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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하이원엔터가 사는 법

[[img1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이학재 사장이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두고 자진 사퇴했다. 떠나는 이 사장은 기자들에게 장문의 당부 글을 남겼다. 자진 사퇴의 모양새이긴 하나 그의 글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구구절절 적혀 있었다.

모회사인 강원랜드의 지나친 경영 관섭과 지역사회의 이기주의가 소신 있게 게임사업을 진행하는데 발목을 잡았다는 내용이다. 강원랜드가 코드인사 의혹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초대 대표로 선임한 이 사장조차 불합리한 처사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하이원엔터의 게임사업이 업계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암울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실 이런 사태는 강원랜드가 하이원엔터의 기업 속성을 공기업으로 규정할 때부터 예견돼왔다. 게임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지만 까다로운 이용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쉼 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산업이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켰던 닌텐도가 스마트폰으로 인한 라이프사이클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추락하고 있는 것이 게임산업의 현실이다.

그만큼 시대변화를 정확히 읽는 눈과 그에 따른 전략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2000년대 초반 대기업들이 게임산업의 외형만 보고 투자했다가 번번히 실패를 거듭한 이유도 '속도'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거대 조직의 느린 의사결정 구조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게임산업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팀 단위로 재량권을 인정해준, 빠르게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한 작은 기업들이 현재 산업의 메이저 업체로 성장해왔다.

반면 하이원엔터의 게임사업을 보고 있노라면 산업의 속성을 무시하고, 이해가 부족한 모양새가 절절히 드러난다. 전문성을 갖춘 실무자들이 퍼블리싱해 온 게임조차도 모회사와 지역사회가 선임한 이사회를 통과해야만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는 일견 당연한 듯 보이지만 게임산업 내에서 결코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없다.

모회사가 공기업이기 때문에 자회사도 공기업이어야 한다는 논리에 매몰돼 시급을 요하는 사안조차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야만 하는 절차구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겉보기와 형식에만 치우쳐 실리를 챙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공기업 조차도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는 요즘 하이원엔터와 강원랜드의 행보는 요지부동하고 복지부동하는 무능한 공기업의 전형이다.

단적인 예로, 넥슨의 매출 증대에 일조한 웹게임 '열혈삼국'은 네오위즈게임즈가 퍼블리싱 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다가 그 결정이 늦어지면서 넥슨이 계약해버린 게임이다. 그 기간이 길었던 것도 아니다. 채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네오위즈게임즈가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는 사이, 넥슨이 더 발 빠르게 움직여 잡았고, '열혈삼국'은 국내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당연히 네오위즈게임즈가 땅을 치며 후회했다는 후문이 들렸다.

하이원엔터는 어떨까. 실무자들이 선택한 '세븐코어'를 계약으로 이끌어낼 때가지 4개월이 넘는 시일이 걸렸다. 이사회에서 일임한 별도 평가회의를 거쳐 승인이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행여 다른 업체에서 계약을 해 버릴까봐 마음 고생한 실무자들의 심정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늠해볼 수 있다.

여기에 지역사회가 나서서 사업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도 하이원엔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강원랜드가 폐광산업 특별법으로 생긴 공기업이고 그런 만큼 지역사회에 일조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한 게임사업을 놓고 지역사회로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밥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또 게임산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지역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라고 무조건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알다시피 2015년 내국인 카지노 독점권이 사라지는 것에 대비해 준비한 것이 태백 e시티사업이다. 2년이 넘는 동안 사업 타당성 검토를 했고 5000억원 가량 예산도 배정했다. 그만큼 지역사회의 기대도 높았고, 게임업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전문성을 무시했고, 조직 내부에 만연돼있는 '내 사람 심기'와 성과주의에 매몰된 일부 이익단체들 때문에 태백 e시티사업의 주춧돌인 하이원엔터의 게임사업은 흔들림을 넘어서 장기간 표류할 태세다.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테마공원 및 관광상품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일조하겠다는 청사진이 빛이 바래고 있다.

강원랜드의 게임사업 진출이 초기만큼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희망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풍부한 자본이 있고 능력 있는 인재들은 아직 하이원엔터에 남아있다.

이학재 사장의 마지막 말처럼 모회사와 지역사회가 하이원엔터의 사업을 믿고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까지 차기 먹기리 사업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 주춧돌이 될 하이원엔터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강원랜드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내국인 카지노 독점권을 연장해 달라고 정치권에 조르기 보다 왜 하이원엔터가 사업실적이 부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돌아보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 강원랜드와 지역사회가 바랬던 세계적인 게임업체를 만드는 길일 것이다. 이것이 하이원엔터가 경쟁이 치열한 게임업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살 길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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