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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21세기 십만양병설

율곡 이이는 나날이 세력을 키우며 조선 침략의 야욕을 보이는 왜구를 우려해 10년에 걸쳐 10만 병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십만양병설을 주창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치열한 당파 싸움과 사리사욕에 눈이 먼 조정 관리의 반대에 부딪혀 이는 끝내 실현되지 못했고 이후 조선은 임진왜란이라는 크나큰 외침에 직면하고 만다.

500여년 전 일어난 외침이 다시금 재현될 조짐이다. 창과 칼의 싸움에서 IT와 문화의 전장으로 변모했지만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IT 최강국으로 손꼽히던 우리나라가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 기업들에 아무런 방비없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IT 문화의 꽃인 게임 분야에서 급속도로 외국계에 점령당하고 있다. 임진왜란이 왜구의 침입이라면 이번 21기형 외침의 핵심은 중국이다. 차이나머니의 큰 손 텐센트, 알리바바가 자국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기세다. 텐센트가 우리나라에 쏟아부은 돈만 벌써 1조원에 이른다.

외국계 투자 유치로 당장은 시장 활성화 및 고용 안정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기술 유출, 종속화 등 악영향도 나타날 것이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외국계 자본에 우리네 IT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창과 칼이 아닌 IT와 문화로 점령당할지 모를 우려가 점점 구체화 되고 있다. 지금이야 게임이 거센 역경속에서도 꿋꿋이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운 날이 곧 다가올지도 모른다.

힘을 길러야 할때다. 이미 늦은감도 없잖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외국계 자본 100% 유입을 전면 금하는 중국식 쇄국 정책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IT의 첨병, 게임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앞길을 훼방놓는 어처구니 없는 규제를 철폐하고 나아가 진흥책을 펼쳐야 한다.

그 첫 시작은 시대적 착오로까지 비춰졌던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다. 지난 달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구제개혁점검회의에서 셧다운제는 즉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추가건토 과제로 분류됐다.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해당 규제의 철폐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셧다운제에 대한 즉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우나 여전히 늦지 않았다. 게임업계는 팔짱을 낀채 관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를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나아가 4월 국회에서 재논의될 게임중독법 역시 폐기돼야할 악법이다. 실용성 없는 규제 셧다운제가 철폐논의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마찬가지로 아무 실효성없는 중독법이 어떤 분란만 일의고 사그라들지 우려스럽다. 지난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의미없는 게임 규제 철폐는 21세기 IT 십만양병의 첫 걸음이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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