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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확률형 규제, 가래로 막을텐가

지난주 '확률형 아이템'을 놓고 기자연구모임 아래 게임매체 기자 16명이 모여 토론을 진행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을 통해 나온 결론은 '확률형 아이템은 확실히 문제가 있고, 어떤 식으로든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기자들도 게임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였다. 각자 다양한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3월 국회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공개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로 맞섰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는 지난해 11월 청소년 보호를 위해 게임업계 자율규제를 선언하고 상반기 실시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자율규제로 가야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동의했다. 법안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강제로 규제할 경우 자율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게임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의 자율규제가 과연 제대로 실행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미 2008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자율규제 움직임이 있었지만 업체들의 수수방관에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업계가 자정작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공개된 바가 없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커뮤니티를 조금만 훑어보면 게임업계의 자율규제가 이용자들의 신뢰를 조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게임 관련 규제에 맹렬히 비난하던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개정안에는 오히려 열렬히 지지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협회가 추진 중인 자율규제 내용을 보면 확률 공개 범위가 전체이용가로 한정돼 있다. 일단 자율규제 토양을 마련한 뒤 점차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하지만 향후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없기 때문에 신뢰감을 주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11월부터 어떤 계획을 갖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과정을 한 번쯤은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 지금의 자율규제안만으로는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전체이용가가 아닌 게임은 자율규제 대상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자율규제가 게임업체들의 '꼼수'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보다 강화된 자율규제안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에도 2012년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업계가 곧바로 대응한 점, 일본게임협회가 구체적인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한 점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부분이다.

일본에서 문제가 됐던 '컴플리트 가챠' 판매를 중지한 뒤 해당 업체들의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물론 그들도 매출 감소에 대한 리스크는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율규제를 통해 얼마든지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자정작용을 몸소 실천했다.

나무가 아닌 산을 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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