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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테일즈 정성환 대표가 게임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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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만 하더라도 게임하면 스토리였다. '영웅전설', '이스', '파이널판타지', '파랜드택틱스' 등 물 건너온 RPG들은 수많은 게이머들의 가슴을 울렸다. RPG 뿐만 아니다. RTS 장르의 부흥을 이끈 '스타크래프트'도 게임성과 함께 스토리 역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쏟아져 나오는 게임들을 보면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 짜릿한 손맛을 강조하는 게임들이 많다. 스토리는 뒷전이 됐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스토리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빨리 강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모바일 RPG만 해도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스토리를 건너 뛰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컷신이 펼쳐지면 '스킵' 버튼의 위치부터 찾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게임업체 대표가 있다. 게임테일즈 정성환 대표 이야기다.

게임테일즈 정성환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액토즈, 네오위즈, NHN 한게임, 구름인터렉티브, 바른손 등을 거치면서 게임 관련 경력을 쌓으면서 책도 여러 권 냈다. 게임도 잘 알고, 글도 잘 쓰는 덕에 퀘스트나 시나리오 외주도 여럿 맡았다.

그런 정성환 대표가 만든 모바일 RPG '히어로즈리그'는 어떤 게임일까? 4일 구글 플레이에 정식 출시된 '히어로즈리그' 개발사 게임테일즈를 찾아 정성환 대표를 만났다.

◆게임은 내 운명

정성환 대표가 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1986년 친구 집에서다. 지금 보면 조악하기 그지없겠지만, 당시만 해도 애플 컴퓨터에 4인치짜리 모니터에서 돌아가는 게임은 정성환 대표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컴퓨터 게임을 처음 보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더라고요. 친구에게 가격을 슬쩍 물어봤는데 500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 500만 원이면 어휴. 그래서 걔랑 친해졌어요(웃음). 중학교에 올라갈 때 아버지가 대기업 지사장에 앉으시면서 그제서야 제 컴퓨터가 생겼죠."

정성환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했다. 그래픽 관련 공부를 하면서 컴퓨터 음악에도 빠져들었다. 그리고 PC통신을 하며 글도 썼다. PC통신을 하다 '별바람' 김광삼 교수를 만나 함께 음악을 하기도 했다.

1998년부터 게임을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게임을 개발하려면 PC를 판매해야 하는 독특한(?) 경험을 하기도 했던 정성환 대표는 지팩이라는 모바일 게임업체에 들어가 '알바전설', '약국타이쿤' 등을 만들었다. 특히 피처폰 시절 국내 최초로 '알콩달콩 연애일기'라는 연애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는데, 여자들이 남자를 꼬시는 역발상 콘셉트로 꽤 인기를 누렸다고.

정성환 대표는 2000년대 초부터 액토즈를 시작으로 NHN 한게임, 구름인터렉티브, 네오위즈, 바른손을 거치면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액토즈의 제의를 받아 게임테일즈를 설립했다. 처음엔 액토즈의 자회사 격으로 시작했지만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서 독자적인 회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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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테일즈 초창기에는 독특한 게임을 많이 선보였다. 저울을 보고 숫자를 더해 퍼즐을 풀어가는 '시소팡'이나 동체 시력을 강화하는 '와리가리 드래곤' 등 따로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게임을 보고 먼저 연락해 오는 곳들이 많았다.

"'시소팡'이나 '와리가리 드래곤' 같은 게임을 계속 만드니까 사람들이 우리가 기능성·교육용 게임을 만드는 곳인 줄 알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이런 류의 게임은 돈을 벌기가 힘들다. 가벼운 게임만 만들던 정성환 대표는 '이대로는 회사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개발을 시작한 게 '히어로즈리그'다.

◆'히어로즈리그'만의 매력? 스토리텔링!

'히어로즈리그'는 정성환 대표의 노하우가 잘 녹아든 게임이다. 정성환 대표의 노하우를 얘기하자면,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글을 썼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 '색마전설'이라는 소설인데, 20만부 이상이 팔렸고, 이후 스테디셀러까지 올랐다. PC통신에 연재할 때도 조회수가 300만을 넘었다.

"'색마전설' 말고도 사일런트테일이라는 SF소설도 썼어요. 또 '그와 그녀를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로맨스 소설도 있죠. 경찰 서장의 딸과 아버지 없이 가장으로 사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저와 아내의 스토리를 담은 책이예요."

