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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아이딘이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헥터에게 커다란 빚을 지게 되었고 아마 그 빚이 덴젤이 죽은 후에도 그대로 레이나에게 넘어간 거 같아. 그리고 빚을 안 갚으면 미쉘을 빚 대신에 팔아 버린다고 협박을 해서 그놈들 패거리랑 어쩔 수 없이 매일 밤 어울린다는 소문이 있어. 좀 불쌍하지.”

“도와주는 사람들도 없었어?”

“휴, 그게 말이야. 헥터 패거리들에게 돈을 빌린 마을 사람들이 한둘도 아니고…… 게다가 헥터 이 녀석이 경비대에도 미리 손을 다 써 놓아서 뭘 어찌하기가…….”

잭슨이 쭈뼛쭈뼛하면서 답을 했다.

“나도 얼핏 그놈의 장부를 봤는데 마을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하더군.”

“장부라고?”

“뭐, 돈 빌린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게다가 경비대 녀석들에게 돈 갖다 바친 것도 일일이 다 적어 두는데, 아마 한 권이 가득 찼다고 하던데.”

“게다가 쉽게 구하기 힘든 기관권총을 갖고 있어. 게다가 그 총을 한 손으로 장난감처럼 다루는데, 여하튼 쉽게 볼 상대는 아니라니까.”

잭슨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럼 너희들은?”

아이딘이 헥터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아는 두 덩치에게 강한 의문을 던졌다.

“어? 아니 그게 말이야…… 뭐 우리도 그 녀석들과 몇 번 어울렸지만…… 딱히 우리랑은 그리 나쁜 사이도 아니어서…….”

말끝을 흐리며 발뺌한다. 아이딘은 잭슨과 호퍼를 좀 더 추궁하려다 얼마 전까지 헥터와 같은 생활을 했던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질문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좋아, 그럼 헥터에게 가면 레이나를 찾을 수 있겠네. 헥터는 어디에 있지?”

“음…… 평소엔 벌목소에 있는데 일이 없을 때는 목재창고에서 밤이 새도록 놀곤 하지.”

“그럼 나 잠깐 다녀올 테니 미쉘이나 찾아 줘.”

“갑자기 어디 가는데? 설마?”

“헥터 좀 보고 오게.”

“정말?!”

두 덩치가 동시에 화들짝 놀란다.

“아니, 헥터 그 녀석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닌데. 그러다 큰일 나.”

호퍼가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정말 괜찮겠어? 우리라도 좀 도와줄까?”

그가 말끝을 흐린다.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그럼 좀 있다 보자고.”

아이딘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덩치가 말릴 틈도 없이 퍼플 하스피탈의 문을 열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 * *

유난히 달이 밝은 밤. 대재앙 이후에도 달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변함없이 밤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이런 달빛을 따라 빨간 머리의 한 남자가 빠르게 길을 걷고 있었다. 아이딘이었다.

‘손바닥만 한 이 마을에 왜 이렇게 구린내 풍기는 녀석들이 많은 걸까?’

달빛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아이딘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이딘의 표정은 원샷에서와 다르게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온몸에 말할 수 없는 힘과 자신감이 넘쳤지만 만만치 않은 녀석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차가운 달빛과 어우러진 아이딘의 모습에서 냉랭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마을 동쪽 끝 언덕 위에 목재 창고가 보였다. 며칠 전에 두 덩치들과 한번 지나가 본 적이 있어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창고는 하바로프의 삼림지역에서 베어 낸 목재들을 1차 가공하고 보관하는 곳으로 곳곳에 통나무와 가공된 목재들이 쌓여 있었다.

아이딘은 창고 건물과 조금 떨어진 옆 건물에서 주변상황을 슬그머니 살펴보았다. 커다란 입구 앞에 불붙은 드럼통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입구엔 두 명의 문지기가 서 있었다. 한 녀석은 하품을 쩍쩍 해 댔고 다른 한 녀석은 반쯤 졸고 있었다. 둘 다 애당초 문지기의 최소한의 임무 같은 건 내다 버렸다.

