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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타임머신] 가정용 콘솔 게임기의 완성, 닌텐도 '슈퍼패미콤'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가정용 콘솔 게임기의 완성판 '슈퍼패미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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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패미콤(좌측)과 SNES(우측). 유명 비디오 리뷰어 AVGN(Angry Video Game Nerd)이 아끼는 게임기다

닌텐도는 경쟁사 보다 뒤늦은 1990년 11월 21일 16비트 게임기 '슈퍼패미콤'(북미명 Super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SNES)을 출시했습니다. 닌텐도는 '패미콤'의 성공으로 자금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이는 하드웨어 개발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데요. '슈퍼패미콤'은 닌텐도가 자체 개발한 리코5A22 CPU를 이용해 화사한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슈퍼패미콤'은 약간 특이한 판매 정책을 내세웠는데요. 일반적으로 콘솔 게임기를 본체와 콘트롤러, 화면 접속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로 구성한 패키지로 판매됐습니다. 반면 '슈퍼패미콤'은 본체와 콘트롤러 2개를 2만 5000엔(약 30만원)에 판매하고, 화면 접속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은 별도로 판매 했습니다. 당시 게이머 중 일부는 본체와 소프트웨어만 구매하는 실수를 저질러 닌텐도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슈퍼패미콤'은 '메가드라이브'나 'PC엔진'과 16비트 게임와 유사한 수준의 스프라이트(객체 이미지) 색상 표현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였습니다.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스프라이트(캐릭터 1개로 이해하면 쉽다) 이미지가 128개에, 4개의 배경 레이어를 표현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여러개의 배경 레이어 스크롤 속도를 조정해 원근감을 표현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됐습니다.

게다가 가정용 콘솔 게임기 최초로 스프라이트와 레이어의 투명도를 조정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2D 게임에 필요한 모든 기능은 '슈퍼패미콤'에서 완성됐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경쟁사에서 이미 16비트 게임기들이 출시돼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을 무렵, '슈퍼패미콤'은 이미 콘솔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하위기종 '패미콤'(북미명 NES,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과 호환을 목표로 개발중 이었습니다. 이미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패미콤'을 호환시켜야 신규 게임기의 판매에 도움이 될 것 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기술상의 문제로 '슈퍼패미콤'은 독립적 콘솔 게임기로 개발 목표를 급하게 바꾸느라 기기가 가진 100%의 성능을 끌어들이지는 못 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한가지 예로 '대마계촌'에서 주인공 아서가 황금갑옷을 입으면 사용할 수 있는 충전 기술을 사용할 때 게임이 느려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마계촌 스피드런 영상. 날씨효과나 특수 기술 사용 중 게임 화면이 느려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출처 : www.speeddemosarchive.com)

이외에도 슈팅 게임이나 액션 게임에서 화려한 효과를 사용하면 게임이 느려지는 문제가 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PC엔진'과 '메가드라이브' 지지층은 '슈퍼패미콤'을 '패미콤'의 인기를 등에 업은 '운 좋은' 게임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한 '패미콤'과의 호환성을 목표로 하다 보니 개발 언어가 기계어 중에서도 저급언어(저급 언어일수록 배우기 힘들고 개발 및 수정이 힘들다)인 어셈블리를 사용했습니다. 닌텐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던 서드 파티 업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후발 주자 '슈퍼패미콤', 전화위복이 된 기기 결함

닌텐도는 비록 '패미콤'으로 전세계 콘솔 게이머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16비트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는 일본 전기 주식회사(日本電?株式?社, Nippon Electric Company, 이하 NEC)의 'PC엔진'이나 세가의 '메가드라이브'에 밀려 후발주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한번에 게임기 1대 이상을 구매하기 힘들었던 당시 시대적 특성상 화려한 그래픽과 16비트 CPU 사용이라는 장점은 이미 빼앗긴 뒤 였습니다.

또한 고성능 CPU와 그래픽 칩셋을 탑재한 '메가드라이브'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액션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고, PC엔진은 슈팅 게임에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슈퍼패미콤'은 앞서 설명한 설계 상의 문제로 이런 강점을 내세우기가 애매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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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가 처음 등장한 슈퍼마리오월드. 슈퍼마리오3와 함께 최고의 시리즈 작품으로 손꼽힌다

'슈퍼패미콤'은 하위 기종인 '패미콤'의 활약으로 이미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게임=닌텐도' 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였던 분위기와, 동시 발매 타이틀(런칭 타이틀)인 'F-ZERO'와 '슈퍼마리오월드'로 단숨에 인기 콘솔 등극하게 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앞서 이야기한 개발 상의 어려움이 닌텐도 인기의 비결이 된 것인데요. 닌텐도와 협력하던 개발업체들은 '슈퍼패미콤' 용 게임 개발의 난해함을 해결하기 위해 '패미콤'의 게임들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기술 개발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리즈를 리메이크 하거나 정식 후속편을 제작한 것인데요. 이때 개발된 '슈퍼혼두라', '슈퍼구울엔고스트'(대마계촌), '슈퍼메트로이드' 등 '슈퍼패미콤' 초창기를 함께 했던 게임들은 후발 주자인 '슈퍼패미콤'이 세계적 성공을 거두는데 큰 역활을 하게 됩니다.

