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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위저드 6화

샤이닝위저드 6화
[데일리게임] “이제 왔나? 옷, 그 멧돼지는? 살아 있잖아. 대단하군. 역시 일급 사냥꾼이야.”

“재수가 좋았지. 하하하”

라크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랑이라도 하듯 어깨에 맨 멧돼지를 이리저리 돌려 무크가 보기 좋게 했다.

무크도 사양하지 않고 멧돼지를 자세히 관찰했다. 그리고는 곧 크게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었다.

“멧돼지를 상처 없이 잡을 수 있다는 건 전혀 모르게 접근을 했다는 건데, 그게 재수로 되나? 그나저나, 촌장님이 자네를 부르셨네.”

“예? 무슨 일인데?”

“으응, 사실은 부탁할 것이 있어서 그렇거든.”

무크는 촌장이 왜 라크를 부르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쉬운 부탁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라크는 평소 촌장이 외지인인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준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라크의 성격과 실력에 호감을 느껴 잘해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라크가 가져간 물건들을 수수료도 없이 대신 팔아주는 것은 상당한 친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라크는 알았다는 듯 멧돼지를 든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

“어? 그놈 그렇게 들고 갈 건가?”

“상관없어. 모처럼 다들 멧돼지 통구이 파티나 하자고.”

“오, 정말? 그것참 모두 좋아하겠군.”

무크는 잘 됐다는 듯 손뼉을 짝하고 치고는 라크의 앞에 서서 걸었다. 다행히도 라크가 더 이상 질문을 안 하는 것이 그로써는 그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사냥꾼 마을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마을 주민을 다 합쳐도 80여명에 불과했다. 그중 성인 남자는 25명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대로 사냥을 나가서 일주일이나 열흘쯤 뒤에 돌아온다.

마을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항상 10여명의 젊은 남자가 남아있는 것이다.

라크가 무크와 함께 사냥꾼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라크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왔다.

지난 석 달간 라크와 그들은 마치 형제처럼 친해졌다. 고립된 산속에서 사는 사냥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지인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은데 라크는 예외였다.

그들 자신도 스스로에게 신기해 할 정도로 라크는 사냥꾼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에 있는 외지인에 대한 벽을 쉽게 허물었다. 기본적으로 라크가 마물 사냥꾼이기 때문에 그 실력을 인정한 것도 있지만 그 위에 특유의 분위기나 밝은 성격은 모두에게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마약과도 같았다.

“우와! 저 멧돼지 좀 봐!”

아이들이 놀라 소리쳤다.

“라크 형, 그거 먹을 거에요?”

“그럼, 통구이를 해서 나 혼자서 다 먹을 거다.”

“우와!”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나서 사방으로 달려가 자신들의 형이나 누나, 혹은 부모에게 라크가 커다란 멧돼지를 혼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말했다.

라크와 무크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마을 청년들이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멧돼지의 거대한 몸집과 그걸 들고 있는 라크를 보며 놀랐지만 그들이 촌장에게 가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붙잡고 이야기를 하려 하지는 않았다.

“어서 오게.”

촌장은 마을 중앙 쪽에 나와 커다란 나무그늘에 앉아 있었다. 그의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이미 늙어 거동이 불편한 촌장은 낮에 항상 그곳에서 쉬면서 마을의 아이들을 돌보고는 했다.

“부르셨습니까?”

-쿵

라크는 어깨의 멧돼지를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육중한 몸이 땅을 울렸다. 그래도 멧돼지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촌장 역시 약간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라크에게 물었다.

“이놈은 살아있군. 자네가 잡은 건가?”

“예, 모두들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이런 놈을 태연하게 어깨에 메고 오다니, 자네는 정말 장사였구만.”

“그냥 힘이 조금 센 겁니다.”

라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상하게 나이든 노인의 칭찬에는 겸손해 지는 습관이 있는 그였다.

“헐헐, 마을 청년 넷이 지게로 들어야 할 정도인 놈인데, 그걸 그냥 힘이 조금이라고 말하면 이상하지 않나?”

