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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크리에이터의 자질

[[img1 ]]최근 한 인기 온라인게임에서 시나리오 표절 문제가 불거졌다. 이 게임에 대규모 업데이트에 적용됐는데, 여기에 사용된 시나리오가 과거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왔던 한 게이머가 창작한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때문이었다.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N사는 실수로 게이머의 시나리오가 들어갔다고 시인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N사는 시나리오 표절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표절사태가 벌어진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닌 완벽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표절한 시나리오를 창작한 게이머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표절, 즉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유명했던 표절 사건 중에 하나인 가수 이효리의 표절사건을 돌이켜보자. 이효리에게 표절곡 6곡을 제공한 작곡가 이모씨는 바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모씨는 이효리의 소속사에게 2억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개인들도 표절을 하거나 저작권법 등을 위반하면 주로 벌금형을 받는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웹하드 서비스나 블로그 등을 통해 유포되는 노래, 영화, 소설, 만화 등도 유포자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도했든 안했든 남의 저작물을 마음대로 사용하면 법에 저촉된다는 점이다. 이효리 노래 작곡가도, 아무 생각없이 TV프로그램이나 영화, 노래 등을 퍼뜨리는 사람도 애당초 마음먹고 저작권법을 위반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N사에 따르면 업데이트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고물이 여러개 있었고, 이번에 표절 시나리오로 확인된 그 시나리오도 참고하기 위한 자료였다고 한다.

사실 믿기 어려운 변명은 아니지만, 참고하기 위한 자료였다는 해명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설마 문제되겠어?', '문제되면 그때가서 해결하지 뭐'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취재하는 내내 '어떻게 참고만 했는데 이 정도로 똑같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어떤 사정이었던 간에, 또 N사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고 이해하더라도, 이 게임이 개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가장 앞장서야 하는 콘텐츠 회사가 이런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더욱 짜증이 나는 것은 이 게임은 론칭될 당시 영화를 보는 듯한 크레딧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게임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마치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처럼 동영상에 포함시켰다. 당시 N사는 게임 제작자들도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만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더욱 아쉽다.

N사는 이번 사태가 재수없어서 한번 발생한 일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깊이 반성하고 책임자의 자질에 대한 의심과 검증도 한번쯤 해보길 권한다. '크리에이터'나 '디렉터'라는 명칭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하찮은 돌멩이가 아니다.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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