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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디지털 시대의 '기록 복원'

지난 주 폐막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14'(이하 NDC14)에서 인상깊은 세션이 하나 있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운영을 위해 넥슨이 2012년 설립한 자회사 엔엑스씨엘(NXCL)의 최윤아 대표와 이효진 저스트나인 이사, 배정현 이사가 참여한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 세션이 유독 가슴 한켠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었다.

NDC14 개막 첫날 진행된 이 세션은 세계 최장수 상용화 MMORPG로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는 '바람의나라'의 서비스 초기 모습을 되찾는 복원 과정을 상세히 공유하는 자리였다. 1996년 4월 첫 서비스 개시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려 했으나, 소스코드 및 실행파일 등 관련문서가 이미 소실됐고, 개발자들의 기억도 엇갈려 원전의 모습을 그대로 되살리는데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단다. 결국 남아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1998년과 1999년 당시 '바람의나라'를 바탕으로 1996년 버전에 가깝게 자료를 복원하게 됐다는게 이 세션의 핵심 내용.

최근 출시되는 온라인게임들은 하나같이 마우스를 기반으로 한 편리한 UI(이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지만, 초창기 '바람의나라'의 경우 NPC에게 직접 명령어를 입력해 퀘스트를 받고 이를 진행하는 등 머드(MUD) 게임에 더 가까웠다. 머드에서 머그(MUG)게임으로 발전한 국내 온라인게임사(史)의 단면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며 운을 뗀 최윤아 엔엑스씨엘 대표는 "디지털 자료는 아날로그의 그것에 비해 영구적이지 않고 손실이 쉽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디지털 자료의 데이터 보관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종이 등에 기록된 아날로그 자료와 달리 PC 및 서버 등에 기록된 데이터 자료의 경우 저장 매체를 손실하거나 분실할 경우 한순간에 이를 망실할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또 나아가 이같은 데이터 기록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은 필연적으로 업데이트 과정을 통해 이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또한 업데이트 특성상 게임의 부족한 면모는 점차 배제되고,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나이를 먹어가며 성장하는 과정인 셈인데 우리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 과정을 남겨 앨범에 보관하지만, 온라인게임의 경우 이같은 '사진을 찍는 과정'을 들어본 적이 없다. 게임의 발전사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 온라인게임이 시작된 90년대 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그동안 자사가 서비스해온 게임들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게임이 어떤 업데이트를 통해 성장을 거듭해 왔고, 또 이것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세세한 기록을 남겨둔다면 이는 향후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다.

또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한국 온라인게임의 디지털 정보가 혹여나 그대로 소실되고 만다면, 이보다 아까운 정보 망실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부터라도 자사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의 지난 역사와 앞으로의 업데이트 자료들을 아날로그화해 깔끔하게 정리해 남기면 어떨까 싶다. 전국의 각 주요 대학에 게임 전공이 생길정도로 게임이 학문의 영역에 들어선 만큼, 이같은 기록은 한국 게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사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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