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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초보라서 미안해

딴지 1년도 안된 따끈따끈한 면허증을 가진 A매체 B부장은 올해 초 차를 마련하면서 운전을 시작했는데요. 39년 인생 처음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한 B부장에게 운전은 어렵기만 합니다.

좁은 골목길에서 외제차를 긁기도 했고, 택배차를 가볍게 받은 뒤 괜찮다며, 그냥 가시라고 했던 기사가 목을 잡고 입원을 했다는 연락을 뒤늦게 받기도 했지요. 차만 갖고 출근하면 사고가 터졌던지라 B부장은 운전대만 잡으면 온 정신을 집중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B부장은 판교에 인터뷰가 있어 차를 갖고 출근했습니다. 인터뷰 시간은 오후 4시 반. B부장은 3시가 되자 C기자에게 '출발하자'고 말합니다. A매체에서 판교까지는 20분이면 가는 거리였기에 C기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요.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B부장은 아직 주행을 하면서 네비게이션을 함께 보지 못하는, 말 그대로 '초보운전'이었기 때문이죠. 혹시나 길을 헤맬까봐 일찌감치 회사를 나선 B부장의 첫 마디는 "보험은 많이 들어놨냐. 어찌 될지 모른다"였습니다.

곧추 세운 허리와 어깨, 팔, 핸들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교과서에 나올 듯한 자세로 운전대를 잡은 B부장. 출발은 순조로웠습니다. C기자가 네비게이션을 보고 한 번 더 B부장에게 알려주는 '인간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며, 차는 판교로 힘차게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C기자가 한 눈을 팔았을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잠시 카톡을 확인하던 C기자, 경로를 이탈했다는 네비게이션 음성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듭니다. 경부고속도로로 빠져야할 차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일찌감치 출발했기에 여유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시작이었다는 것을 B부장도, C기자도 알지 못했습니다. 끼어들기를 하지 못해 직진만 하던 B부장은 네비게이션이 또다른 경로를 안내 받고 맙니다.

새로운 경로를 받을 때마다 도착 시간이 10분씩 늘어났는데요. 그 와중에 차에 달린 네비게이션도 갑자기 꺼지고 맙니다. C기자가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네비를 켜 안내를 했다고 하는데요.

판교에 다 와서 또 한 번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B부장과 C부장은 4시 50분경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공동 인터뷰라 이미 인터뷰는 진행되고 있었지요.

인터뷰가 끝난 뒤 B부장, 인터뷰를 마치고 후배들을 서울까지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B부장의 차에 네 명이 탔습니다. B부장의 손에 본인 포함 5명의 목숨이 달린 것이지요.

다행히도 B부장은 완벽한 주행 실력을 뽐내며 한 번의 실수없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동료들을 다 내려주고 정작 자신의 집으로 갈 때 끼어들기를 하지 못해 동네 두 바퀴를 돈 것은 '옥의 티'입니다.

B부장의 뒷 창문에는 '초보운전' 딱지가 양 옆으로 두 개가 붙어있습니다. B부장이 '초보운전' 딱지를 떼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면서 이만 ABC 뉴스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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