'슈퍼패미콤'은 기기의 문제점이 전화위복이 돼 초창기 소프트웨어 라인업의 화려함은 경쟁 기종인 'PC엔진'과 '메가드라이브'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함을 자랑하게 됩니다. 당시 여러 게임기를 동시에 가질 수 없었던 게이머들이 '슈퍼패미콤'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슈퍼패미콤'은 최종적으로 전세계 판매량 4910만 여대를 기록하게 됩니다. (일본 판매량이 1717만여대, 일본 외 시장에서 3193만여대를 판매)

◆캡콤이 날개를 달아준 닌텐도 '슈퍼패미콤'

독자 여러분은 콘솔 게임기의 콘트롤러의 방아쇠(트리거) 형식의 버튼이 '슈퍼패미콤'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슈퍼패미콤' 용 콘트롤러는 당시 게임기들의 버튼 수의 2배에 가까운 6개의 버튼이(십자키, 시작, 선택키 제외)가 장착 돼 어떤 기종보다 많은 버튼 수를 자랑했는데요.

6버튼 콘트롤러라는 작고 독특한 시도는 점점 품질이 높아지는 게임과 새로운 재미, 간편한 조작을 할 수 있어 게이머로부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형 4버튼 배치 역시 '슈퍼패미콤'부터 시작되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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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버튼의 다이아몬드형 배치와 트리거(L버튼, R버튼)은 슈퍼패미콤에서 처음 선보였다. 현재는 업계 표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러한 6버튼 콘트롤러의 최대 장점을 살린 것은 격투 명가 '캡콤'인데요. 당시 아케이드 게임장(오락실)에 최고 인기는 격투 게임 '스트리트파이터2'는 8축의 이동 방향과 6개의 버튼을 사용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스트리트파이터2'의 조작체계를 완전히 이식할 수 있었던 것은 6버튼 콘트롤러를 가진 '슈퍼패미콤' 뿐이었던 거지요. 때문에 1992년 전 세계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스트리트파이터2'는 콘솔 게임기 중 가장 먼저 '슈퍼패미콤'에 이식 됩니다.

잠시 '슈퍼패미콤'을 잊고 당시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전 시간에 언급한 '네오지오'가 아케이드 게임을 가장 먼저 이식할 수 있는 기기라고 설명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당연히 "'스트리트파이터2'가 '슈퍼패미콤'으로 처음 이식됐다고? '네오지오'의 설명과 다르잖아"라는 궁금증이 생기셨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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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스트리트파이터2를 하기 위해 슈퍼패미콤을 구매한 게이머도 많았다. 사진은 북미 패키지 박스

'네오지오'는 어디까지나 MVS(Multi Video System) 기판을 사용하는 아케이드 게임을 위한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오락실 용 게임이 이식된 것은 사실 입니다. 하지만 캡콤은 1988년 7월 자사의 게임에 특화된 아케이드용 기판 CPS(Capcom Play System)을 발매했는데요.

캡콤은 '스트리트파이터2'의 인기와 함께 '파이널파이트', '천지를먹다' 등 쟁쟁한 게임들을 연이어히트 시키면서, 아케이드 시장에 CPS 기판을 보급해 MVS 기판을 위협하게 됩니다. 즉 CPS 기판을 사용한 게임인 '스트리트파이터2'는 MVS 기판을 기반으로 하는 '네오지오'에 이식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슈퍼패미콤' 용 '스트리트파이터2'는 닌텐도가 경쟁사를 따돌리는데 앞장선 타이틀입니다. 비록 뒤늦게 세가와 NEC가 '스트리트파이터2'의 이식과 게이머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추가 버튼을 장착한 콘트롤러를 판매했지만 격차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맙니다.

'슈퍼패미콤' 용 '스트리트파이터2'는 주목할 만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일본에서만 100만장이 넘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판매량 670만장을 기록하며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것 입니다. 어쩌면 이 기록때문에 아케이드 게임에 주력해 온 캡콤이 본격적으로 콘솔 시장을 공략하게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다음 시간에 계속...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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