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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넥슨 M&A에 대한 씁쓸한 단상

[[img1 ]]최근 넥슨이 제이씨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약 2000억 원을 들여 지분 35%와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넥슨이 제이씨 인수에 성공하면 네오플과 엔도어즈, 게임하이에 이은 네 번째 빅딜이 된다.

오래 전부터 일본 증시 상장 이야기가 나왔던 넥슨으로서는 최대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M&A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고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넥슨의 활발한 기업인수가 상장을 위한 밑그림이 아니라 하더라도, 넥슨이 글로벌 시장에서 EA나 액티비전블리자드 같은 거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해 덩치를 더 키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고, M&A를 산업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왕성하게 인수전을 벌이는 넥슨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과 함께 걱정이 된다. 넥슨의 왕성한 식욕이 자칫 게임산업 생태계의 근간을 망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다.

게임산업은 부침과 굴곡이 특히 심하다. 작은 개발사에 불과했던 스마일게이트가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대박 흥행으로 퍼블리셔가 된 것만 봐도 그렇다. 잘 나가던 회사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넥슨의 기업인수가 아쉬운 부분은 이러한 게임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네오플과 엔도어즈, 게임하이라고 대박 흥행으로 제2의 넥슨이 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된다면 이들 회사가 제2, 제3의 넥슨이 될 수도 있었다. 또한 네오플과 엔도어즈는 별도의 기업상장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했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회사를 더 성장시킬 수도 있었고, 개발사가 아닌 퍼블리셔로 변화를 꾀할 수도 있었다. 게임하이는 경영의 투명성만 확보했다면 인수 전보다 나아질 가능성도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들은 회사 매각으로 다 사라졌다.

여기에 획일화에 대한 걱정도 든다. 콘텐츠 산업은 다양성이 생명으로 그 다양성은 차별화된 기업문화, 다른 근무환경에서 나온다. 하지만 인수합병으로 이러한 개성이 줄어드는 것이 대다수다.

이미 우리는 EA를 통해 그 위험을 충분히 봐왔다. '모든 것을 먹는다'(Eating All)는 빈정거림을 받는 EA는 ‘커맨드앤퀀커’ 시리즈의 웨스트우드와 ‘울티마온라인’의 오리진, ‘심시티’ 시리즈의 맥시스소프트웨어, ‘배틀필드’ 시리즈의 디지탈일루션’ ‘다크에이지오브카맬롯’을 개발한 미씩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합병 했다.

좋은 회사들을 인수했으니 더 나아질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EA는 이 자회사들의 영향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인수된 웨스트우드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5년 뒤 사실상 폐쇄됐으며, 앞서 예를 든 게임들도 예전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물론 넥슨은 자회사들의 개성을 존중해 하나된 색깔을 내도록 강요하진 않는다. EA와 달리 시너지를 내 자회사들을 더 성장시킬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그러나 넥슨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회사들의 기회를 M&A를 통해 뺏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혹시나 '넥슨표'로 규정되는 게임들만 만들어내질 않을지 걱정이 든다. 이것이 넥슨의 인수전을 바라보면서 드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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