“쩝, 애들 고기 좀 많이 먹이는 게 좋겠습니다. 이걸 네 명이서 들어야 한다면 사냥감은 어떻게 들고 오겠습니까? 토끼나 잡던가 그래야지.”

“뭐라고? 난 이거 혼자 들 수 있어!”

무크가 옆에서 흥분해서 말했다. 라크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 씨익 하고 웃었다. 사실 그는 무크를 도발한 것이었다.

“들어봐.”

“뭐!”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

“으윽, 좋아!”

무크는 씩씩거리며 몸을 굽혀 멧돼지를 잡았다. 그리고는 끙차 하고 힘을 썼다. 그러나 멧돼지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촌장의 말대로 그건 한 사람이 들기에는 무리가 있는 놈이었다.

촌장은 허허 하고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손짓으로 무크를 말렸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라크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무엇입니까?”

드디어 촌장이 본론에 들어가자 라크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정중하게 물었다. 그런데 촌장은 자신이 시작해 놓고도 무엇을 망설이는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어려운 부탁을 하려는데, 그걸 말할 염치가 없는 것 같았다.

라크는 염려 말라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어려워 할 때에 이쪽에서 웃어 보이는 것이 얼마나 안심을 하게 하는 행위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들어보고 안 되겠으면 제가 솔직하게 거절을 하지요.”

“허허허, 그렇지. 자네가 거절하면 강요할 생각은 없네.”

촌장은 그때야 마음의 부담이 조금 사라진 듯 억지로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사실은 며칠 전부터 건너편 봉우리에 이상한 자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말일세.”

“이상한 놈들이요?”

“아무래도 산적 같단 말이야.”

“과연 그런 이유군요.”

라크는 촌장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조용히 촌장을 보았다. 촌장은 애절한 눈으로 라크를 보고 있었다.

“계속 설명을 들어야겠군요.”

라크는 여전히 신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평소에는 농담도 잘하고 항상 웃는 그였지만, 일단 공적인 일에 관계되면 상당히 진지하고 신중해지고는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라크에게 상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라크는 일단 이야기를 다 들어보기로 했다. 혼자 가서 산적과 싸우라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의견이 어떤지도 알아야 한다.

촌장은 그런 라크를 보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자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처음 그들을 발견했을 때의 수는 10여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산적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단지 무슨 일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가끔씩 찾아가서 지켜봤는데 어느새 숫자가 불었다는 것이다.

“지금 그놈들의 수는 약 20명 정도네.”

촌장은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로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라크도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고민에 잠겼다.

그들은 아직 마을에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고 있다. 당연한 것이 이곳은 단순한 화전민 마을이 아닌 사냥꾼 마을이다. 어린애라고 해도 활을 쏠 줄 아는 것이다.

“하지만 곧 이곳이 위험하게 될 걸세.”

촌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다물고 라크를 보았다. 하지만 라크는 아직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들이 틀림없이 산적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증거고 뭐고! 그놈들 모두 흉악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옆에서 듣고 있던 무크가 약간 흥분한 듯 끼어들었다. 상황이 급한데 증거를 찾는 라크가 못마땅한 듯 했다. 하지만 라크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오해가 있을지 모르니 확실히 해야 돼.”

“음, 그건...내가 직접 봤는데 그놈들 산적 맞아.”

무크는 더 이상 라크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는지 그렇게만 말했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 나를 못 믿겠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라크는 그런 무크를 보고 피식하고 웃었다. 사냥꾼들 중 대부분은 딱 무크 수준일 것이다.

반대로 라크가 뭐라고 말을 하면 그들은 어떤 객관적인 설명도 없이 믿어준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는데, 딱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건 사냥꾼들이 라크를 동료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 네가 말한다면 산적이 틀림없겠지.”

라크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적어도 무크가 직접 보고 그렇게 느꼈다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 촌장이 말했다.

“그놈들을 아는 용병이 어제 이곳으로 왔네. 샬칸이라는 자인데 북부에서 상당한 악명을 날리다가 토벌된 자라고 하더군.”

