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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2화

그에 비해 괴물들의 군세는 무려 일천에 가까웠다.

개인 전투력도 마찬가지다.

괴물들의 능력치는 대체로 높았다.

대다수 괴물의 신체능력이 30 이상이었고 그보다 강한 녀석들도 드문드문 섞여 있었다.

그에 비해 인간들은 10에서 20 사이.

한 가닥 한다 싶은 이들이 30을 간신히 넘겼다.

기사들은 의외로 강해서 60까지도 웃돌았으나, 그런 인간은 고작해야 서너 명.

전세를 바꾸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재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하울링 떼를 관찰하는 그의 눈빛은 두려움이 아닌 전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그는 생각에 잠겼다.

마음은 정했고 이젠 방법의 문제다.

예전 같았으면 머리를 싸맬 것도 없이 닥치는 대로 쓸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모든 능력이 초기화된 상황.

체력엔 한계가 있고, 그가 쓰러뜨릴 수 있는 괴물의 숫자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어디 보자, 여기서 제일 강한 하울링이…… 오호라.’

괴물들의 전력을 가늠하던 그의 눈이 빛났다. 혼란스러운 전장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놈이 있었다.

신장이 무려 5미터.

근육질의 덩치는 거대한 성벽만큼이나 크고 단단해 보인다.

병사들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무자비하게 으깨버리는 놈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귀 그 자체였다.

‘저놈도 분명 본 적이 있다.’

대다수 능력치가 60 이상.

힘 수치는 무려 100을 웃도는 괴물이었다. 하울링은 인간을 섭취하며 점차 힘을 키워 나갔다.

‘초기에 제거되지 않은 놈들은 저런 식으로 진화를 거듭해 나가곤 했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재희는 입을 앙다물었다.

진화의 형태는 제각기 달랐다.

저렇게 몸집이 비대해지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비정상적인 민첩성을 갖추게 되는 괴물들도 있었다.

‘머슬이라.’

놈의 명칭이 각막에 떠올랐다.

이곳에서는 저렇듯 덩치 큰 하울링을 머슬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능력치 수치만으로 보면, 부대를 통솔하는 기사가 전담 마크해야 비로소 대적이 가능할 듯싶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사들은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워낙 괴물들의 숫자가 많았다.

쉴 새 없이 몰려드는 놈들로부터 부대를 통솔하는 것만으로도 기사들은 벅차 보였다.

‘좋아, 결정했다.’

그의 머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풍부한 전투 경험은 저 무시무시한 괴물의 처단 방식에 대한 모든 계산을 끝마쳤다.

무작정 달려드는 건 상책이 아니다.

저 살가죽을 뚫어 내기도 전에 지쳐서 나가떨어져 버리고 말 테니까.

어지간한 공격은 먹히지 않을 만큼 몸집이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병사들이 저 덩치 큰 놈을 향해 창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음에도 별 효과는 없었다. 그들의 공격은 놈에게 하찮은 생체기만을 남길 뿐이었다.

모든 생명체에겐 약점이 있다.

겉보기엔 무결점으로 보이는 저 괴물에게도 분명 취약점은 존재한다.

‘군인들은 머리에 집중사격을 쏟아붓곤 했지.’

그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실제로 군인들의 대처법은 꽤 효과적이었다.

초기의 하울링들은 그리 강하지 않아서, 탄환과 폭탄만으로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었다. 괴물의 머리는 다른 부위에 비해 턱없이 작았다.

극도로 근육이 팽창한 가슴과 어깨에 파묻혀 알아보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시작해 볼까.’

숲에서 하울링을 쓰러뜨린 그의 레벨은 10.

레벨이 한 단계 오를 때마다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포인트 다섯 개가 주어진다.

[한재희]

레벨 : 10

소속 : 없음

칭호 : 없음

명성 : 0

근력 : 60

민첩 : 10

체력 : 15

감각 : 10

45개의 포인트를 모두 힘에 투자했다. 비효율적인 투자 방식이다. 싸움은 힘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격을 명중시킬 수 있는 민첩성이 필요하며, 신체의 균형을 잡아 주는 감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를 밑받침하는 체력도 중요했고.

정석대로라면 어디 하나 치우침 없이 골고루 올려주는 편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해당하지 않는 일이다. 괴물과 정면으로 승부를 겨룰 생각은 없었으니까.

전장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떨어진 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사한 병사 중 하나가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이거면 되겠군.’

창을 주워든 재희는 거대 괴물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저격총이라도 있었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졌을 테지만, 이런 문명에서 그런 걸 기대하긴 어렵다.

‘내 힘이 60. 저 녀석의 체력도 60.’

저 거리에서 창을 명중시키기 위해선 높은 감각이 필요하지만, 그의 전투 경험으로 어느 정도는 보완할 수 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

괴물과의 거리는 약 100미터 남짓.

사냥감을 노리는 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전열을 가다듬어라!”

시야를 가로막는 괴물의 목을 가차 없이 베어 내며, 카일은 병사들을 독려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은 무식하리만큼 강하다.

괴력은 기본이고 기민함까지 갖췄다.

팔다리를 베어 내는 정도로는 이들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녀석들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까.

보통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일격에 잠재우기 위해선 반드시 머리를 노려야만 했다.

‘운이 없었다…….’

예정에도 없던 하울링 떼와의 조우는 카일을 비롯한 보병대를 위기에 빠뜨렸다.

이 빌어먹을 괴물 놈들은 늘 예기치 못한 때에 뛰쳐나와 사람들을 혼란에 휩싸이게 만들곤 했다.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궁지에 몰리진 않았으리라. 그러나 지금과 같은 난전 속에서는 열악한 신체조건을 가진 인간이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빌어먹을 하울링 놈들……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군.”

카일은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검을 바투 잡았다.