아이딘은 바닥에 있던 돌멩이 하나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던지면 저놈들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까?’

아이딘이 반대로 몸을 돌려 멀리 떨어진 나무를 향해 돌을 던졌다.

퍽!

날아간 돌이 그가 생각한 위치에 정확히 맞아 나무가 흔들렸다. 한 번의 연습이지만 커다란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딘은 자신 있다는 듯 씨익 웃으며 다시 놈들이 향한 곳으로 몸을 돌렸다. 문지기들과 아이딘 사이의 거리는 대략 30여 미터 남짓이었다.

아이딘이 돌멩이 두 개를 연달아 던졌다.

슈우욱! 퍼퍽!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돌멩이가 두 문지기의 이마를 정확히 가격했다. 녀석들은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하고 동시에 쓰러졌다. 연습 한 번 해 보고 던진 솜씨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깔끔한 실력이다.

아이딘이 빠르고 조용하게 달려 나갔다. 마치 조용한 도둑고양이가 움직이듯이 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창고의 입구까지 순식간에 다다른 아이딘이 귀를 쫑긋 세웠다. 창고 안에서는 술 마시는 남자들과 더불어 젊은 여성의 교태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교태 가득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미쉘의 엄마인 레이나인 듯했다.

‘이런 짓을 해야 하니 아들에게 어디 간다고 말하기 곤란했겠지.’

창고 안에선 떠들썩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아이딘이 기절한 문지기 중 한 놈을 흔들어 깨웠다.

“으음…….”

시퍼렇게 멍든 이마를 만지며 깨어난 사내가 아이딘을 보고 비명을 지르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아이딘의 손이 사내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웁!”

아이딘은 사내의 품을 뒤졌다. 작은 군용 단검이 안주머니에서 나왔다. 아이딘은 그것을 사내의 목에 들이대고 나직이 말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 허튼 짓 했다간 바로 목이 날아갈 거야.”

사내가 공포에 질려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호호호!”

“하하!”

레이나는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은 채 헥터의 무릎 위에 앉은 채 즐거운 듯 거짓웃음을 흘려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남겨진 빚을 갚아야 했고 더불어 미쉘과 함께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이렇게 수시로 헥터의 패거리들과 억지로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차하면 미쉘을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팔아 버리겠다는 협박에는 도저히 당해 낼 자신과 방법이 없었다.

헥터는 레이나의 교태에 흡족해하며 열심히 술을 들이켰다.

“우흐흐. 우리 귀여운 자기, 오늘은 더 요염해 보이네?”

술이 많이 들어간 데다가 품에 아리따운 레이나까지 안고 있는 헥터의 얼굴엔 만족스런 표정이 가득했다.

“이봐, 두목. 너무 혼자만 분위기 띄우는 거 아냐?”

들뜬 분위기에 같이 젖어 있는 헥터의 부하들이 레이나를 독차지한 헥터를 부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술이 들어갈 대로 들어간 모습이었다.

순간 분위기를 확 깨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쾅!

“뭐야!”

헥터가 여전히 레이나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소리쳤다. 그러자 문 밖에서 형식적인 경비를 서던 부하 중 한 명이 대답했다.

“대장! 클로버가 이상해!”

“무슨 소리야, 그게!”

“몰라, 나도! 갑자기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어!”

“귀찮게스레. 아무나 하나 나가 봐!”

헥터의 명령에 테이블 맨 끝에 있던 사내 하나가 문으로 다가갔다.

“멀쩡하던 놈이 갑자기 왜 쓰러져.”

그가 투덜대면서 잠겨 있던 철문을 열었다.

“대체 무슨 일…….”

사내가 밖을 내다보는 순간이었다.

퍼퍽!

아이딘의 양손이 빠르게 휘둘러지면서 문지기의 후두부와 밖을 내다본 사내의 면상을 가격했다.

불시에 당한 두 사람이 쓰러지는 순간, 아이딘의 오른손이 또다시 네 번 휘둘러졌다.

퍼퍼퍼퍽!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돌멩이들이 헥터 주변에 있던 네 사람의 이마에 명중했다.

