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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타트업, 스톡옵션의 이중성

청년 창업 열풍이 거세다. 정부 독려와 민간 투자자(VC) 지원, 주변의 성공사례와 암울한 경제여건 등이 스타트업 창업을 부추긴다. 전국 거점에 창조혁신경제센터가 출범하고 엑셀레이트와 VC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으니 사업성 있는 아이디어와 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계획만 있다면 창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창조혁신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벤처기업수가 3만개를 돌파했다고 한다. 대다수가 5인 이하의 스타트업이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란 사실을 부인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친구와 지인이 뜻을 같이 해 회사를 만들고 직급과 역할이 정해진다. 일정량의 지분을 나누고 초기 멤버들에겐 스톡옵션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나중에 회사가 성장하면 지금 고생한 것을 보상해 주겠다는 의미에서 스톡옵션은 인재를 잡아두는 수단이자,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스톡옵션이 의도와 다르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나 보다. 최근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 모은 벤처기업 A사가 그렇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인들과 뜻을 합쳐 회사를 일궜고 모바일시대 열풍에 맞춰 대박을 터뜨렸다. 5명 이내의 동아리 같았던 회사는 어느새 100여명 규모로 성장했고 상장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락방에서 꿈꿨던 일이 현실이 된 순간, 회사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이만큼 성장했으니 쉬엄쉬엄 가자'는 안일주의와 '이미 벌만큼 벌었다'는 낙관론이 벤처 특유의 도전의식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회사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초기 멤버들이 이런 생각에 젖어 있으니 전체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사업은 실패를 거듭했다. 회사 전반에 패배주의가 깔렸다. 대표이사의 경영혁신도 '배부른' 창업동지들 때문에 먹히지 않았다.

결국 A사는 지분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뜻을 함께했던 창업멤버들이 떠났다. 대표는 이들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썼고 경영이 악화된 회사는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A사 경우에서 떠난 창업멤버들을 탓할 수 만은 없다. A사 대표가 지분을 대거 나눠준 이유는 당시 인재들을 잡아둘 방안이 없었기에 미래를 담보로 이들과 일한 것이다. 스톡옵션이란 것은 언젠간 행사를 하게 될 것이지만 이에 대한 냉철한 대비가 없었다. 창업 초기 멤버들과 공유했던 부분을 회사가 성장하고 나니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국식 온정주의가 남아, 언제나 이들과 함께 하길 바랜 것이 욕심이라 할 수 있다.

창업멤버들도 또한 잘못이 있다. 자신의 판단 하에 성공을 했으면 실리콘밸리처럼 엑시트를 하고 나가 재창업을 하든, 회사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업무에 매진했어야 했다. 자신들의 만족과 무사안일주의가 회사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간과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창업을 꿈꾸고 성공을 희망한다. 가진 게 없이 열정과 꿈으로 하나의 길을 가지면 그 성공 뒤에 놓여진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뒷바라지로 사법고시를 합격시켰거나 헌신해온 조강지처를 사업성공 후 버리는 신파는 현실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스타트업을 창업할 사람들은 성공 후에 대한 계획도 있어야 한다. 지금 함께 웃고 고생하는 동료들이 떠날 수 있다는 사실과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각오가 됐을 때 지분을 나눠줘라. 그렇지 못할 경우, 성공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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