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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이머를 장님으로 보지 말라

지난 주 게임업계를 달군 화두는 단연 표절이다. 네시삼십삼분의 '블레이드'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의 '다크소울' 표절 의혹이 보도된데 이어,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마저 신규 전직 '쿠노이치' 영상이 '나루토' 등 유명 재패니메이션을 트레이싱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에 해당 업체들은 표절 광고 및 영상을 폐기하고 사과문을 공지하는 등 홍역을 치뤄야 했다.

두 광고에 대한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는 다름 아닌 게이머들이다. '블레이드' 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한 게시물은 대형 게임 커뮤니티 루리웹에서 나왔고, '쿠노이치' 영상 역시 공개된 당일 '나루토' 등의 유사점을 지적하는 게시물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 쏟아졌다. '표절 왕국' 중국을 욕할 게 못된다는 게이머들 반응도 상당했다.

이들이 '저건 어떻게 발견했을까' 싶을 정도로 세밀한 부분까지 짚어내는 것을 보며 든 생각은, 게이머를 절대 눈뜬 장님으로 보면 안되겠다는 점이다. '이건 모르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편하게 작업을 마치려는 생각에 남의 창작물을 도용해 자신의 것으로 베끼는 제작사의 얄팍한 술수는 게이머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얘기다.

게이머들의 '덕력'은 제작자의 그것과 더하면 더했지, 못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장담할 수 있다. 그 어떤 은밀한 콘텐츠를 도용해 자신의 것처럼 꾸민다 해도, 게이머들은 귀신처럼 찾아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로인해 깎이는 기업 이미지와 홍역을 치루느니, 조금 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노력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지난 주 게임업계를 뒤흔든 두 건의 표절 사태는 작금의 게임업계가 얼마나 심하게 나사 빠진 상태인지 보여주는 단면인 듯 하다. 괜찮은 콘텐츠는 일단 표절하고, 걸리면 사과하면 그만이라는 편리주의가 어느새 게임업계에 팽배해진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예로부터 창작은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했다. 게임은 예술이라고 부르짖으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남의 창작물을 아무런 노력없이 고스란히 베껴버린다면 게임은 결코 예술이 될 수 없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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