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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문체부 부탁따로 지원따로

얼마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하철역에 내건 광고 '대한민국 게임산업 일자리를 부탁해'가 화제가 됐었다. 물론 좋은 의미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건 아니었다.

이제껏 게임은 마약이니 치료해야할 독성을 가진 중독 물품이니 하는 광고만 내걸던 정부가 갑자기 얼굴을 바꾸어 일자리를 부탁한다니 누가 좋아라하겠는가.

광고 내용도 게임 업계 종사자 수가 영화 산업 종사자보다 3배이고 관련 업체도 굉장히 많으며, 연매출이 9조9000억 원에 달한다는 내용 뿐이다. 이를 위해 뭘 했는지, 앞으로 어찌 하겠다를 밝히는 게 아니라 그냥 대책없이 부탁한다.

어찌됐건 부탁을 하려면 태도라도 공손해야할 터인데, 정부 부처의 신년 보고안을 보면 당췌 그런 기색이 없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성남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을 주제로 열린 합동 업무보고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등 6개 부처는 판교-상암에 아시아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보고를 올렸다.

요약하면 입주 업체에 대해 대출 49조 원, 보증 23조 원, 투자 8조 원 등 총 80조 원의 정책자금을 올해 공급하는 큰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를 핵심 거점으로 삼아 당국이 문화 융성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집중하겠다는 발표다.

그런데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게임·웹툰 등 차세대 유망 콘텐츠도 집중 육성한다는 말과는 달리 게임과 관련된 투자 분야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뿐이다.

또한 이를 통해 제작하려는 융복합 기능성 게임의 예시도 콘도, 리조트 등에서 이용하는 가상현실 스포츠뿐 '게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콘텐츠는 전무한 수준이다.

게다가 이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사활을 걸고 진행'한다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위해 개설한 '문화창조벤처단지'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 사업은 콘텐츠 기업을 한데 모아 두고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문화콘텐츠 제작이 목표로, 입주한 여러 벤처기업들이 서로가 가진 다른 분야의 콘텐츠를 융합해 전혀 새로운 '빅 킬러 콘텐츠'를 생산해보자는 게 주요 골자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서도 차세대 유망 콘텐츠로 게임을 언급했지만 게임과 관련된 투자 분야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뿐이다. 물론 현재 신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VR게임 산업이지만 기존 게임 업계의 설 자리도 위협받고 있는 상태에서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신대륙만을 보고 달리기에는 서류상의 경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를 부탁한다니. 험한 환경에서도 질기게 생존 중인 게임산업의 생명력을 높이 보고 여력이 있다 판단한 것인지, 됐고 일단 내놓으라는 심보인지 영 판단이 힘들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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