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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닌텐도와 한국언론

[[img1 ]]17일 열린 닌텐도 3D 기자간담회를 두고 말들이 많다.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안 한 닌텐도가 문제라는 지적과 행사 성격에 맞지 않게 닌텐도를 몰아세운 기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닌텐도 서드파티 한국인 개발자가 일본어로 ‘한국 기자들 다 죽어버렸음 좋겠어, 진짜로’라는 글을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관련 내용이 일본까지 전해져 최대 커뮤니티인 2ch에서는 반한(反韓) 감정까지 일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닌텐도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임저변 확대를 외친 닌텐도의 전략이 도리어 회사에 치명타가 된 지금, 이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 대상이 잘못됐다. 답변을 해 줄 사람은 미야모토 시게루 혼자였고, 그는 경영과 무관한 개발자다. 더군다나 미야모토 시게루는 일본 게임역사의 산증인이자 ‘마리오의 아버지’로 불린다. 닌텐도 게임기에 무한한 애정과 자존심이 있는 그에게 닌텐도 위기론이나 ‘스마트폰에 밀렸다’ 식의 질문은 답변하기 거북했을 수도 있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기자들은 유사한 질문을 이어나갔고, 40여분의 질의응답 시간 중에 35분 정도가 이렇게 쓰였다. 정작 3DS와 관련된 질문은 찾기 힘들 정도였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행사를 준비할 때 ‘예상 질문’이라는 것을 마련한다. 한국에 지사까지 둔 닌텐도가 한국 기자들의 썼던 기사만 봤더라면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매출과 기업가치에 민감한 경제지 기자들까지 참석시켰다면 당연 대비했어야 했다.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해줄 닌텐도코리아 대표를 답변자로 함께 내세우거나, 이것마저 여의치 않았다면 사전에 ‘3DS 발표회이니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해달라’고 양해를 구했어야 옳다. 하지만 닌텐도도 행사를 마련한 대행사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닌텐도는 한국과 일본은 취재방식이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일본 기자들은 닌텐도에 ‘감히’ 그러한 질문을 하지 않지만 한국 기자들은 다르다. 한국에서 행사를 계획했다면 한국식에 맞게 준비를 했어야 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닌텐도코리아의 소통부재다. 닌텐도는 취재가 안되기로 유명한 곳이다. 2006년 지사를 설립했지만 기자 응대는 일절 외면하고 있다. 닌텐도 위기론은 지난해부터 나온 말이다. 진작 대한 회사의 입장과 대응전략을 진작 기자들에게 알려주었다면 오늘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독자로부터 알권리를 부여 받은 기자들로서는 오죽 답답했으면 행사와 무관한 질문을 해야만 했을까.

이미 닌텐도는 한국지사를 설립했을 때 한국 기자들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하는 닌텐도코리아는 질책을 받았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같은 일은 반복됐다.

오늘 행사는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방한이 처음이라는 미야모토 시게루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참석한 기자들은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본사와 가교역할을 해야 할 닌텐도코리아가 변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닌텐도코리아가 변하지 않는 한 말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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