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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인터뷰] 차장 '게임회사'를 말하다 - CJ인터넷 임형준 차장

데일리게임은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사원부터 대표까지 각 직책의 인재들을 만나 그들의 고충과 궁금증을 풀어볼 계획입니다. 최근 입사한 사원부터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대표들까지 계단을 올라가듯 차례로 만날 예정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게임 산업과 직급별 업무 등 여러 궁금증을 대신 풀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차장. 과장과 부장 사이에 존재하는 직급이다. 통상적으로 10년 정도 동종업계에서 근무하면 차장이라는 직급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게임업계에는 차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른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 게임업계에서 차장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CJ인터넷 임형준 차장은 회사에서 퍼블리싱팀을 이끄는 팀장이다. 벌써 게임업계에 일한지 11년이 넘었다. 그야말로 게임업계 1세대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게임밥'을 먹었고 결국 지난해 차장으로 승진했다. 11년이 넘도록 게임업계를 바라본 임 차장은 게임업계만큼 급속도로 변한 산업도 없다며 말을 꺼냈다.


"처음에 게임업계에서 일할때는 주변 사람들이 PC방 다니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게임을 산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당당히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을 보면 게임이 가진 힘에 대해 새삼 놀랄때가 많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도 많지만 확실히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받는 대우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개발업체에서 4년 넘게 일한 경험이 있는 임 차장은 아직도 게임업계에 '라면만 먹으면서 게임을 개발하는 곳'이 남아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좋은 게임을 선택해 퍼블리싱 권한을 가져오는 일을 하는 퍼블리싱팀에서 일하기 때문에 개발업체를 많이 다녀보면 아직도 직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면서 게임을 개발하는 곳이 있다고. 임 차장은 게임 개발업체 대표가 직원들이 게임을 사랑해 월급도 못주는데도 계속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곤 한다.

임 차장은 좋은 퍼블리싱 게임의 요건은 개발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개발하는 사람들이 만족할만큼 좋은 퀄리티의 게임이 나와야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끔 개발업체를 다니다 보면 게임을 개발하면서 다른 회사 게임을 즐기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개발업체에서 만드는 게임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반면 게임을 개발하면서 직원들끼리 밥내기로 자신들의 게임을 즐기는 업체의 게임들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만족하면 하는 사람은 물론 퍼블리셔의 만족도도 높아집니다."

임형준 차장은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산 게임들의 한국 서비스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게임을 수입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남들이 하기 때문에 따라하는 서비스 행태가 나타나면 안된다는 것. 임 차장은 한국에 처음 공개된 중국산 MMORPG '완미세계'를 예로 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완미세계를 처음 수입할때는 게임 자체가 괜찮았다는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보니 완미세계 정도의 게임이면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중국산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운영툴이나 보안에 관한 노하우가 없으면 힘들죠. 특히 중국은 워낙 많은 게임들이 공개되기 때문에 옥석을 가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남들이 중국산 게임으로 재미를 봤다고 하니까 무조건 중국산만 찾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임 차장은 차장이 되고 나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인사권이 생겼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팀원들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도 훨씬 커진다고. 특히 과장일때는 하나의 프로젝트만 보고 거기에 매진하지만 차장은 여러 프로젝트를 모두 보고 있어야 하는 점도 큰 업무변화라고 설명했다.


"차장이 되면서 팀원들이 생기고 내 일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만 보던때와는 달리 넓게 보고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큰 차이점입니다. 팀에서 달성해야 하는 실적이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내 프로젝트만 잘되면 됐지만 지금은 우리 팀의 실적을 신경써야 합니다. 예전보다 3배가 넘는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죠."

지난 계단인터뷰의 주인공이었던 넥슨 나승균 과장이 차장에게 궁금했던 점에 대해서도 임 차장은 속시원히 의문을 풀어줬다. 자리를 자주 비우는 이유는 외근과 유관부서와의 협력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임 차장은 "계약서 법무검토, 웹 개발조직, GM조직, 마케팅팀, 홍보팀들과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고 퍼블리싱팀이다 보니 개발업체로 외근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임 차장은 어디 나갈때는 어디 간다고 꼭 말하고 가는 편이라고. 법인카드도 유관부서와의 협력 등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쌓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편이며 사용용도는 모두 상부에 보고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용도로는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물론 한도도 얼마 되지 않는단다.

회사 비밀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리나 과장이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임원이 아닌 이상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비밀을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설사 팀원들에게 모두 공지하지는 않지만 물어보면 다 가르쳐 준다. 임 차장은 "게임 서비스 업체에서는 대리급들이 볼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도 모두 회사 기밀"이라고 강조한다.


"차장으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모든 팀원들을 챙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인기게임을 담당하지는 않습니다. 인기게임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겠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비인기게임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이런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더 신경써야 합니다. 저도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장들이 바라는 차장은 더 대화도 많이 해주고 더 많이 챙겨주는 사람일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도 똑같습니다.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과장들이 좋습니다. 특히 퍼블리싱팀은 늘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개발업체를 가면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 먼저 이야기 풀어줘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가장 좋은 직원입니다."

끝으로 임 차장은 자신의 윗직급인 부장에게 궁금한 점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임 차장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게임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을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오래 게임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고 우리 업계에서도 정년퇴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가 궁금합니다. 부장 정도 되면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부장은 수십명의 부하직원을 거느리는데 인력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살짝 공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장님인만큼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한 예측, 게임산업의 문제점이나 고쳐야 할 점 등에 대한 의견도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시는지도 살짝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우리 업계는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게임업계 종사직군별로 좋은 책을 쓰시는 분들이 많이 나오셔서 책을 통해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미나나 간담회처럼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만나서 친분을 쌓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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