다른 RPG나 카드, 퍼즐게임이 인기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62억과 60억 달러 규모로 세계서 2, 3위 큰 마켓이다. 전세계적으로는 캐주얼이나 전략게임이 인기지, RPG가 대세는 아니다.

우리가 RPG에 집착하는 이유 중 큰 하나는 중국 때문이다. 1위 시장인 중국은 65억 달러 규모고 ‘몽환서유’, ‘대화서유’, ‘열혈전기’ 같은 RPG가 매출 탑3다. 온라인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한국서 선전하면 중국서 흥행할 것이라 믿고 싶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이다. 알다시피 지금 중국은 우리의 IP(지적재산권)만 필요하지, 한국이 만든 모바일게임을 원치 않는다. 과거 통하던 공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게 중국시장이다.

국내 출시되는 RPG들은 더 이상 게임만으로 차별성을 꾀하기 힘들어졌다. 과거부터 학습된 RPG라면 있어야 하는 시스템, 중국을 모방 발전시킨 비즈니스 모델, 자동사냥 등 정형이 만들어진 상태다. 승부는 얼마나 유명한 모델을 사용한 매스미디어 마케팅을 하느냐에 갈리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그래픽만 다른 게임을 즐기다, 더 유명한 게임이 등장하면 미련 없이 떠나는 구조다.

믿었던 중국서 외면당하고 할 수 없이 내수시장만 보고 피 터지게 경쟁하는 것이 얼마나 미래지향적인 것인지 모르겠다. ‘서머너즈워’ 글로벌 성공을 보며 ‘글로벌 원빌드’ 전략을 세웠던 회사들이 해외서 고전하는 이유는 트랜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RPG로 성공하려면 온라인 때처럼 현지화가 필수로 여겨진다.

대작 모바일RPG가 성공한다는 공식은 얼마 되지 않아 깨질 것이다. 가뜩이나 남는 게 없는 모바일 사업구조에서 인력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RPG에 집착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행은 돌고 돌고, 모바일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한다. 몸집을 더 키우기 보단 쪼개고 하나에 올인하기 보단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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