“그런가요? 그럼 확실하겠군요.”

“그렇네. 아마 지금 모이고 있는 자들은 토벌될 때 같이 도망친 부하들인 것 같네. 용병의 말로는 점점 수가 불어날 거라더군.”

“그 용병의 말이 확실하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가 두목의 표식을 보고 모이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지. 그래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다네. 그놈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며 우리 마을은 어떻게 되겠나?”

촌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평생 평온하게 지내온 그로써는 이번 일이 청천 하늘에 떨어진 날벼락과도 같을 것이다.

라크는 물었다.

“산적의 수가 20명이라고 했지요? 그렇다면 젊은 사냥꾼들만으로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샬칸의 정체를 알려준 용병의 이름은 나르타라고 하는데, 그 사람이 다섯 명의 동료를 데리고 왔네.”

“그럼 여섯 명의 용병이 도우는 겁니까?”

“그렇지. 하지만 나르타씨의 주장으로는 최소 다섯 명의 용병은 더 있어야 큰 희생 없이 그놈들을 몰아낼 수 있을 거라 하더군. 그래서 그저께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도시로 사람을 보냈네.”

“음, 11명의 용병이 도와준다면 확실히 해 볼만 할 겁니다.”

라크는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용병은 전투의 전문가들이다. 정식 기사보다야 약하겠지만, 어설픈 병사보다는 훨씬 쓸 만하다. 아무리 3류 용병이라고 해도 산적보다는 강하다. 산악전이라는 특수 환경을 감안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뒤에 맹수와의 싸움에 익숙한 사냥꾼 25명이 있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싸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마을 청년들이 크게 피해를 본다면 곤란하다.

그럴 바에야 아예 밤에 혼자 가는 것이 낫다. 하지만 그럴 경우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고, 암살자들이 들이 닥치게 된다. 그러면 마을사람들에게도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라크는 순간적으로 이 모든 것을 계산했다. 결국 그는 조용히 이들을 돕기로 결심하고는 촌장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회복능력이 강해서 웬만한 부상이라면 며칠 만에 회복되곤 합니다. 제가 용병들과 함께 앞장을 서지요.”

“아, 그래 주겠나?”

촌장은 라크의 대답에 크게 감동한 듯 덜덜 떨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잡았다.

“자네에게도 용병들과 같은 보수를 지급하겠네. 물론 그것으로 고마움을 표시할 수는 없지만 그거라도 주지 않으면 너무 미안하니 그냥 받아주게.”

“제가 주시는 것을 거절하는 것 보셨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하하하하.”

“허허허허, 그게 좋지, 좋아.”

라크는 농담조로 말하고 웃자 촌장도 웃었다. 왠지 모르게 라크가 나선다고 하자 안심이 되는 듯 했다.

그러자 무크도 웃으며 말했다.

“이야기 끝났으면 우리 집에서 밥이나 먹자.”

“그럴까?”

“그래, 데이지가 요즘 너 보고 싶은 눈치였거든.”

“으윽, 데이지. 난 걔 얼굴도 제대로 한번 못 봤어.”

“나도 내 동생이 그렇게 부끄러움을 타는지 처음 알았다. 아무튼 가자.”

무크가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서 걷자 라크는 무크를 따라갔다.

데이지는 무크의 여동생이다.

라크만 보면 항상 얼굴이 붉어지며 부엌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순진한 처녀였다. 그리고 그 후에는 정말로 맛있는 음식들이 줄줄이 나오기 때문에 라크는 데이지를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여동생으로써이다.

오늘도 데이지는 라크의 목소리가 들리자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 무크는 그것 보라는 듯 혀를 차며 안에 대고 외쳤다.

“웬만하면 그냥 나와라. 라크가 네 얼굴을 기억하지도 못하겠단다.”

“그래, 데이지. 같이 먹자고.”

라크도 말했다.

“......”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맛있는 음식 냄새가 부엌에서 새어 나왔다. 무크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음식을 들고 나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맛있는 식사였다.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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