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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네이버 '살아있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 했다. 특히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다뤄야만 하는 기자입장에서는 기업간 경쟁이나 다툼만큼 다루기 좋은 소재는 없다. 이 싸움의 단골소재가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다. 태생부터 얽힌 두 회사는 사람부터 동일한 서비스까지 이야깃거리가 쏟아진다. 다음이 카카오랑 손잡으면서 이야기는 더 풍성해진 건 물론이다.

서두에 이런 이야길 꺼내놓은 까닭은 '클래시오브클랜'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레이븐'을 언급하기 위함이다. 정확히는 '레이븐'을 띄우는데 일조한 네이버 이야기다. 네이버는 레이븐 마케팅에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스마트폰 시대에도 변함없는 마케팅툴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온라인게임이 주류를 차지하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광고매체로서 네이버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네이버에 온라인게임 광고를 하는 것은 당연시 됐고, 결과도 좋았다. '광고=네이버'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네이버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는 떨어졌다. 뉴스를 소비하는 형태가 달라졌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10대층은 활자매체 보단 유튜브 등 동영상을 중시하게 됐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관심도 분산됐다.

반면 카카오는 승승장구했다. 네이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범수 창업자는 카카오를 통해 스마트폰버전 네이버를 꿈꿨는지도 모른다. 메일이 아닌 실시간 대화(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블로그처럼 일상을 올리고(카카오페이지), 뉴스를 유통(카카오토픽)하며 쇼핑을 하는 모습을 보면 네이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카카오는 나아가 다음과 손잡으며 경쟁구도에 방점을 찍었다.

'레이븐'의 성공은 스마트폰 시대, 위기론이 나오던 네이버의 광고매체로서의 영향력을 재확인시켜준 계기가 됨과 동시에 경쟁자 다음카카오에 대한 반격을 의미한다. 결제수수료를 제외하면 3%대 이윤만 취하는,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며 카카오 게임하기가 독점하고 있는 플랫폼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변별력이 사라져가는 카카오에 수수료를 인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네이버의 친화정책이 네이밍에서도 나온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레이븐'으로 보여준 마케팅 능력과 착한 수수료를 앞세워서 '함께 가자'고 모바일업체들을 설득한다. 이것은 'with'라는 단어에 축약적으로 나타난다. 카카오가 '전용'을 뜻하는 'for'를 내세운 것과 대비된다.

물론 '레이븐'의 성공에는 공중파 광고도 큰 몫을 했다. 무엇보다 게임이 훌륭하다는 것은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네이버라는 공룡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고, 이는 앞으로 네이버가 스마트폰 게임과 관련해 더 많은 일이 가능케 하는 시도가 됐다.

게임업체로서는 카카오 하나만이 아닌 네이버까지 선택지로 두면서 장기적으로는 수수료 인하를 이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카카오는 속 쓰릴지 모르나, 3년 동안 독점체제를 구축하면서 생긴 폐단을 경쟁자의 등장으로 쇄신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레이븐'의 성공이 여러모로 기쁜 이유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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