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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청소년 보호? 자격 있나

헌법재판소가 강제적 셧다운제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청소년 보호'가 명분이 됐다. 미성숙하고 보호 받아야 할 존재인 청소년들을 중독성이 큰 인터넷게임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강제적 셧다운제는 대체 불가능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헌법재판소의 이같은 '합헌' 판결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보호하지 못해 슬픔에 잠긴 시점에서 벌어졌다. 진도 맹골수도의 거센 물결이 단원고 학생들을 집어삼킨 세월호 참사 말이다.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스러진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엇나간 보호에 한 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 채 수장됐다. 이들을 구조해야 할 어른들 역시 모두의 귀감이 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위험한 순간에는 어른의 말을 들으라고 배운 아이들. 그러나 이 가르침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면으로 도전받고 있다. 어른들의 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아이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이같은 가르침을 전하는 게 의심스럽다는 교사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과연 청소년을 올바르게 보호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낳게 한 기폭제가 됐다.

이 가운데 청소년 보호를 명분 삼은 헌법재판소의 셧다운제 '합헌' 판결는 공허하기 이를데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는데, 청소년을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한다는 말인가. 지금은 어른들에 대한 신뢰를 먼저 회복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맹목적인 청소년 보호를 부르짖는게 과연 정당한지 의구심이 든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이 일부 어른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무책임한 규제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청소년 보호'라는 숭고한 명분이 퇴색되고 악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은 세월호 사고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우리 사회가 과연 청소년 보호를 부르짖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할 시점이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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