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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어느 일본 회사의 한국어 사랑

'안녕하쎄요, 캄사합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으레 우리말로 인사를 건넸다. 한류 영향으로 우리말이 익숙해진데다가 그 나라를 찾는 매너라는 생각에 월드스타든, 누구든 이렇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낯설지 않다. 어설픈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보면 그 정성이 갸륵해서라도 호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도 '적정선'이라는 게 있다. 정보나 사실관계를 묻는 자리에서, 굳이 통역이 있음에도,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우리말을 하고 있는 상대를 보자니 기특함 보다 짜증이 밀려왔다. 지난 14일 있었던 구미의 '사우전드메모리얼' 기자간담회 이야기다.

구미는 이 게임에 공을 많이 들였다. 국내 유명 성우들을 목소리를 입히고, 지사가 있음에도 일본 본사가 직접 국내 출시를 진두지휘 중이다. 행사장으로 괜찮은 영화관을 빌리는 등 공을 들인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정성도 히라노 후미꼬 프로젝트매너저(PM)의 지나친 한국어 사랑 앞에서 빛이 바랄 수 밖에 없었다. 후미꼬 PM은 시종일간 한국어로 게임을 소개하고 질문에 답도 했다. 문제는 듣는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구미가 일본 기업치곤 성공적으로 한국 시장에 안착한 비결을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말 안 할래요'라는 단답형을 막 말을 배운 세 살배기 아이처럼 답을 한다. 이 대답은 '경영이라든지, 사업모델 등 기업비밀이 있을 수 있으니 얘기하기 곤란하다'는 의미라는 것을 한국 관계자에게 묻고서야 이해했다. 다른 질문에도 이상한 한국말 답변이 몇 차례 더 오가자 받아 적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개발자와 사업담당자는 일본어로 답을 했고, 이는 곧바로 통역됐다. 통역이란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질문의 의도와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K팝과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를 배웠다는 후미꼬 PM만 빼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우전드메모리즈'란 게임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국어로 잘 설명하기 힘들다면, 통역을 거치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극장 대형 스크린에 게임 플레이 화면이라도 제대로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일본과 한국의 매체문화는 다르다. 그 다름은 일찍이 한국에 진출한 닌텐도와 소니 등의 기업으로부터 학습이 됐을 것이라 믿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국내 행사 대행사를 사용했고 지사도 있었다면 그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할 만도 한데 어떻게 된 것인지. 통역이 있는데도 굳이 이해할 수 없는 한국어로 말한 것은 애정이었을까, 고집이었을까. 후미꼬씨를 만나면 꼭 묻고 싶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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