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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손인춘법과 매출 1%

정부가 세금을 인상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이 있다. 당초 목표 인상률이 1%일 경우 이보다 훨씬 높게 잡은 5% 세금 인상안을 발표, 공론화시킨다. 이후 매스컴이 이를 보도해 전 국민적인 여론이 들끓게 되면 '성공'. 정부는 다음 단계를 밟아나간다.

정부의 다음 단계란 국민과 타협해 세금 인상안을 조정하겠다는 발표를 대대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초 5%였던 인상률은 4%, 3%, 2%로 점차 떨어지다 결국 1%까지 떨어진다. 당초 과도한 세금 인상안에 분노에 눈이 먼 국민들은 '1% 정도면 됐다'며 승리를 자축하고 그렇게 정부의 세금 인상안은 국민과의 최종 조율을 마쳐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세금도 당초 목표대로 인상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쥐는 것이다.

핵심은 정부가 내건 숫자놀음에 현혹된 국민들이 본질을 보지 못하는 눈뜬 장님이 된다는데 있다. 정부가 세금을 인상하는 이유를 따져묻는 것이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정부가 조성한 1%, 5%라는 숫자 프레임에만 눈길을 준다는 얘기다.

이같은 정부의 세금 인상 수법과 유사한 사례가 게임업계에서도 벌어졌다. 게임물 중독 치료라는 명목으로 게임업체 매출 1%를 징수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및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과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 손인춘 의원 얘기다.

지난해 1월 발의돼 게임업계를 들쑤셨던 대표적인 게임악법, 이른바 '손인춘법'이 1년만에 고개를 쳐들며 업계를 옥죄고 있는 가운데 2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넷 게임중독 문제, 대안은?'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잠잠하던 손인춘법을 다시금 공론화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실제 수많은 언론매체가 관심을 가졌고 이날 지면은 손인춘법 토론회 관련 기사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토론회 현장에서 손인춘 의원은 인상깊은 한 마디를 남겼다. 손인춘법의 핵심 쟁점사항인 매출 1% 징수 문제가 다뤄지자 손 의원은 "게임업체에 (매출) 1%를 강제로 내라는 것도 아닌, 대안 중 하나로 제시한 것 뿐"이라며 "관련 업체들과 상의하고 토론회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은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일정 사회적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라는 숫자는 수정될 수 있어
도, 매출 일부를 징수하겠다는 법안의 당초 취지는 굽히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로 미루어 볼때 앞서 손인춘 의원실이 당초 목표로 했던 금액은 매출 1%가 아닌, 매출의 0.5% 혹은 영업이익의 1% 등 보다 낮은 금액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공론화 과정에서 보다 많은 매출 1%를 내걸었었고 이는 조율이 가능하다고 토론회에서 밝힌 것이다.

실제 손인춘법이 발의돼 업계를 떠들썩 하던 지난해 초, 손인춘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경우 게임업계에 얼마나 큰 타격이 있을지 예상하는 기사가 빗발쳤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업체의 경우 손인춘법으로 인해 폐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영업이익 1%가 아닌, 전체 매출 중 1% 징수라는 것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처럼 손인춘법은 충분히 공론화에 성공했고 이제는 게임업체와의 '조율'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손 의원이 내건 특정 금액 매출 징수라는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된다. 그 대신 왜 게임업계 매출을 징수하려는 것인지, 그 당위성을 손 의원 측에 따져 물어야 한다. 손인춘법과의 '타협'이 아닌 '폐기' 쪽에 분위기를 몰아가야 한다. 숫자 놀음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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