털썩! 털썩!

돌멩이에 얻어맞은 졸개들이 일제히 쓰러지자 헥터가 레이나를 밀쳐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누구야!”

슈우우욱! 퍽!

그때 또다시 날아든 돌멩이 하나가 헥터의 오른쪽 눈을 때렸다. 레이나가 다칠까 봐 순서를 뒤로 미루었는데 알아서 일어나 주니 아이딘 입장에서 고마울 지경이었다.

“크아악!”

헥터가 오른쪽 눈을 손으로 감쌌다. 눈에 직접 맞은 건 아니었지만 워낙 눈가를 세게 맞아서인지 눈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다.

녀석들을 모두 제압하고 나서 아이딘이 창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네가 헥터란 녀석이냐?”

아이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크으윽, 네놈이 뭔데 나를 찾아?”

헥터는 오른쪽 눈을 감싼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옆의 탁자 위에 놓인 총을 집어 들었다. Vz.61 스콜피온(Skorpion), 과거 체코에서 만든 기관권총으로 일반 권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연사 능력을 가지고 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아이딘을 향했다. 그렇지만 아이딘은 이미 예측이라도 한 듯이 온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총구를 비껴간다.

탕!

또 한 발의 총성이 들렸지만 이미 총구는 하늘을 향한 후였다. 이미 아이딘의 오른쪽 주먹이 헥터의 얼굴을 가격한 후였기 때문이다.

퍽!

“꺽!”

헥터의 고개가 옆으로 급격히 꺾였다. 아이딘은 주먹을 휘두르며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왼발을 들어 올려 몸의 회전력이 실린 뒤꿈치를 다시 한 번 헥터의 뺨에 박아 넣었다.

빠아악!

“끄어어……!”

털썩.

바닥에 쓰러지는 헥터의 입에서 피범벅이 된 치아 두 개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는 몸을 파르르 떨다가 축 늘어뜨린 채 정신을 잃었다.

한편에 피해 있던 레이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아이딘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타나 헥터 패거리를 때려눕힌 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펼쳐진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해답은 이 아름다운 빨간 머리 청년만이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이딘은 레이나에게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도 없이 정신을 잃고 널브러진 헥터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퍽!

“크흡!”

짜릿한 충격에 헥터가 신음을 흘리며 깨어났다. 아이딘이 그런 헥터의 머리채를 잡아 들어 올렸다. 피로 얼룩진 헥터의 고개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위로 들려졌다. 헥터의 눈에 아이딘의 잘생긴 얼굴이 들어왔다.

“너…… 대체 뭐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딘은 다시 한 번 헥터의 뺨을 때렸다.

짜아악!

“컥!”

단지 손바닥으로 얻어맞았을 뿐인데 눈앞이 노래졌다. 깔끔하게 뽑혀진 치아 하나가 또 헥터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이딘이 놀고 있던 손으로 헥터의 왼손을 잡았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차례대로 부러뜨린다. 손가락이 모두 부러지면 다음엔 발가락이 부러질 거다. 네게 기회는 스무 번밖에 없어. 스물한 번째엔 모가지가 부러질 테니까.”

자신도 깜짝 놀랄 협박이 아이딘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헥터는 기세를 꺾지 않았다.

“너 실수하는 거야!”

“한 번.”

아이딘은 최대한 잔인한 표정으로 헥터의 엄지를 쥐고 뒤로 꺾었다.

빠드득!

“아아악!”

엄지손가락이 젖혀지며 헥터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이런……!”

“두 번.”

이번엔 검지를 잡아 꺾었다.

“끄아아아악!”

아이딘이 다시 한 번 손에 힘을 줬고.

빠각!

“……!”

중지마저 꺾이고 말았다. 그러나 헥터는 이를 악다물고 가까스로 비명을 참았다. 부릅떠진 눈에서는 고통으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레이나는 공포에 질려 차마 아이딘과 헥터가 있는 쪽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헥터가 불쌍할 지경이었다. 저 빨간 머리 남자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져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

강성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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