“카일 부대장님! 후열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감지한 카일이 시선을 돌렸다.

상급 부관 라미로였다.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엔 긴박감이 묻어났다. 카일의 동년배인 라미로는 카일이 지휘하는 클로버 보병대 소속 상급 부관이었다.

검을 다루는 솜씨는 괄목할 만큼 출중하지는 못하나, 전술운용에 제법 능하고 상황 대처가 노련하여 카일의 수족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후방은 그나마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가?”

카일이 난색을 보였다.

그렇잖아도 전방에서 몰려오는 괴물들의 숫자가 워낙 많았던 탓에 위태로운 실정이었다.

그런 전방에 비해, 후방은 몰려드는 하울링들의 숫자가 비교적 적었다. 그런 이유로 대다수의 고참병들이 전방에 집중된 상황이었다.

“머슬이 출몰했습니다! 그 자식이 후방에서 난동을 피우는 중입니다!”

“뭐?”

카일의 얼굴에 절망이 스쳤다. 비정상적으로 큰 덩치와 괴력을 지닌 하울링.

온몸이 근육질덩이인 머슬은 비정상적인 덩치와 괴력을 갖춘 놈으로 하울링 무리에서 돌격대장과도 같은 존재다.

공식적으로 지정된 놈의 등급은 2등급.

뚜렷한 특징이 없는 1등급 하울링 ‘노멀’조차도 병사 서넛이 달라붙어야 대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절대 우습게 볼 수 없는 놈이었다.

“제길.”

까다로운 놈이긴 하나, 자신이라면 충분히 머슬을 쓰러뜨릴 수 있다.

가공할 만한 괴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고작 2등급으로 분류된 이유는 둔한 움직임 때문이었다.

괴력만큼이나 맷집도 상당해서 쉽게 쓰러지지는 않으나,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느려터진 놈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해 머리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카일이 후열로 빠진다면 전방이 불안해진다.

다수의 고참병들이 버티고 있긴 하나, 그들만을 믿고 전방을 비울 순 없었다.

자신이 머슬을 처리하고 오는 사이, 전열이 무너져 버릴지도 모른다.

라미로가 유능한 부관이라지만 그의 주특기는 지휘와 전술. 머슬의 제거를 맡기기엔 불안하다.

‘어쩌지?’

카일의 등골을 타고 차갑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한시가 긴박한 상황에서 지휘관의 섣부른 판단은 부대의 괴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

“쿠어어!”

그가 망설이는 와중에도 후미를 급습한 머슬은 병사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대열을 붕괴시키는 중이었다.

“음?”

결국,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초조한 눈빛으로 날뛰는 머슬을 노려보던 찰나.

전장의 끝에서 낯선 자를 발견했다.

평균을 조금 넘기는 키. 툭 치기만 해도 저 멀리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싶은 비리비리한 육체.

검은 머리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자였다.

더러운 누더기를 걸치고 있어서 처음엔 하울링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창과 몽둥이를 각각 쥐고 있었다.

하울링은 아니다.

도구를 다룰 만큼 괴물들은 똑똑하지 않았으니까.

“저자는 누구지?”

카일의 물음에 라미로는 뒤늦게 이방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베넨 마을 주민인가?”

베넨 마을은 바로 이틀 전에 식량 보급을 목적으로 잠시 들렀던 마을로, 이 평원 근방에서는 가장 가까운 촌락이었다.

“그 마을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주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라미로가 고개를 저었다.

워낙 작았던 마을이다.

마을 인구수가 보병대 숫자와 비슷할 정도로 적었으니, 그런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못 보던 자였다. 당연히 부대원은 아니었다.

그가 지휘하는 클로버 보병대의 병력은 무려 300명이었다. 카일은 부대원 전원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여행자인가. 저자도 참 운이 없군. 지금은 시기가 매우 좋지 않은데…….”

카일이 말을 흐렸다.

괜히 평원을 지나가려다 큰 봉변을 당하게 될 여행자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훈련받은 병사들도 버거워하는 통에, 한낱 민간인이 하울링들과 대적할 수 있을 리 없다.

괜히 어슬렁거리다 놈들의 눈에 띄기라도 하는 날엔 사지가 갈가리 찢겨 버리고 말리라.

“어떻게 할까요?”

“보호할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지만 지금은 여행자 한 명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가 부디 이 전장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길 기도해 주는 수밖에.

“그런데 저자가 뭘 하려는 거지?”

낯선 이의 행동을 관찰하는 카일의 눈빛엔 의문이 담긴 채였다.

방랑자는 창을 쥔 채 자세를 잡고 있었다.

투창 자세다.

두 다리의 간격이 여유 있게 벌어졌다.

창의 중심을 단단히 쥔 오른손은 금방이라도 창을 내던질 기세였다.

“설마……?”

호기심이 발동한 카일과 라미로는 홀린 사람처럼 낯선 자의 시선을 따라갔다.

‘눈대중만으론 안 되겠군.’

커다란 괴물을 겨냥하는 재희의 창끝이 흔들렸다.

덩치 큰 놈과의 거리가 꽤 먼 데다가, 워낙에 미쳐 날뛰는 통에 섣불리 창을 던질 수가 없었다.

감각 수치가 현저히 낮은 탓이다. 놈을 맞추는 것뿐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격에 숨통을 끊기 위해선 머리를 노려야 할 텐데, 산만한 덩치에 비해 놈의 머리는 무척이나 작았다.

깜빡.

그가 왼쪽 눈만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지잉.

디텍트 아이 발동으로 푸른빛을 발했던 두 눈동자에서 왼쪽만이 보랏빛으로 변질하였다.

오른쪽은 푸른색. 왼쪽은 자색.

상반된 색상의 오드 아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감을 주었다.

정민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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