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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위저드 22화

샤이닝위저드 22화
[데일리게임]
Chap 7. 산에 잠들어 있는 것

라크는 산 정상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봉우리 전체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 중앙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의 중앙, 즉 정상에 무엇인가가 있는지 확인을 해 봐야 한다.

길을 가던 도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죽은 나무들이 시커멓게 변해 있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아래쪽보다는 위쪽이 더 먼저 이렇게 된 것 같았다.

‘역시 정상인가?’

라크는 점점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이제 거의 산꼭대기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라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이제부터는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처럼 느낄 수 있었다. 환영처럼 변한 육체이지만 기분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만약 육체가 있다면 심장이 격하게 뛰고 있었을 것이다.

무엇인가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어서 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라크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혹시 마그나타와 관계있는 일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위마법사 정도 되면 지금의 라크라고 해도 충분히 해를 입힐 수 있다. 강력한 마나의 파동에는 아무리 실체가 없다고 해도 피해를 받는다. 말하자면 영혼체에 충격을 받는 것이다.

그날에도 그랬다. 마그나타의 소울블래스트는 라크가 거의 소멸당할 정도의 충격을 가했다.

영혼의 지배자 마그나타! 그의 힘은 놀라왔다. 그의 앞에서는 육체가 있든 없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라크로써는 승산이 없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라크를 찾아야 했다.

‘어쨌든 이걸로 베어도 잠들지 않는 자이니까 말이야.’

라크는 자신의 손에 들린 드림블레이드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산의 정상에 있는 것이 마그나타 본인이나 다른 고위마법사가 아니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라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달이 하늘의 한가운데 떠서 대지에 은은한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 빛 속에 담긴 마나의 파장에 라크는 전신의 몸이 떨려왔다. 어쩌면 위대한 황금의 달과 마나의 달 앞에서는 고위마법사도 하찮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안에 마력이 충만해지고 드림블레이드의 색도 더욱 진해졌다. 그리고 라크는 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없는가?”

라크는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막상 와보니 산 아래와 같이 황량한 고목들 천지일 뿐, 살아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봉우리 반대편으로 보아도 모두 같은 상태일 뿐,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였다. 조금 이상하기는 해도 인위적인 힘이 작용한 것 같은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럼 뭐지?’

방금 전까지 그의 전신감각을 자극했던 본능적인 위기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이곳은 위험하다. 무엇인가 있다! 감각은 쉬지 않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다. 단지 그게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

문제는 어떤 것이라도 라크의 눈을 벗어날 수 없다는 데 있다. 환상도 소용이 없고, 투명해지는 마법을 건 물체라고 해도 라크의 눈에는 보인다. 영혼체조차 보이는 것이다. 그런 만큼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감각이 틀렸다고 증명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라크는 스스로를 믿기로 하고 조용히 정신을 집중시켰다.

‘있다.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그렇게 확신을 하며 사물을 다시 천천히 살폈다. 그렇게 전체를 보았다가 다시 부분을 보았다가를 반복했다.

시간이 흘렀다. 달이 점점 기울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라크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흙이 부스러진 흔적이 거의 일정하다!’

라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땅 속으로 손을 넣어 보았다. 흙을 손에 잡을 수는 없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흙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손을 지표면 안으로 넣을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생명체, 벌레인가?’

작은 벌레들이 수도 없이 땅속에 숨어 있었다. 라크는 자신의 드림 블레이드로 그것들을 베었다.

-파파파팍

영혼의 진동이 느껴지며 몇 마리의 벌레들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그러자 다른 벌레들이 무엇인가를 느꼈는지 격하게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원래 지금의 라크는 육체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기척도 발하지 않는다. 그래서 벌레들이 아무것도 모르게 계속 땅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 동료들이 당하자 그들은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가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일제히 땅 밖으로 나왔다.

-우우우우웅

순식간에 그 일대가 검게 변하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벌레들이 기어 나와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만 해도 보통 사람이 들으면 미쳐 버릴 것 같은 마력이 담겨 있었다.

“으윽, 이놈들!”

라크는 이 봉우리에 살고 있던 모든 생명체가 모두 이놈들의 먹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뼈도 남기지 않고 갉아먹는 모양이다.

그리고 포식이 끝난 뒤, 그들은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잠이 든 것이다. 언제부터 이곳에 이놈들이 살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만약 낮이었다면, 라크가 육체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깨끗하게 먹혀 버렸을 것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괴물 벌레들, 이게 어떻게 이런 곳에서 번식을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만약 다른 봉우리로 퍼져 나간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인간이 사는 마을이라도 습격한다면 그야말로 마을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처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크는 그렇게 결심했다.

‘그러나 어떻게?’

그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손에 들린 단검을 보았다.

“하아, 다 베어 버릴 수는 없잖아.”

무력감이 몰려왔다. 생각해보니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공격 수단은 두 개의 단검을 상대의 영혼을 베는 것뿐인데, 수만이나 되는 작은 벌레들을 일일이 벨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런 짓을 하려 해도 시간이 지나 날이 밝는 순간, 라크는 끝장이다.

‘어떻게 하지? 일단 도망가는 것이 좋을까?’

라크는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시간이 없었다. 지금부터 죽어라고 달려서 산을 내려가면 겨우 육체가 돌아오기 전에 다른 봉우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뛰자.”

결론은 곧 났다. 라크는 미련을 가지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곧 물러난다.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지금은 물러나는 것이 확실히 옳다고 판단했다.

이것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산을 벗어나서 가까운 마법사 길드에 알리기로 했다.

결정이 나자마자 그는 지체 없이 산 아래로 뛰기 시작했다.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일직선으로 달렸다.

