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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컴투스, 매각의 후유증

지난주 게임빌이 컴투스 최대주주가 된 뉴스는 게임업계를 뒤흔들었다. 모바일 게임업체 1, 2위인 두 업체의 합종연횡은 1년 전 엔씨-넥슨 간의 그것과 같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박지영, 이영일 컴투스 부부 경영진의 지분매각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이번 매각으로 부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손에 쥔 돈은 700억 원에 달한다. 위험부담이 크지만 대가 역시 큰 게임업계에서 이 정도 지분매각은 놀랄 일은 아니지만, 공통적인 현상은 하나 같이 매각과 동시에 떠났다는 것이다. 김정률 회장, 허민 대표, 이종현 사장 등이 그랬다.

사업이 실패하면 대표가 신용불량자가 되고 성공하면 수백 수천억대 부자가 되는 것, 이것이 한국 게임산업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고생한 대가로 한 몫 잡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엑시트를 하고 떠나는 것이 정녕 산업계에 도움이 될지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성공한 사업가의 표본으로 성공해야겠다는 자극은 될 수 있으나 그것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IT벤처가 활발하게 생겨나는 곳이 미국 실리콘밸리다. 전 세계 청년들이 몰려들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실패로부터 배운다. 그리고 성공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성공한 선배들이 그 가치-비용이나 경험 등-를 후배들과 나눈다는데 있다. 젊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엔젤 투자를 해주고, 이를 통해 신생 기업이 현금 흐름을 창출하지 못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한다.

성공에 대한 과실을 전부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부분 남겨 뒷사람들의 성공에 거름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전문가들이 꼽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원동력이다.

박지영 대표 등이 매각대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밝힐 이유도 없거니와 밝히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바라는 건 모바일게임 1세대로 산업을 이끌어왔던 사명감이 있다면 이대로 산업계를 떠나지 말라는 것이다. 풍부한 경험으로 후학들에게 조언을 하고,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이 있다면 큰 그림에서 투자를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성공한 게임업계 CEO들의 모습은 많은 부를 챙기고 미련 없이 게임업계로 떠나는 것이 아닌, 산업계에 남아서 후배들의 성공을 독려하는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 2의 박지영 대표도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산업 전체도 내실 있게 발전할 수 있다. 박지영 대표 등의 지분매각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되길 바래본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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