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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2300억원보다 시급한 것

[신년사] 2300억원보다 시급한 것
<이택수 데일리게임 편집국장>

201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게임업계도 새해를 열 때마다 희망을 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아질까 하는 기대겠지요. 지난 몇 년 간, 참 우울했습니다. 올해는 달라져야 할 것인데 그럴 수 있을까요?

지난 연말 정부의 발표를 들어보니 2015년 업계 사정은 좀 나아질 듯 보입니다. 문체부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2300억 원을 쏟아 넣겠다고 합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는 일단 환영할 일입니다.

게임산업은 이번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정권 초기부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정부와 업계 모두 게임의 ‘산업적 가치’와 ‘사회적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하지 못했던 탓이지요.

◆게임의 산업적 가치·사회적 문제 분리 대응필요

업계는 ‘산업적 가치’를 주장하며 진흥을 외쳤지만,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 문제’를 언급하며 규제에 우선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산업은 산업대로 위축됐고, 정부와 국회의 정책은 업계의 저항을 불렀습니다. 수년째 이런 식의 악순환을 반복해 왔습니다.

이제와 정부와 국회가 게임의 ‘산업적 가치’에 주목해 대규모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니 반갑긴 하지만, 솔직히 누구도 성과를 기대하진 않을 것입니다. 2300억 원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지금 우리 산업에 필요한 것은 ‘정책자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업진흥을 위해 제작지원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은 스타트업 회사를 인큐베이팅 해야 하는 ‘초창기’ 정책입니다. 한국 게임산업은 지금 ‘초창기’가 아니라, ‘성장기’에 올라섰다 규제 역풍에 활로를 잃고 ‘쇠퇴기’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시장에 자금은 있습니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메이저 퍼블리셔 대다수가 수백억원에서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스타트업과 신작 발굴을 위해 사용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벤처캐피탈(VC) 창업투자회사들이 모바일게임 벤처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시급한 것은 정책자금이 아닙니다. 정책자금으로 쇠퇴기에 접어든 게임산업을 일으키려 한다면 2300억 원이 아니라 2조3000억 원을 넣어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일예로 지난해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한국 시장에 투자한 자금만 5000억 원이 넘습니다. 이 회사 말고도 많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 게임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시장의 지배자가 중국 업체로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정부 보호 속 중 게임업체 세계 호령, 한국은 규제로 침체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들 중국업체를 키운 것이 한국산 게임이거나 우리 기술 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텐센트를 키운것은 ‘8할’이 한국입니다. 한국산 게임으로 성장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130조원에 달합니다. 엘지전자(11조원), 현대자동차(38조원)는 우습게 넘어섰고 한국 최대기업 삼성전자(174조원)와도 비교할 만한 규모입니다.

[신년사] 2300억원보다 시급한 것

중국은 한국산 게임으로 텐센트라는 거대 기업을 키워냈습니다. 중국은 지금까지도 자국 게임산업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한국산 게임의 수입을 제한하는 쿼터제까지 시행했습니다.

후발주자 중국이 이렇게 성장하는 동안 우리 정부와 국회는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 게임업체들은 하나 둘 중국에 넘어가거나 기술이라도 팔아야 했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잡았던 그 발목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자금지원도 좋지만,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다시 고민해야 할 일이 ‘한중 FTA’입니다. 지난해 한류 드라마 ‘별그대’에서도 입증됐지만, 중국 콘텐츠 시장과 지재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한중 FTA, 자동차보다 게임, 지재권이 더 큰 기회될 것

또 기업별 시가총액에서도 나타났듯이 한중 FTA에서 만큼은 자동차 시장보다 게임과 지재권 시장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자동차 수 천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게임 업체 하나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요컨대 한국 게임업체들이 더 큰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업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그것이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입니다. 한때 민간기업의 힘으로 이뤄냈던 ‘온라인게임 종주국’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합니다.

이 밖에 한가지 더 해줄 것이 있다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살려주는 일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셧다운제나 중독법과 같은 ‘징벌적’ 규제정책으로 인해 상처입고 허탈함에 빠져 있습니다. 일가친척에게조차 게임회사에 다닌다고 말하지 못하는 개발자가 부지기수입니다. 한때 IT벤처와 문화산업 대표주자였던 게임이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유해산업 취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징벌적’ 규제 철폐하고 개발자 사기 진작해야

이 문제는 징벌적 규제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업계 자율에 맡김으로써 다소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규제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징벌적’ 규제를 없애자는 의미입니다. 이런 형태의 규제는 업계와 정부,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도 여러 차례 증명됐습니다.

더불어 콘텐츠 자율규제는 시대적 조류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국경이 사라진 요즘, 자국 콘텐츠에 대한 징벌적 규제는, 내 발등을 찍는 역차별이자 또 다른 쇄국정책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이런 일들만 이뤄져도 2015년은 한국 게임산업이 재도약하는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게임과 창조산업에 대한 ‘진안’을 뜨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새해 인사를 마감합니다.


[데일리게임 이택수 국장 libero@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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