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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플스3로 군용 서버를? 미군VS.소니 소송 사건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데일리게임은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게.이.머'의 열 여섯 번째 시간은 소니의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와 미국 공군이 갈등을 빚은 사건인데요.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진 이 사건으로 인해 플레이스테이션3의 앞선 CPU 칩셋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어떤 일이길래 미 공군과 소니가 소송까지 벌이게 됐는지 지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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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3(출처: 소니 공식 홈페이지)

◆사건의 발단

사건은 U.S AirForce, 미 공군이 클러스터링 컴퓨터를 기반으로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만들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미 공군은 무인 비행기나 위성이 찍어온 사진 자료와 기후, 지형 등의 여러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연산하고 판독하는데 클러스터링 컴퓨팅을 적용하고자 했죠.

그런데 별도의 정보 부대와 미국 육군, 해군과 통합이 아닌 공군 자체적인 사이버 사령부가 있을 정도로 전산업무에 특화된 기관 중 하나인 이 미 공군이 목표했던 클러스터링 컴퓨팅에 기반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데 일본의 플레이스테이션3를 사용하는게 최대 효율을 낼 것이라는 결론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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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슈퍼컴퓨터의 모습(출처: IBM)

왜 하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콘솔 게임기 XBOX도 아닌 일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였냐고 한다면, 플레이스테이션3에 들어가는 CPU '셀 칩'이 셀 프로그래밍에 탁월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셀 칩'은 당시 소니에서 개발 중이던 CPU 칩셋 형식으로 다른 CPU들과 비교해 굉장히 독창적인 방식의 칩으로, 이론상 연산 처리 속도가 다른 CPU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 공군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3의 CPU 칩셋의 성능을 활용한 서버를 구축하려 한 것이죠.

분당 수십억 화소를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 성능이 굉장하긴 하네요.

◆월등한 가성비, XBOX까지 활용

미 공군의 주장으로는 슈퍼컴퓨터로 클러스터링 시스템을 구성할 시 200만 달러가 넘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3은 대당 400달러로, 단위당 1만 달러의 비용이 드는 슈퍼컴퓨터에 비해 구성 시 동일 성능을 내는데 획기적인 비용 감소를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3 기반의 슈퍼 컴퓨터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에너지 효율인데요. 슈퍼컴퓨터에 비해 단지 10%의 전력만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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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3로 구축한 클러스팅 컴퓨팅 시스템

효율 대비 가격이나 성능에서나 플레이스테이션3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굉장히 이득인 것이죠. 2010년 12월 공식 발표를 통해 이 결과가 알려지자 미 공군 뿐만 아니라 미 공군연구소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3를 구입해 연구목적(연산체계)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미육군도 최초로 선물이나 복지용이 아닌 클러스터링 컴퓨팅을 위해 XBOX를 구입해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야흐로 콘솔 기기 클러스터링 시대가 도래한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전혀 별개의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해킹이 두려워 기능 삭제, 그런데…

미 공군이 플레이스테이션3를 활용해 서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3 최초 발매 시 만들었던 기능인 '아더 OS'(Ohter OS) 덕분이었는데요. 플레이스테이션3용 콘솔 OS가 아닌 다른 OS도 플레이스테이션3에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이었습니다.

이를 이용해 미 공군은 리눅스를 설치하고 클러스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더 OS 기능은 소니에서 자체 제공한 기능인 만큼 해킹이나 크랙 등의 위법 행위가 아닌데요. 문제는 이후 이 기능으로 인스톨한 리눅스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3를 해킹하는 사건이 벌어져 소니에서 부랴부랴 이 기능을 삭제하게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완벽히 해킹해 플레이스테이션3에서 크랙된 게임을 실행 가능한 커스텀 펌웨어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PC상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일종의 에뮬레이터인 홈브류를 만들어냈으니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소니는 긴급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죠.

아울러 콘솔 기기만 팔아서는 사실상 적자를 보게 돼있는 소니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메리트 없는 일이기도 했죠. 기기의 특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해도 주 고객층인 게임 소프트 구매자들과는 연관성이 적은 일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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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군이 플레이스테이션3로 클러스팅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알린 해외 외신 기사

◆이제 쓰시면 안되요. 뭐? 너 고소!

소니 입장에서는 미국방부 외에도 많은 이용자들이 플레이스테이션3의 본 목적인 게임 외의 서버나 클러스터링 등으로 활용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걸 손빨고 바라보고 있기는 힘들었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콘솔 기기 판매량에 비해 게임 소프트웨어 매출 비율이 점차 감소하는 걸 체감한 소니는 업데이트를 하거나 A/S를 진행하면 아더 O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소니가 아더 OS 기능을 막자 크랙 행위로 간주되는 것도 아니고 출시 초반 광고와는 다르게 사용할 수 없게 한 것 때문에 허위 광고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본 목적 외의 용도로 가장 활발히 활용했던 미 공군은 결국 일본 소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소송 내용은 미 공군이 가진 플레이스테이션3를 수리할 경우 아더 OS 기능을 다시 복구할 것이었습니다.

사실 소송 내용부터가 비상식적이긴 합니다. 아무리 제조사가 만들어 둔 기능이라고 해도 아더 OS 기능은 엄밀히 말하면 크랙 행위의 일부죠. 그런데 미 공군은 이 크랙 행위를 앞으로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니 말입니다.

◆예견된 소송 결과

소송 결과는 미 공군의 대패였습니다. 미 공군을 포함한 기타 소송원들 모두가 소송에 패소했죠.

사유는 미 공군과 기타 소송원들로 구성된 원고가 주장했던 "플레이스테이션3 본체의 보증 기간 동안 아더 OS 기능과 PSN(PlayStation Network) 접속 기능을 같이 이용할 권리가 있다"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결국 미 공군과 육군은 눈물을 머금고 클러스팅 시스템 구축에 사용했던 플레이스테이션3를 모두 원상 복구해 병사들에게 나눠주는 식으로 해체했다고 합니다. 소식이 전해지며 미군산 플레이스테이션3가 시장에 돌고 있다는 괴담 아닌 괴담이 돌기도 했죠.

이 사건과는 별개로 사건 종료 후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해킹을 우려해 아더 OS기능을 막고 나서는 소니의 실수로 펌웨어 암호화 키가 유출되면서 커스텀 펌웨어가 만들어지고 만 것입니다. 소송까지 승소로 이끌며 삭제한 기능인데 실수로 중요 사항이 유출돼 해킹을 당하다니 아이러니하네요.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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