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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어느새 사라져버린 스마트 '혁신'

요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IT 기기를 좋아하는 '얼리어댑터'들 이었다. 스마트폰이 한국에서 경이로운 보급률을 보인 것은 4년 전이다. 증강현실, GPS 기반의 다양한 어플들이 출시돼고, 언론과 입소문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퍼지면서 스마트폰의 인기는 급물살을 탓다.

증강현실과 GPS, 나침반 등 스마트폰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초기에는 이런 기능들에 주목한 어플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GPS 정보와 버스 정보 시스템을 결합한 '버스' 어플이다. 이 어플은 자신과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자동으로 찾아주고,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인기를 얻었다.

재미와 실용성을 갖춘 어플이 슬금슬금 사라지자 게임이 신기술 개발의 역할을 대신했다. 당시 스마트폰 게임은 GPS와 자이로센서, 나침반 센서 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로 2G 핸드폰 게임과 차별화를 뒀다. 새로운 것과 유행에 민감한 한국 게이머는 열광했다. 기존에 없던 색다른 재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한때 인기를 끈 유령찾기 게임의 경우 지정된 위치에서 유령을 찾아 포인트를 쌓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유행도 잠시 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폰 게임은 급격히 사라졌다. 수 천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카카오톡 게임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출시되자 스마트폰 게임은 광범위한 이용자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됐고, 결국 일반 이용자를 만족 시키는 게임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들은 대부분 손가락 하나, 두 개만을 사용하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전 국민적 인기를 끈 '애니팡'이 그랬고, '윈드러너'가 뒤를 이었다. 현재 스마트폰 게임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모두의마블'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손가락 하나로 주사위를 튕기고,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린다. 화면을 확대하기 위해 손가락 두 개를 사용하는 것이 끝이다.

얼마전 '모두의마블' 개발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모두의 마블' 개발 초기 주사위를 굴리는 방식을 터치가 아닌 스마트폰을 쥐고 흔드는 방식으로 개발하려 했다는 것. 이 기능을 활용하지 못한 건 이용자의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업무용으로 활용하는 직장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돈을 내고 게임을 하는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스마트폰의 매력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익숙한 플레이 방식은 게임의 성공 요소 중 하나인 '단순함'과 일맥상통한다. 주사위 버튼을 만들고 터치하는 방식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다양성과 새로운 재미를 찾기 보다 수익성을 위해 도전을 포기하는 것은 참신함과 새로움으로 성장한 게임업계와는 맞지 않는다. 만일 너무 앞선 기능으로 게임의 인기가 떨어질까 두렵다면 옵션을 활용하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루 밤 자고 나면 십 여개의 스마트폰 게임이 출시되는 요즘. 업체들은 모두 타 게임과 차별화를 뒀다고 홍보한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비슷한 게임일 뿐 참신함은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가 바뀌었고, 손가락 하나에서 두 개를 사용하는 기능이 늘었다. 이 정도로는 이용자를 납득시키기는 힘들다. 그들이 말하는 차별화를 보여 주고 싶다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거나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 초기, 게이머들이 열광했던 이유도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참신한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포화상태다. 한정된 먹거리에서 살길을 찾으려 한다면 새로운 맛을 찾아야 한다. 업계가 부르짖는 차별화와 새로운 재미, 새로운 맛은 혁신에서 나온 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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