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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누가 건담을 죽였는가

반다이남코코리아가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의 출시 5개월만에 극약 처방에 나섰다. 이용자의 피드백을 적극 수렴해 PVP 모드를 추가하고 PVE를 개선한다며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하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글쎄올시다"다.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의 현 상황은 굉장히 심각하다. 이용자 반응을 체감하기 위해 소식이 알려진 당일인 27일 오후 10시경 게임에 접속했지만 접속 인원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고 채팅에 응하는 사람은 제로였다.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이용자가 적을 수도 있었지만 '이 정도 인원으로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은 지난 8월 론칭 업데이트 후 근 4개월간 이렇다할 업데이트가 없었다. 상품 판매 종료, 새로운 캐시 아이템 출시, 상점 UI 변경 외에는 서바이벌 미션 실패 시 보상을 미지급으로 변경한게 끝이다. 이용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 이번 달 초 2회에 걸쳐 실시한 상위 랭킹 달성 이벤트 1위와 2위를 2회 모두 같은 이용자가 차지하기도 할 정도였다.

근 8년간 소프트맥스의 꾸준한 자금원으로 활약해온 'SD건담캡슐파이터'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기에 국내 유일한 PC온라인 건담 게임인데, 그것도 전작인 'SD건담캡슐파이터'를 만든 '팀 트리니티'가 '트리니티게임즈'로 독립해 만들었는데도 전작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미비한 성과를 기록했다는건 언듯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전조는 이미 CBT부터 나타나있었다. CBT 당시 많은 이용자가 지적한 조작감은 전작이 대전 액션 게임이고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은 RPG임을 감안해도 끔찍한 수준이었다. 대각선 이동, 점프 중 방향 지정 불가, 위화감이 크게 느껴지는 원거리 공격은 CBT 첫날부터 많은 이용자들에게 지적받아왔다.

반다이남코코리아는 이 피드백을 곧장 수렴해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이용자들은 매우 반기는 분위기였다. 결과물이 업데이트되기 전까지만. 원거리 공격 조작감은 어느 정도 수정됐지만 전작의 큰 매력이었던 속도감 있는 근거리 공방전은 온데간데 없이 늦은 밤 코인 배팅장을 찾은 취객같은 둔한 방망이질만이 이용자들 앞에 선보였다.

다시 많은 이용자가 실망해 떠나갔지만 남은 이용자들은 지속적으로 전작과의 비교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업데이트는 없데이트로 변질됐고 벽에 대고 말하는 듯한 공허함에 또 다시 이용자들이 떠났다.

벽에 부딛혀 돌아오는 메아리 조차 없을 정도로 적은 수의 이용자만 남은 이때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은 닫혔던 문을 열고 지나간 소리들을 그러모아 돌아오라고 외치고 있다. 트리니티게임즈 김도형 대표가 가장 먼저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이 'PVP 모드 추가'인 것도 이런 이유일 것으로 예상된다. 닫은 문을 뚫고 들릴 정도로 가장 많이 들린 소리였을 테니까.

개편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정기 업데이트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트리니티게임즈. 게임을 개편하기까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유지만 하겠다는 건곤일척의 도박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공지는 전작에서 김 대표가 톡톡히 효과를 봤던 주요 내용은 거의 없이 '떡밥'만을 던지는 형태를 그대로 담습하고 있다. 이게 통할 정도였다면 이만큼 이용자가 빠지지지도 않았을 터다. 전작의 여운을 떨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행히도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반다이남코코리아가 내년 1분기까지의 유예기간을 줬다. 국내 게임 시장에 직접 진출한 것은 처음인 만큼 족적을 남기는 게 굉장히 중요할 터다.

결국 2016년 1분기 내놓을 신 콘텐츠인 PvP 모드가 어떻느냐에 따라 게임의 남은 수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에게 '넥스트'는 없을 것이다. '에볼루션'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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