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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블리자드의 셧다운제, 게임산업 대재앙의 서막

[[img1 ]]"한국 정부 방침에 따라 자정부터 6시까지 구버전 배틀넷의 서버를 내려야 할 상황이 온 것 같다. 아이피를 차단하는 방안 등으로 한국 이용자들은 배제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

블리자드 랍 브라이덴베커 부사장이 지난 21일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다음달 20일부터 시행되는 셧다운제를 따르기 위해 국내 이용자들의 서버접속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사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국내 이용자들이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배틀넷의 서버, 회선 비용이 항상 골칫거리였을 터이다. 전작 이용자들이 스타크래프트2나 디아블로3로 혹여 오지 않을까봐 노심초사 해왔는데, 여성가족부에서 좋은 구실을 만들어 준 꼴이 됐다.

전작 마니아들을 억제하고, 서버-회선 비용도 줄어들 것이 확실하니 일석이조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가치가 아무리 높다 한들 블리자드에서 한국을 위해 배틀넷 환경을 재개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블리자드는 깔끔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국내 게임업체는 현재 활로를, 셧다운제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최근 일부 메이저 게임사들은 약관 변경 등을 통해 11월 20일부터 청소년들의 자정시간 이후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역시 자정 이후 게임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클라이언트 실행이 불가능 하도록 만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향후 대응 방안은 거론하기 조차 힘들다.

중소 게임사들은 더 우울하다. 셧다운제에 대한 대비책은 커녕 시스템도 구축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실적으로 시스템 개발에 따른 리소스와 인력이 부족하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청소년들만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가 따른다"며 "물리적으로 클라이언트 이용 제한, 아이피 차단 등을 시킬 수는 있지만 이에 따른 성인 이용자들의 피해도 가늠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결국 셧다운제로 인한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강제적 규제로 인해 (정부와) 더 큰 문제가 불거질 바에야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완전히 차단하는 '블리자드식 셧다운' 외에는 답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울하지만 여기까지 오게되면 게임업계 미칠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산업 규모의 축소에 이은 고용 감소 등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결론은 이미 예고됐다. 지난달 30일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한 '청소년의 보호받을 권리와 인터넷 게임중독' 토론회에서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게임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률 제도"라고 했다. 김 사무국장의 말이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현실이 돼가고 있다.

여가부가 만든 대재앙은 이제부터 진정한 시작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기 일보 직전이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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