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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폭력게임 전자파 논란을 보며

PC방 전원을 차단하자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높은 폭력성을 보였다던 MBC의 기가막힌 보도, 게임을 하면 뇌가 짐승처럼 변한다는 '게임뇌 이론'에 이어 폭력게임을 하면 전자파가 많이 발생한다는 충북도립대학 생체신호분석 연구실 조동욱 교수의 연구 결과 발표됐다.

이 보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폭력게임과 전자파의 관계는 무엇일까'를 시작으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확정됐던가'와 '이 연구의 목적이 뭘까', '폭력게임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은 폭력게임을 하면 그래픽카드 사용율이 높아지고 높은 온도와 함께 전자파를 더 많이 방출한다는 것뿐이다. 폭력 게임을 하면 그래픽카드가 스포츠게임이나 레이싱 게임보다 높은 평균 온도 값을 보였고, 전자파 역시 더 많이 발생됐다고 한다.

그래픽카드 사용율이 올라가면 전자파가 많이 방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연구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는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래픽카드가 방출하는 전자파의 양은 화면에 표시되는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명령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폭력게임이 아니더라도 화려한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나 HD급 영화는 모두 그래픽카드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전자파 방출량이 증가 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실험 방법과 결론에서 도출한 결과가 극단적일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연구 결과다. 삐딱한 시선으로 이 문제를 본다면 전자파가 많이 방출되는 게임(혹은 콘텐츠)은 폭력적이라는 극단적인 논리도 성립이 가능하다.

'폭력게임=많은 전자파'라는 등식에서 좌항과 우항을 바꾸어도 결과는 같아야 한다. 즉, '많은 전자파=폭력게임'도 성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폭력게임 논란의 시초인 ‘둠’과 같은 게임도 많은 전자파를 내뿜어야 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 폭력게임의 대표급인 ‘둠’은 그래픽카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파 방출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온도 상승 효과 역시 나타나지 않는다. 화면에 괴물의 피와 내장이 폭발하고 각종 무기가 불을 뿜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조동욱 교수가 주장한 폭력게임과 전자파 발생이 상관관계는 마치 "아이들이 폭력게임을 하면 전자파를 많이 쬐게 되고 바보가 된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 이미 게임은 전자파를 방출해 아이들을 망치는 독약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는 전자파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반화의 오류다.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폰은 한때 전자파로 인해 논란이 됐었다. 연구기관들의 시선은 전자파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고 많은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2003년 스웨덴 룬트 대학에서 발표한 전자파가 뇌 세포를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통해 관찰한 결과 전자파가 뇌 세포를 파괴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0년 미국 사우스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은 전자파가 치매에 걸린 쥐의 기억력과 사고능력을 개선했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전자파와 인체 유해성을 연관 짖지 않고 있다.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해를 주는 지 모르기 때문에 권고지침조차 내놓지 않은 상태다. 즉, 전자파가 나쁘다는 통설과는 달리 유해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의 전자파는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을 게임 업계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게임을 하면 뇌가 짐승처럼 변한다는 '게임뇌 이론'이다. 빈약한 과학적 근거로 그럴사한 결과를 도출한 연구 결과였지만, 셧다운제를 시작하는 기폭제가 되어 게임 업계를 강타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기자의 과도한 상상력 때문이라는 우려가 망상으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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