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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메이플2, 고쳐야 할 것 세 가지

'앞으로 똑바로 가려면 뒤를 돌아보라'란 말이 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제대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르기에, 자리에 서서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란 말이다. '돌아본다'란 의미는 이렇게 과거로부터 현재를 인식하고 그 연장선에서 미래를 그리는 자기성찰의 의미를 담고 있다.

거창하게 서두를 꺼낸 건 쉼 없이 달려온 '메이플스토리2' 개발자들에게 이 말을 권하기 위해서다. 7월 오픈부터 메이플 월드를 더 넓히기 위해 업데이트 날짜를 미리 고지할 정도로 스스로를 다그쳤다. 회사와 게이머들의 기대, 대작이라는 이름값에 부흥하기 위해 더 많은 즐길거리를 내놓기 위해 매진해 왔다.

레고 블럭처럼 필드를 만들어 확장성을 높였고 이용자 콘텐츠를 넘어 'UGC'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게이머들이 직접 게임을 꾸밀 수 있게 한 것은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 받을 만 하다. 더불어 '이산가족'의 비극을 막기 위해 서버를 하나로 만든 것은 참신한 기획이었다.

기대처럼 '메이플2'는 초반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PC방 순위 4위에 안착했다. 모바일 전성시대에 변화가 거의 없던 PC방 순위를 요동치게 만든 것만으로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의 모습은 그때보다 힘이 빠진 것이 사실이다. '신작 효과'가 사라졌고 경쟁게임이 많아진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새롭고 다양한 것을 내놓기 위해 콘텐츠를 추가한 것이겠지만, 이용자들은 놀 것이 없어서야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이유 때문에 떠나고 있다.

'메이플2'를 즐기는 팬 입장에선 숙제와 같은 밸런스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크게 세 가지가 문제다. 열쇠, 채널, 퀘스트 시스템이 그것이다.

대부분 온라인게임이 그렇듯 '메이플2'도 다양한 인스턴스 던전(인던)이 존재하고 이를 공략해야지만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열쇠'라는 것이 소모되는데 8개가 최고고 사용하면 3시간에 하나씩 충전된다. 이 입장권 때문에 파티를 구할 때 '완숙팟'(완전 숙련자 파티)이니 '헤딩팟'(초심자 파티)이니 다양한 가입조건이 생겨났다. 해당 인던 공략에 성공해 본 이용자들은 경험이 없는 사람과 함께 파티를 맺기를 주저한다. 공략에 실패해 소중한 열쇠를 날려버리기 싫기 때문이다.

이는 곧 게이머들 간의 계층을 만든다. 파티를 못 구하니 '헤딩'을 할 수 밖에 없고 공략 경험을 얻을 기회도 적어진다. 반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계속 더 좋은 아이템을 얻게 된다. '열쇠'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사람에게 질책과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파티플레이와 공략의 재미를 줄 인던이 스트레스로 돌아오고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떠난다. 인던 공략을 성공했을 때만 열쇠를 소모하는 방식으로만 바꿔도 이러한 부작용은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획기적이었던 채널 시스템도 인던 파티를 찾는 사람들에겐 걸림돌이다. 수 백개 채널이 있어도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1채널. 다른 채널에 있어도 파티를 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인던 공략에 자격이 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게이머들은 항상 1채널을 찾는다. 요즘처럼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자격요건에 따라 파티를 찾을 수 있게 매칭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을 텐데 왜 그러지 않는지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인던 시스템이 개편되면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마지막으로 퀘스트의 필요성이다. 성질 급한 국내 게이머들은 레벨업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닥치고 사냥'은 어느 온라인게임에서 볼 수 있지만 유독 '메이플2'가 심하다. 파티를 하지 않아도 사냥감을 한 대만 때리면 경험치 전부를 가질 수 있기에, 인기 있는 사냥터에는 이용자들이 기계처럼 움직인다. 자동사냥이 활개치는 것도 이와 관계 있다.

몇 일만에 만 레벨을 찍으니 콘텐츠가 부족하단 말이 나오고, 개발자들은 새로운 것을 만든다고 진땀이다. 이것을 이용자 성향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퀘스트를 경험하도록 보상을 강화한다면 콘텐츠 소모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게임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업데이트나 운영에 따라 장수할 수도, 하루아침에 죽을 수도 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이용자들이고 회사는 이들의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메이플2'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많은 콘텐츠가 아니라 지금 있는 콘텐츠라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고치기를 원하고 있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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