아무리 격하게 움직여도 땅에 발자국이 생기거나 바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 다행으로 여겨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레들은 눈치를 채고 라크를 따라왔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더 이상 땅에 벌레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놈들은 정상 부근에 군집해서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라크는 일단 걸음을 멈추고 다시 땅속에 손을 넣어 보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상에서 사방으로 약 100여 미터 정도인가?’

기억을 되살려보니 그 정도 넓이에 벌레들이 퍼져 있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지금 있는 곳까지 먹이를 찾으러 온다는 것이다.

라크는 다시 달렸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처음 제임스란 자를 만난 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오는군. 기다렸다.”

누군가가 라크가 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라크는 순간적으로 달리는 것을 멈추고 그자를 보았다.

코에 두 갈래의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자는 환하게 빛을 발하는 검을 들고 있었다. 전신에서 상당한 기운을 숨김없이 발하는 것이 정말로 강한 자였다.

라크는 얼른 마음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대가 라크인가? 난 스틸문의 용병길드장 카슈라고 한다.”

“제가 라크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카슈님께서 저를 왜 찾으시는지는 모르겠군요.”

라크는 카슈의 눈을 직시하며 물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수많은 습격을 받아온 그였다. 어쩌면 눈앞의 남자도 마그나타의 수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살기에 가까운 것이었고, 호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카슈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대를 찾는 분이 계시지. 그런데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아. 내 묻겠는데, 여기 이놈을 쓰러뜨린 건 그대인가?”

“제임스 씨말입니까?”

“그렇지. 멍청하고 덤벙대는 주제에 게으르기까지 한 제임스라고 하지.”

카슈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발로 카슈의 얼굴을 지그시 밟아 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검을 든 손을 뻗어 라크를 가리켰다. 그것은 명백한 결투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었다.

“저와 싸워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라크는 물었다.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지만.”

카슈는 따로 할 말이 없는 듯 했다. 사실 뭐라고 말을 할 것인가? 제임스가 멍청하게 당해서 길드의 위신을 위해 라크를 괴롭힌다? 그런 말을 입 밖에 낼 수는 없다.

가장 좋은 것은 별개의 이유를 대고 적당히 손을 보는 것인데, 그 별개의 이유란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카슈는 그냥 검을 겨누었다.

말보다는 행동, 그런 의지가 기세로 변해 검끝을 타고 라크에게 전해졌다.

라크는 조용히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이미 상대가 전의를 보인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물러나거나 싸우거나. 적당한 수준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상대의 검 끝에서 느껴지는 기세는 그가 정말로 대단한 실력자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라크는 한쪽 발을 뒤로 반보 정도 빼어 중심을 잡고 두 손에 든 단검을 들어올렸다.

“응? 무기로 싸우겠다는 건가? 마법이 아니고?”

카슈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건 자신이 알 바가 아니라는 듯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더욱 강렬해졌다. 동시에 원래부터 빛나고 있던 검의 날이 순간적으로 대낮과도 같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파앗

“웃!”

라크는 그 마법적인 빛이 마치 베일처럼 카슈의 모습을 감추어 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슈욱

빛의 장막 사이로 날카로운 검이 뚫고 들어왔다. 라크는 즉시 몸을 옆으로 돌려 검을 피했다. 하지만 검은 매가 먹이를 채듯 도중에 기묘한 곡선을 그렸다. 피할 수 없는 그물과도 같았다.

-팍

라크의 어깨가 정확하게 검에 꿰뚫렸다. 그러나 피는 튀지 않았다. 오히려 라크가 피하려던 것을 멈추고 검이 날아온 방향을 따라 자신의 단검을 찔러 들어갔다.

“어헉!”

카슈는 기겁을 해서 즉시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의 일격은 마치 허상을 뚫은 것처럼 아무런 감각도 전해져 오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는 정확하게 반격을 가해오고 있었다.

검을 든 팔을 따라 찔러오면 피하기가 극히 힘들다. 그것도 이처럼 무시할 수 없는 빠르기라면!

하지만 그는 검으로 용병왕이라고까지 불린 남자, 라크의 공격은 빠르기는 했지만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았다.

-휘릭

검은 위를 향해 휘둘러졌다. 그리고 반대로 몸은 아래로 주저앉듯 가라앉았다. 뒤로 물러서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머리가 깨닫기도 전에 몸이 알아서 피한 것이다.

“차앗!”

-바앙

카슈는 즉시 검을 세우고는 바닥에서 낮게 몸을 회전시키며 검 옆면으로 사방을 일제히 후려쳤다. 하지만 역시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맹렬하게 울려 퍼졌다.

-휘익, 휙

라크의 단검은 그런 카슈의 공격을 전혀 무시한 채 연속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의 몸은 환영처럼 모든 공격이 그냥 지나갔다. 그렇다면 두 개의 단검 역시 환영이어야 한다.

그러나 카슈의 직감은 그 단검에 담긴 기운이 절대로 환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피했다.

“에잇!:

-휙

카슈는 자신의 검으로 라크의 단검을 후려쳤다. 무기가 환영이 아니고 라크가 마법으로 조정을 하고 있다면 그걸 부수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검은 단검을 그냥 지나갔다.

‘뭐야? 정말 환영인가?’

카슈는 속으로 투덜대었다. 그러나 자신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단검을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대단하군요.”

라크는 그런 카슈의 움직임을 보고 잠시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그의 몸놀림은 인간의 한계에 달했다고 할 정도로 빠른 것인데, 그걸 그냥 피하는 것도 아니고 검으로 막으려다가 실패한 순간에 바로 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웠다.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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