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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친구에서 남남으로, 다시 파트너로

[[img1 ]]지난 12일 넥슨에서 보내 온 보도자료를 보고 잠시 멍해졌습니다. 넥슨이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의 ‘프로젝트NT’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죠. 정상원 대표의 이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할만한 일이었습니다.

정상원 대표는 과거 넥슨 대표를 맡을 정도로 넥슨 개발자들의 큰 형이었습니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넥슨을 떠난 뒤 실질적으로 ‘바람의나라’ 개발을 이끌기도 했죠. ‘어둠의나라’, ‘카트라이더’ 등 넥슨 인기작 대부부분은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2001년 그가 개발한 ‘택티컬커맨더스’는 미국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대상 등 4개 상을 수상해 세계를 놀라게도 했죠.

그랬던 그가 넥슨을 떠난 것은 2005년입니다. 자기 색깔에 맞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고는 했지만,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 인수를 둘러싸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마찰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넥슨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진 그가 무리하게 회사를 창업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넥슨과 결별한 정 대표는 네오위즈와 손을 잡습니다.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자와의 친분 덕분인데요, 나 대표 역시 과거 넥슨에서 정 대표와 함께 일한 바 있습니다. 네오위즈는 띵소프트에 지분 35% 인수 및 개발자금으로 6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정 대표는 네오위즈 개발 본부장을 맡아 ‘피파온라인’을 흥행시키고 다시 독립했습니다.

고개가 갸우뚱 해진 건 이러한 과거 때문입니다. 넥슨과 띵소프트가 힘을 합쳤다는 것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앙금이 완전히 해결된 것을 뜻하는 것이고, 김정주 창업자의 성격상 띵소프트를 인수 혹은 정 대표를 영입하는 ‘재결합’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넥슨이 선택한 게임이 MMORPG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넥슨은 ‘바람의나라’를 통해 국내 첫 온라인 MMORPG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이 장르에 유독 약합니다. ‘마비노기’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죠. 그런 넥슨이 고른 ‘프로젝트NT’는 카툰 렌더링 기법의 MMORPG로 아기자기한 전투가 특징입니다.

일전에 대구에서 김정주 창업자를 만나, 정상원 대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당일 넥슨에서 ‘피파온라인3’ 기자간담회가 있었는데, 정 대표가 개발 고문 자격으로 행사에 참여했더군요. 슬쩍 흘린 말에 김 창업자가 반색을 하더군요. “지금의 넥슨이 있게 한 정말 훌륭하신 분”이라고요.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 창업자와 정 대표 사이에 서먹한 감정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진심이 담긴 말에 ‘설마 다시 뭉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품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 결과가 이번 퍼블리싱 계약이구요.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아군도 적도 없다’는 말이 있지요. 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다시 파트너가 된 이상, 두 회사가 힘을 합쳐 좋은 결과를 만들길 기대합니다. 정 대표도 한동안 푹 쉬었으니 다시 히트작 내놓기를, ‘프로젝트NT’가 대박나기를 응원합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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