정성환 대표는 퀘스트 시나리오 외주도 많이 맡았다. 게임도 잘 알면서 글까지 잘 쓰니, 개발사 입장에서는 딱 맞는 사람이었던 것. '세븐데이즈워', '코어마스터즈' 등 정성환 대표의 손을 거친 게임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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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리그'를 개발하면서 정성환 대표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 또 퀘스트가 지루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썼다. 퀘스트 시나리오 외주를 맡아오면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면서 쌓은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게임이 '히어로즈리그'다.

"예전에 '와우'를 했었는데 초기 퀘스트가 굉장히 불편했어요. 이용자 입장에서는 퀘스트가 정말 싫었죠. 하지만 80레벨 정도 되면서 퀘스트 동선이 짧아졌어요. 이야기 호흡도 짧으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죠."

아이템 하나하나 설명을 읽어보는 재미도 '히어로즈리그'만의 특징이다. '마법의 나뭇가지'라는 아이템의 설명은 '마법이 깃들어 굉장히 강할 것 같지만 알고보면 그냥 나뭇가지'다. '마법의 나뭇가지'처럼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가 하면 '색맹이었던 남자가 선물로 준 빨간 반지'라는 '파란반지'라는 아이템도 있다. 아이템 하나에 이야기를 담은 셈이다.

◆'도탑전기' 오마쥬

사실 '히어로즈리그'는 '도탑전기'와 상당히 흡사하다. '도탑전기를 베낀 게 아니냐', '도탑전기 짝퉁'이라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도탑전기'라는 게임이 하나의 장르가 됐어요. 하지만 '도탑류'로 불리는 게임들을 보면 아쉬운 것들이 눈에 띄잖아요. '도탑류' 게임을 만들되, 우리 색깔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히어로즈리그'를 개발했어요. 콜라만 봐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있는데, 코카 팬이 많지만 펩시 팬도 분명히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죠."

정성환 대표는 '히어로즈리그'를 '도탑전기' 오마쥬라고 소개하면서, '히어로즈차지'처럼 '도탑전기'의 리소스를 가져가 베낀 게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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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고, 한국에 들어와 돌풍을 일으켰던 '도탑전기'는 모바일 RPG를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게임이다. 그런 '도탑전기'와 시스템이 비슷한 만큼 '히어로즈리그'는 튜토리얼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도탑전기'와 동선이 똑같지만 내용은 달라요. 만약 '도탑전기'에 있던 게 콜라였다면 '히어로즈리그'에는 녹차가 있는 거죠. CBT 때 '도탑류'를 좋아하는데 다 중국산 게임 밖에 없어서 국내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기다렸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다른 색감을 원하는 이용자들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물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을 직접 즐겨보고 '아, 게임테일즈가 꽤 노력을 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개발했다.

"또 '와우' 얘기를 하게 됐는데, 대격변이 나오기 전에 '탐험가' 칭호를 얻었어요. 적진의 맵까지 다 열어야 받을 수 있는 칭호인데, 저는 그게 재미였거든요. '히어로즈리그'도 그런 재미를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게임 속에서 이야기 풀어가고파

정성환 대표는 게임 속에 이야기가 잘 녹아있는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했다. '몽키아일랜드'나 '인디아나존스', '이코', '림보' 등 여운이 남는 게임들 말이다.

"'이코' 엔딩을 보고 울었어요(웃음). 그래서 꼭 돈을 많이 벌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안팔려도 돼요. '이코'도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아직도 게이머들에게 명작이라고 불리잖아요? 그런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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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대표가 게임테일즈를 창업한지도 3년이 됐다. 액토즈와 지분 싸움을 하고, 개인 빚을 내가면서까지 독립법인으로 만든 이유는 게임테일즈라는 이름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게임 쪽 일을 하면서 창업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만약 게임회사를 차린다면 이름은 무조건 게임테일즈로 짓겠다고 생각했단다.

"게임테일즈의 테일(tale)은 이야기, 소설이란 뜻이지만 전설과 설화, 판타지적 요소가 담겨있는 단어예요. '영웅전설'이나 '이스' 시리즈 등 명작을 만들었던 팔콤처럼 게임테일즈도 제대로된 스토리가 담겨있는, 그런 명작들을 만드는 게임사로 키우고 싶어요."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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