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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블리자드의 '값진' 실패

2011년, 블리자드는 한국 기자들을 미국 본사로 초청했다. 그 자리에는 전세계 기자들이 모여있었고, 무엇인가 큰 발표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기자들 사이에서 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블리자드는 이듬해 출시예정인 '디아블로3' 현금경매장을 도입하겠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고, 이 소식은 삽시간 전세계 게이머들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RPG에서 아이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이머들은 시간과 공을 들여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아이템을 구하려고 하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사는 비즈니스가 생겼으니 이것이 바로 아이템 현금거래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인 한국을 기점으로 이 모델은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숱한 논란과 찬반 속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수면 아래에 있던 이 현금거래를 자신들이 직접 중개하며, 부작용을 최소화 하겠다는 '성스러운' 포부를 밝혔다. 게임업체에게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는 당시까지 그 어떤 게임회사도 시도치 않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커가는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을 자신의 수익으로 연결 짓고자 하는 속내도 있었을 것이다. 아이템 중개 수수료는 패키지 판매 매출만 거둬들일 수 없는 블리자드의 고민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국내법과의 충돌로 한국에는 제한적인 모습으로 운영됐지만 현금 경매장에 대한 블리자드의 소신은 확고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2년 만에 완벽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디아블로3'는 현금 경매장으로 인해 게임성이 반감됐고 수명이 짧아졌다. 각종 오류로 몸살을 앓았고 수십조 골드가 불법으로 복사되는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기도 했다.

2013년 블리자드는 경매장 폐쇄를 결정했고, 이듬해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 출시 전 실행에 옮겼다.

경매장이 폐쇄되고 아이템 획득 시스템도 추가로 변경되면서 '디아블로3'는 되살아났다. 비록 눈 앞의 이득은 포기했지만, 결과적으로 확장팩 성공이라는 결실을 거두는 값진 경험을 했다. 또한 '혹시...'하며 경매장에 관심을 갖던 게임회사들에게 좋은 교훈을 안겼다.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를 게임업체가 직접 하면 어떤 결과를 주는지, 좋은 본보기가 됐다.

아이템 현금거래의 찬반양론을 떠나, 말하고 싶은 것은 게임회사가 추구해야 하는 자세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기본이자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착화 되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현 상황에서 다양한 수익구조를 확보하려는 게임업체들의 시도를 필요하다고는 보나, 블리자드처럼 눈 앞에 수익에만 집중해, 게임의 본질을 헤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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