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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굳세어라 엔씨

[기자석] 굳세어라 엔씨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 백사장 한켠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성수기에, 그것도 국내 최고의 피서지 중 하나로 꼽히는 해운대에 사람이 많이 모인 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다만, 그 넓은 해운대 백사장 한 가운데 구름관중을 모으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 엔씨소프트가 진행한 e스포츠 행사인 '블레이드&소울 토너먼트 코리아 시즌2 소울 파티'를 보기 위함이었다. 관람객들은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백사장에 마련된 특설 무대 앞에 일찌감치 모여 축제를 즐길 준비를 했다.

날씨가 무더워 짜증이 날 법도 하건만 관람객들의 눈에는 짜증 대신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그럴만도 하다.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 e스포츠 경기가 해운대에서 펼쳐진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형형색색의 글씨로 꾸민 플래카드를 들고, 오매불망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관람객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블소' e스포츠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블소'로 e스포츠를 시작한 것은 2012년 전국 PC방 대회부터다. 이후 2013년 두 차례의 대회를 열었고, 작년에는 처음으로 방송 경기가 펼쳐졌다. 또 지스타 2014 기간에는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한국 최강자를 가리는 무대와 함께 중국 선수들을 초청, 한중 최강전까지 열렸다. 그리고 올해 진행된 대회가 '블소 토너먼트'다.

사실 작년만 하더라도 엔씨소프트가 '블소' e스포츠를 진행하는 것은 단순히 마케팅 차원이라고 생각했다. 연간으로 대회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었고, 이벤트성 대회만 계속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엔씨소프트의 행보를 바라보면서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대회가 끝날 때마다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 매번 피드백을 받았다. 특히 '블소 토너먼트'라는 대회 이름에 '2015'가 들어간 것을 미뤄봤을 때 매년 이와 같은 정규 시즌 대회를 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지난해 펼쳐졌던 한중 최강전은 규모가 더 커진다. 올 연말에는 '월드 챔피언십'이 예고돼 있다. 한국을 포함해 '블소'가 서비스 중인 대만, 일본, 중국 대표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행사가 끝난 후 만난 엔씨소프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언젠가는 미국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블소' 결승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농담 삼아 던진 말일 수도 있겠다만, 한편으로는 '우리는 그만큼 목표를 높게 잡고 있다'는 말로도 들렸다.

엔씨소프트에는 '국내 최고의 개발력을 보유한 게임사'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e스포츠만 놓고 보면 아직 초짜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e스포츠 종목으로는 흥행이 불투명했던 MMORPG 장르의 e스포츠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비록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블소' e스포츠 성공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MXM', 나아가 향후 나올 게임들까지 이어진다면 엔씨소프트가 국산 e스포츠 종목을 떠받치는 든든한 한 축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굳세어라, 엔씨소프트.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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