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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아이템 확률, 늦기전에 공개하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이 속담이 게임업계에 적용될지 심히 우려가 된다.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이야기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 주도 하에 올 하반기부터 업계 차원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시작됐다. K-iDEA는 지난 달 인증마크를 발표하고, 모니터링 요원을 선발해 자율규제 이행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K-iDEA는 8월부터 모니터링 보고서를 월간 발간하고, 첫 인증마크도 부여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내내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업체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넥슨이나 넷마블 등 대형 게임업체들부터 중소규모 개발사까지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고 있지만 게임마다 공개 방법이 다르고, 개별 아이템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제공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K-iDEA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연구모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놓고 13개 매체 게임 전문 기자들이 모였다. 당일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반대지만 자율 규제는 처벌 조항이 없어 참여율을 높일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거나, 지금까지 두 달여 동안 업계가 진행한 자율규제만으로 법제화 하지 않다도 된다고 명분을 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거나, 차라리 입법을 추진하되 게임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을 완화시키는 부분으로 나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의견 등 대부분 우려 섞인 목소리였다.

애초에 게임업체들이 확률 공개를 꺼렸던 것은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확률을 공개한 게임업체들에 따르면 매출은 떨어지지 않았다. 확률을 공개해도 확률형 아이템을 살 사람은 산다는 얘기다.

이번 확률형 아이템 관련 개정안 이슈를 규제가 아니라 하나의 기회로 봐야 한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확률을 공개, 잘 준수하면서 법으로 규정돼 있는 규제들을 하나하나 자율규제로 이끌어내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K-iDEA가 추구하는 바와도 일맥상통한다.

아예 확률을 공개할 의사가 없는 업체도 더러 있다. 어차피 입법이 되면 하게 될텐데 그 전까지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강제로 하나 자발적으로 하나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좀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기자연구모임에 참석한 정사교 미래콘텐츠창조연구소 대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만약 자율규제가 실패로 돌아가면 업계는 규제법안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움츠려있기만 했다. 그러면서 볼멘소리만 해왔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업계 스스로 힘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업체들의 좀 더 진정성 있는 자율규제 참여가 필요하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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