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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넥슨, '도타2' 못살리나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다. 2011년 12월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LoL'은 금세 AOS 붐을 일으켰다. 그리고 국내 시장을 장악한 것은 약 3개월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LoL'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몇몇 AOS 게임들이 '타도 LoL'을 외치며 등장했다. 그러나 모두 'LoL'의 벽을 넘지 못했다. 'LoL'의 선점효과는 상당히 강력했다. AOS는 장르 특성상 다른 게임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LoL 대항마'로 불린 게임 중에는 밸브의 '도타2'가 있다. 넥슨이 국내 서비스를 맡은 이 게임은 '정통 AOS'를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했다. 넥슨은 PC방 프로모션을 비롯해 연간 대회를 개최하며 '도타2' 붐업을 위해 힘썼지만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얻지 못했다. 8월 2일 기준 '도타2'의 PC방 점유율은 0.16%다. 'LoL'의 40%대 점유율과의 차이는 극명하다.

국내에서야 '도타2'가 찬밥 신세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전혀 그렇지 않다. 4일 본선을 시작하는 '도타2' 글로벌 대회인 TI5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총상금 규모는 무려 200억 원이 넘는다. e스포츠 단일 대회로는 역대 최고 규모로, 지난해 총상금이었던 121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TI의 상금은 게임 내 아이템인 'TI 기록서'의 판매가 25%가 쌓이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의 대회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총상금 200억 원이라는 결과를 이룩한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최초로 한국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MVP 핫식스가 동남아 예선 1위를 차지하며 본선 무대를 밟았고, 지난해 TI 본선 문턱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MVP 피닉스도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도타2 변방'으로 치부되는 한국에서 두 팀이나 TI 본선에 진출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넥슨이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한 '코리아 도타2 리그'(KDL)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슨은 게임의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연간 리그를 개최하며 프로팀 육성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더이상 '도타2' 대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또 초창기 다양한 시도로 '도타2'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도버지'로 불렸던 박성민 도타2실장은 소싱팀으로 인사이동 됐다. 넥슨이 더이상 '도타2'에 큰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이용자 풀이 좁은 게임을 e스포츠만으로 성공시키기 힘들다는 것은 알았다. 그럼 이용자 풀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 6월 신규 이용자 1만 명 유치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1만 명 중 기존 이용자들이 부계정으로 등록한 수도 감안해야 한다.

'도타2'는 곧 국내 서비스 2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넥슨은 '도타2'와 관련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넥슨이 '도타2'를 계륵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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