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기자석] 담배로 양심까지 태우진 말자

지난 주말 새벽에 찾은 동네의 한 PC방에는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그리 많지 않은 손님들이 띄엄띄엄 앉아 너나 할 것 없이 종이컵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기자 역시 흡연자라 그들의 행태에 마음이 동했으나 PC방은 지난 6월 8일 이후 전면 금연 구역이 아니던가.

또 흡연자들은 알 것이다. 내 담배 연기는 몰라도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는 맡기 싫다는 것을. PC방 업주에게 조용히 항의를 해봤지만 새벽 시간이고 하니 양해를 구한다며, 난처한 미소와 함께 손님이 없는 구석으로 가주면 안되겠냐고 말하는 업주의 목소리를 뒤로 자리를 옮겼다.

PC방 내 흡연 문제는 손님이나 업주들에게 점점 골칫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PC방에 오래 앉아 매상을 올려주던 손님들은 대부분 흡연자들이었고, 새벽 시간 매출 역시 흡연자들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금연정책 시행 이후 담배를 태우는 손님들이 발길을 줄이면서 PC방 매출도 하락했고, 흡연을 허락하는 PC방으로 흡연 손님들이 몰리자 PC방 업주들은 어쩔 수 없이 종이컵을 건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흡연 손님과의 마찰도 종종 일어난다. 전면 금연정책이 시행됐다는 소리를 듣고 PC방을 찾았건만 태연히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본 비흡연 손님들은 업주들에게 항의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업주들은 힘이 없다. 그래서 금연법을 잘 지키고 있는 업주들도 담배를 피우는 손님을 보면 난처하다. 결국 비흡연 손님들이 직접 보건소에 민원을 넣어 단속반까지 오는 사태로 이어진다.

금연법 시행 이후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비흡연자들은 공중이용시설에서 담배 냄새를 맡지 않아 좋고, 점차 금연 구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반면 흡연자들은 답답하다. 점차 흡연 구역이 없어지는 마당에 PC방, 술집, 커피숍 등 흡연이 당연시 됐던 장소에서까지 흡연을 할 수 없게 됐으니 말이다.

흡연자들은 나라에 많은 세금을 내고 담배를 피우는데 비흡연자의 권리만 보장하고 흡연자의 권리 및 자유는 뒷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릇 자유를 누리려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다른 사람의 자유도 내 자유만큼이나 소중히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지킬 것은 지켜야 흡연자의 권리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몇몇 몰지각한 흡연자들 때문에 모든 흡연자들이 욕을 들어서 되겠나. 한 개비의 담배와 함께 자신의 양심까지 태우지는 말자.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