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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근] '테라'의 충격과 중소 퍼블리셔의 생존법

[[img1 ]]얼마전 '테라'가 오픈을 하자마자 국내게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물론 상용화 이후 점유율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국내 게임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건 분명한 사실이다. 테라의 성공을 보면서 업체들마다 자신의 상황에 비춰 다양하게 해석했을 것이다. 특히 중소 퍼블리셔와 개발사들은 '대작' 중심의 시장 집중화 현상을 보며 큰 좌절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테라급'을 개발할 여력이 없는 중소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은 어떤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필자가 꼽는 게임 서비스의 생존의 법칙은 '기본기가 튼튼한 게임성'과 '고객의 마음을 읽는 서비스 운영'이다.

대형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은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컨텐츠의 질적, 양적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서비스가 갖는 고객의 수적 부담은 정책 결정과 대응의 속도를 저하시키고, 권위적 운영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대응하는 시스템적 문제점도 안고 있다.

고객은 각자 다른 상황 속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고 다양한 이유에서 게임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규모의 경쟁처럼 보이는 현재의 게임 시장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우리는 주위에서 인테리어가 아주 잘 된 텅 빈 대형식당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간판도 변변치 않은 조그만 식당에 줄을 서서 먹는 모습도 목격한다. 대형 식당은 잘 짜인 매뉴얼과 레시피, 서비스 가이드대로 손님을 대한다. 손님은 이 인위적인 인테리어와 분위기에서 음식을 먹지만 입맛에 맞지 않으면 다시 오지 않는다. 주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손님과 대화하는 식당은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주고 손님의 이름과 입맛까지 기억한다. 손님들은 '짜다 싱겁다' 불만을 토로하고 수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큰 식당들은 구멍가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외면할 수도 있다. 요즘 손님들은 소셜 네트워크와 미디어를 통해 매우 빠르게 소문을 전달한다. 작은 식당이 소문나서 대박이 나는 것도, 큰 식당이 망하는 것도 순간이다.

결국 '맛있게 만들고 친절하게 서비스 해라' 라는 아주 상식적 논리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할 줄 알고 경험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중소 게임사들은 다행히도(?) 비교적 많지 않은 손님들 덕분에 친절하게 서비스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이후 큰 식당이 되더라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맛있게 만드는 법이 따로 있는가. 손님이 뭘 맛있어 하는지, 지금 짜게 느끼는지 싱겁게 느끼는지를 귀 기울여 물어보고 솔직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가 아닐까.

'테라'는 오랫동안 정체된 게임시장에 '테라급'의 충격을 주었다. 이 충격은 자본력을 갖춘 대형 퍼블리셔들에게는 새로운 희망과 신규투자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나, 소형 업체에게는 투자가 더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400억원을 투자할 자신이 없다면 빨리 접고 다른 길을 찾는 게 현명해 보일 수도 있다.

시장은 열려있다. 다양한 입맛의 손님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언제나 주인이 자신의 이야기에 경청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게임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친절하게 서비스한다면 소문은 빠르게 퍼질 것이다.

중소 게임사들의 생존전략. 작지만 소중한 고객들의 위해 맛있게 만들고 친절하게 서비스하자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되새겨 본다.



-신현근-
엔트리브소프트 퍼블리싱사업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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