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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신의진 의원 탈출구를 마련해라

KBS 대하 사극 '정도전'이 인기다. 조선 건국에 큰 기여를 한 정도전을 중심으로 고려 말 권문세족 이인임과 신진사대부 정약용, 무장 이성계, 최영 등의 권력다툼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철저한 고증을 통한 사건 전달과 인물의 내밀한 심리묘사, 무엇보다 패권을 잡기 위한 정치싸움에 특히 남성 시청자들이 환호한다.

고려 말 조정을 주무르는 이인임은 완벽한 악인은 아니다. 그의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다. 자신의 목적이 국가 보다 먼저인 것이 문제지만 언제나 명분과 대의로 반대파를 꺾어낸다. 그가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상대가 강할 때는 적당히 물러설 구실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자신 역시 물러설 때는 그런 것을 요구한다. 철저한 거래, 이것이 이인임이 오랜 기간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게임업계를 압박하던 정치권의 규제가 박 대통령의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시작으로 완화되는 분위기다. 게임이 한류 문화콘텐츠 수출의 선봉장이며 청년 실업해소에 큰 기여를 해 왔다는 게임업계의 주장이 이제서야 대통령에게 와 닿은 모양이다. 규제의 시발점이었던 셧다운제도 철폐될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한 신의진 의원은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다. 신 의원은 4월 임시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4대 중독법을 상정하겠단 입장이다. 6월 국회 전체 상임위가 변경된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신 의원에겐 마지막 기회다.

신 의원은 비례대표 초선의원이다. 그가 정치권에 입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소년의 건강에 애써온 그간의 공로가 커서다. 정신건강학회 등 의학계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정신과 전문의였던 그에게 게임중독 이슈는, 본인의 관점에서 게임업체로부터 시작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해당 법안이 규제안이 아니고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보완책이라 주장할 수도 있겠다.

신 의원이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한다면 대통령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더 큰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 중독법은 초선의원인 그가 추진한 가장 큰 성과로 꼽힐 가능성이 많기에 쉽게 물러설 수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게임업계가 필요한 것은 이인임이 그랬던 것처럼 물러나게 해 줄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신 의원을 만나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애쓴 그의 공로를 인정하고, 게임 과몰입을 방지할 수 있는 자율적인 대안을 마련해 이를 신 의원의 노력의 결과로 돌리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규제철폐 의지만 믿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오히려 눈 밖에 날 가능성이 크다.

'쥐도, 사람도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극단으로 몰지 않고 거래를 한다'는 게 이인임의 정치철학이다. 정치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상대적인 것이 있는 만큼, 게임업계도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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