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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뷰] 디아3 확팩 성전사…'팔라딘'과는 다르다

"이것이 성전사의 박력!" 몬스터에게 방패 치기를 사용하는 모습.
"이것이 성전사의 박력!" 몬스터에게 방패 치기를 사용하는 모습.
지금으로부터 13년전, '디아블로2'의 유명 채널 중 'pala pk'가 있었다. '디아블로2'의 일곱 직업 중 오직 '팔라딘'만이 입장할 수 있었던 채널로, 액트1 앞마당에서 팔라딘끼리 속칭 '꽹과리 싸움'을 벌이는 마초적인 공간이었다.

여기서 꽹과리 싸움이란 팔라딘의 기술 중 하나인 '질'(zeal)로만 대결을 벌인다는 암묵적인 룰로 인해 붙은 이름이었다. 일 초에 서너번의 공격을 가하는 '질'의 모양새가 마치 괭과리를 치는 것과 유사해 붙은 별명이다.

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준, 이른바 '4프레임'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아이템을 교체했고 강자를 만나면 새벽이 다가도록 아이템 세팅에 대한 심도깊은(?)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혹자는 컨트롤도 필요없는 '질 싸움이 뭐가 재밌냐'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전장에서 마주친 상대 팔라딘과 칼날을 주고받으며 내 팔라딘의 생명구가 오르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쾌감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카우방에서 수십만 마리의 소를 잡으며 95레벨까지 키운 팔라딘으로 'pala pk'를 휩쓸던 기억은 이렇듯 여전히 선명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해 여름 출시된 '디아블로3'를 보고 적잖이 실망했던 이유는 이같은 팔라딘의 뒤를 잇는 강렬한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팔라딘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수도사를 플레이하며 옛 추억에 사로잡혀 있을 즈음 '디아블로3'의 첫 확장팩인 '영혼을 거두는자'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타락한 대천사 말티엘이 디아블로의 정수가 담긴 '검은 영혼석'을 훔쳐갔다는 배경 설명에 이어진 신규 직업은 다름아닌 '성전사'….

그랬다. '디아블로2'의 영웅이 3편에서 뒤늦게나마 부활을 앞두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전작의 팔라딘들 중에서도 더욱 강하고 단련된 소수 정예들이 성전사라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생김새도 달랐다. 팔라딘이 까만 피부의 흑인인데 비해 '영혼을 거두는자'의 성전사들은 험상궂은 외모의 백인이었다.

어찌됐든 전작의 팔라딘의 계보를 그대로 잇는 성전사의 등장이 반갑기 이를데 없었다. 지난 13일 국내 비공개테스트에 돌입한 '영혼을 거두는자'를 접속하며 가장 먼저 생성한 캐릭터도 우락부락한 외모의 남자 성전사였다.(미안하다 수도사여)

성전사 생성 직후. 처음은 외형이 다소 후줄근하다.
성전사 생성 직후. 처음은 외형이 다소 후줄근하다.

[파워리뷰] 디아3 확팩 성전사…'팔라딘'과는 다르다

◆철퇴와 망치로 중무장한 성전사

캐릭터 생성화면에서 성전사를 선택하면 다른 직업들과는 사못 다른 성전사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두툼한 검은 색 철갑을 두른 성전사가 이용자에게 무릎을 꿇고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은 '군인'의 표본을 보는 듯 했다. 특히 야전에서 투박한 면도기로 억지로 깎은듯한 '3mm' 헤어 스타일은 보기만 해도 든든한 믿음까지 안겨 준다.

'디아블로3' 세계에 첫 접속하면 도리깨와 방패를 든 성전사를 접할 수 있다. 내복 느낌이 나는 다소 후줄근한 초반 복장이 맘에 안들지만, 아주 조금만 레벨을 올려도 멋들어진 붉은 색 갑옷을 갖춰 입은 멋진 성전사를 만나볼 수 있다.

달리는 모션은 처음 접하면 다소 엉거주춤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으나 계속 보다보면 익숙해진다. 특히 레벨을 올려 최소한의 격식을 차린 아이템을 갖춰 입게 되면 성전사 특유의 멋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중갑과 철퇴, 방패를 쥐고 전장을 활보하는 성전사의 모습은 같은 근접 직업인 야만용사, 수도사가 비할바가 못된다.(미안하다 수도사여)

성전사가 사용하는 자원은 '진노'다. 야만용사의 자원인 '분노'와 외견이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수도사가 사용하는 '공력'에 더 가깝다. 진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차오르며 기본 기술로 적을 타격해도 확보할 수 있다. 공력 회복 아이템을 여럿 착용한 수도사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움직임은 육중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날씬한 팔라딘과 달리 성전사는 고기를 잔뜩 집어먹다 급히 전장에 투입된 것 같은 투실투실한 외모다. 그래서인지 적을 때리는 공격 동작도 중량감이 상당하다. 광신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성전사 아니랄까봐 레벨이 오를 때마다 "성전을 멈출 수 없다"는 외침도 들을 수 있다.

처음 주어지는 공격 기술인 '징벌'은 주 무기와 방패로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적을 타격하는데, 주 무기보다 방패로 적을 찍을 때 찰진 타격감이 느껴진다. 다음 레벨에서 배울 수 있는 '방패 가격'은 일종의 돌진 기술로 원거리의 적에게 사용하면 냅다 달려가 방패로 후려치는 호쾌한 연출을 볼 수 있다. 이때 성전사가 발 동작은 왠지 앙증맞다. 쉬프트(shift)키를 누른 채 제 자리에서 사용하면 중거리의 적들에게 방패 찜질을 선사하게 된다.

아쉬운 점은 전작의 질(zeal)과 같은 연타 기술을 성전사에게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성전사의 대부분의 기술들은 묵직한 한 방을 끊어치는 것이 대부분으로 자잘한 잽을 수차례 휘두르는 속도감 있는 공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우리말 더빙 목소리도 다소 '버터'스러웠다. 뭔가 느끼하달까. 생김새는 소도 단번에 잡게 생긴 성전사가 목소리는 간드러진다는게 약간은 언밸런스해 보였다. 그러나 사람이란 원래 환경에 익숙해지는 존재. 계속 들어 귀에 익다보면 그럭저럭 멋있게 들릴 법도 하다.

영혼을 거두는자에서 달라진 정복자 시스템, 축적한 정복자 점수로 각종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초기화도 가능하다.
영혼을 거두는자에서 달라진 정복자 시스템, 축적한 정복자 점수로 각종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초기화도 가능하다.

새롭게 달라진 순간이동진.
새롭게 달라진 순간이동진.

제대로 복장을 갖춰 입은 성전사의 모습.
제대로 복장을 갖춰 입은 성전사의 모습.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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